믿음이 실망과 절망이라는 터에서 좀 더 단단하게 빚어진다는 걸 우리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32)
승리는 이미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약속된 일이므로 우리는 다만 일어나 경주에 임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믿음은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힘, 곧 재기력이라고 생각한다. 무너졌다면, 쓰러졌다면, 딱 그만큼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면 된다. 믿음은 우리를 마냥 쓰러져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44-45)
광야는 휴대폰 신호가 잘 터지지 않는 대신에 영적 주파수가 잘 터지는 곳이다. 광야는 물리적인 장소이기 전에 마음의 상태다. 예수님은 이것을 ‘가난한 심령’이라고 표현하셨다. (49)
하나님을 사랑으로, 은혜로, 공의로 정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의 안에 하나님을 전부 담을 순 없다. 겨우 일부만 담을 뿐이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건 신앙생활이 아니라 종교 생활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낯선 세계를 만날 때 인식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처럼, 낯선 하나님을 만날 때 믿음의 지경도 한층 더 확장된다. (79)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날 때 진짜 필요한 건 군데군데 드리워진 작은 그늘이다. 그 작음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이고 위로이고 격려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세상은 커다란 그늘을 만든 사람들을 주목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에게 오랫동안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내가 힘들 때 작은 그늘을 마련해 준 사람을 우리는 더 고마운 존재로 기억한다. 어쩌면 그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일지도 모른다. (85)
하나님의 말씀을 청종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벽 같은 이들이 많다. 경험상 다른 사람에게 벽 같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도 벽 같은 사람일 확률은 99.999퍼센트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잘 들을 수 있을까? (89)
우리는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데도 서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정죄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칭찬하는 데는 미숙하다… 때로는 자신의 수고를 하나님 앞에 꺼내 놓고 “하나님, 저 잘했죠?”라고 자랑해도 괜찮다. 느헤미야도 자신의 수고와 헌신을 다른 사람은 몰라 줘도 하나님만은 기억해 달라고 기도했다. (107-108)
다윗은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는 아들이었다. 누구도 양치기 다윗이 물맷돌을 던지는 걸 보면서 칭찬하지 않았다. 그걸 실력이나 능력으로 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다윗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했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갈고닦았다. 그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물맷돌이 훗날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필살기가 될 줄은 말이다. (135)
오늘도 평범한 일상에서 찾고 발견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시간에 풍화되기 전에 수시로 나만의 기억 보관소에 보내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적어야 사는 ‘적자’ 생존의 시대에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185)
종종 나 혼자 배려하고 나서, 나 혼자 서운해질 때가 있다. 배려를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의 일방적인 ‘다짜고짜, 무턱대고’ 식의 배려 때문이기도 했다. 헤아림이 빠진 배려가 서로를 불편하게 한다는 걸 잊은 탓이다. 한쪽은 배려한다고 했는데 상대가 몰라줘서 서운하고, 다른 한쪽은 불필요한 배려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얼마나 많은지.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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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헌신된 목회자가 많고, 유능한 설교자는 넘쳐나고, 뛰어난 학자도 더러 있으며, 탁월한 변증가도 없진 않습니다. 허나 이들 대부분이 위에서 아래를 향해 말합니다. 교회 내부를 향한 말과 글입니다. 흔들리기는커녕 터럭의 의심과 방황도 없었던 듯 크게 외칩니다. 회의와 절망에 빠져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곁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던 예수님과 같은 글쟁이는 찾기 어렵습니다. 차분하게 두런두런 대화하듯이 흔들린 자신의 모습을 나누고, 그래서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구나 하는 공감과 위로를 확연히 느끼게 하는 따뜻한 에세이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그의 등장과 동행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김기현 로고스교회목사,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욥, 까닭을 묻다』 저자
목회를 하면서 흔들렸던 때가 있습니다. “믿음이 흔들리고, 관계가 흔들 리고, 마음이 흔들리고, 일상이 흔들리고, 사명이 흔들렸던”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라고 해서 흔들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믿음은 흔들림 없이 앞을 향해 무조건 뛰어가는 게 아니라 흔들림 가운데서 뒤돌아보기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명신 목사님의 에세이는 우리의 삶과 믿음을 천천히, 그러나 찬찬히 돌아보게 하며, 결코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를 응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성품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어느샌가 비록 “흔들려도, 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생겨납니다. 목회하면서 흔들리는 목회자들, 입시로 흔들리는 학생들, 취업으로 흔들리는 청년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과 믿음을 ‘다시보기’ 하며 오늘도 우리를 든든히 붙잡고 계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김관성 낮은담교회목사, 『본질이 이긴다』, 『목회 멘토링』 저자
제목에 끌려 읽었고, 읽다가 반했습니다. 삶을 지혜롭게 사는 법에 대한 책은 무수히 많지만 이 책은 돋보입니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일이 있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거나 일이 꼬이거나. 누구나 짜증을 낼 법한데 그게 이야기가 되어 우리를 위로합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흔들리는 오늘이 소중하다는 걸,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해봐야 흔들리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먹고사는 일에 바빠 신앙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랍니다.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곳에서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정일 목사, 문학 연구 공간 ‘상상’ 대표,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 『나는 문학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저자
은연중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요동하지 않는 것이 어른의 특징이고 성숙한 모습이라 배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란 불가능했습니다. 믿음도 관계도 마음도 일상도 끊임없이 흔들렸습니다. 신앙의 성숙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이 매일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좋겠다”고 밝힙니다. 저는 이 짧은 문장에 눈이 머뭅니다. ‘괜찮은’이라는 수식은 무엇에 해당할까요? ‘흔들려도’ 괜찮다는 의미일까요? ‘괜찮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의미일까요? 저는 둘 다를 수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그리스도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견고한 버팀목이 있어야 합니다.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버팀목에 관해서는 책을 읽으며 발견하길 바랍니다. 답을 알고 에세이를 읽는 건 바른 에세이 읽기가 아닌 까닭입니다.
조영민 나눔교회목사, 『교회를 사랑합니다』, 『하나님을 선택한 구약의 사람들』 저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소박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삶과 신앙의 여정은 매일이 그런 평범함보다는 좌충우돌에 더 가깝습니다. 조명신 목사님의 첫 에세이집에 남다른 기대를 갖는 이유는 다른 행성 이야기 같은 비범한 서사가 아니라 마치 내 모습 같은 보통의 사연들이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믿음, 관계, 마음, 일상, 사명, 이렇듯 세찬 바람 앞에 서 있는 독자들의 자리를 하늘의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통찰이 돋보이고, 굳이 힘주지 않아도 잔잔하게 읽히는 대중적인 글맛이 참으로 빛나는 책입니다. 확언하건대 저자의 묵상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흔들림이 남긴 자국들이 사실 믿음의 궤적이었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장일 팔로우교회목사, 『결핍의위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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