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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50.00 $35.00

  • 저자 폴 크루그먼|부키|발행일 2022-07-26
  • ISBN : 9788960519343 ISBN 코드복사
  • 664쪽|147*223mm|1262g|
책소개
세계를 위협하는 나쁜 신념과 좀비 정책에 맞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지적이고 단호한 투쟁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경험했던 거의 모든 정책 실험과 이를 둘러싼 사회경제 담론 논쟁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예리한 시선으로 비평하고 해부한 책이다.
지구촌의 통합도가 한층 높아진 21세기 들어서 세계의 각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현안과 당면과제를 맞닥뜨렸다. 크게 보아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 국가부채의 증대와 감소, 사회 복지의 확대와 축소,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일자리 창출과 실업 문제, 이민 정책,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방임 등이 그것이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기한 정책이 운용되었다. 새 밀레니엄 첫 20여 년간 시행된 여러 정책의 성패는 이제 상당 부분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시점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이 작업을 수행했다. 21세기 20년간의 전세계 주요 정책 논쟁의 총집합인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공공 정책과 사회 변화에 관심이 큰 독자들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목차
추천의 말 |감사의 말
머리말: 코로나19 시대의 좀비
서문: 선한 싸움

1장 부자 감세: 좀비는 왜 그토록 강할까?
최강 좀비 | 트윙키 시대의 교훈 | 역사상 최악의 세금 사기 | 트럼프 세금 사기 2단계 | 트럼프 감세는 어쩌다 물거품이 되었을까? | 트럼프의 감세 정책, 소문보다 훨씬 해롭다 | 부자 중세重稅의 경제학 | 엘리자베스 워런, 시어도어 루스벨트 역할을 하다

2장 누구를 위한 무역 전쟁인가?
과장된 세계화와 반발 | 아, 얼마나 트럼프스러운 무역 전쟁인가! | 동맹국들은 미국을 신뢰할까? | 관세가 다시 부패로 얼룩지다

3장 불평등을 감추려는 좀비들
기울어지는 미국 | 부자, 우파, 그리고 사실: 소득 분배 논쟁을 해부하다 | 대학 졸업자 대 과두 정치 | 돈과 도덕 | 저임금은 로봇 탓이 아니다 | 트럼프 지지 지역은 왜 그럴까?

4장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보수주의
운동 보수주의 | 구태舊態당 | 에릭 캔터와 운동 보수주의의 종말 | 중도 우파라는 엄청난 착각 | 미국 정치에 부재한 부류들

5장 이크! 사회주의!
21세기 빨갱이 사냥 |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가짜 민주주의 | 덴마크는 이상 없다 | 미국의 사회주의는 급진적이지 않다

6장 기후 변화 부정: 좀비의 활약
가장 중요한 문제 | 트럼프와 찰거머리 같은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 |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의 악행 | 기후 변화 부정, 트럼프주의를 낳다 | 그린 뉴딜을 준비하자

7장 트럼프 정치의 본질
이 어찌 최악이 아니겠는가 | 공화당 정치의 편집증적 행태 | 트럼프, 그리고 사기로 점철된 특권층 | 트럼프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다 | 당파심, 기생충, 그리고 양극화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백인 민족주의 | 누가 낸시 펠로시를 두려워하는가? | 트럼프 시대의 진실과 미덕 | 보수주의의 극악무도한 마지막 일전 | 남성성, 쩐, 매코널, 그리고 트럼프주의

8장 언론은 어떻게 정치를 내리막길로 몰아넣었는가
가짜 뉴스를 넘어서 | 미끼 상술 | 언론이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 | 경제 분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왜 거짓말쟁이를 거짓말쟁이라 부르지 못하나 | 사실을 보도할 것인가, 빈정대는 악담을 할 것인가

9장 사회 보장 제도 구하기
전쟁에 기댄 카키 선거, 그 후 | 사회 보장 제도에 드리우는 불안 | 야바위와 다름없는 우파의 논리 | 사회 보장 제도가 실패하리라는 믿음 | 사회 보장 제도가 주는 교훈 | 민영화의 추억 | 정부가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부문

10장 보편적 의료 보험을 물어뜯는 좀비들
유용한 정책을 개발하자 | 병든 의료 보험 | 의료 보험에 대한 기밀 사항 | 국민 의료 보험이 테러의 온상이라고? | 보험 회사의 지연 전술 | 의료 보험이라는 희망 | 공포, 삼진 아웃 | 오바마케어, 실패에 실패하다 | 상상이 빚어내는 의료 보험 공포

11장 오바마케어를 향한 공격
잔혹한 이익 집단 | 부담적정보험법이 선택한 세발의자 | 오바마케어의 매우 안정되고 비범한 특성 | 병들면 죽기 전에 먼저 파산한다 | 의료 보험 시행까지 민주당이 걸어온 행보

12장 거품과 붕괴
공포의 총합 | 거품이 꺼지다 | 쉬익 소리 | 금융 위기에 다다르는 혁신의 길 | 매도프 경제 | 무식쟁이 전략 | 아무도 부채를 모른다

13장 위기 관리를 방해하는 그릇된 믿음
거시 경제학이 올린 개가 | 불황 경제학이 돌아왔다 | IS-LM 모델 | 경기 부양 비용 계산(공부벌레용이지만 중요한) | 오바마 격차 | 비극적 결말을 맞은 경기부양책

14장 진지하고 점잖은 척하는 긴축 좀비
매우진지한사람들 | 긴축이라는 신화 | 엑셀발 불경기 | 일자리와 기술과 좀비 | 구조적 협잡

15장 유로화, 의도는 선했으나 결말은 지옥인
머나먼 다리 | 죄수 신세 스페인 | 호박벌의 추락 | 유럽이 꾸고 있는 불가능한 꿈 | 유럽이 앓고 있는 골칫거리

16장 잔소리꾼들과 헛소리꾼들이 재정을 위협한다
번번이 속아 넘어가는 적자 잔소리꾼들 | 왜 미국 정치는 헛소리꾼들에게 휘둘리는가? | 이념만 펄럭거리는 적자 위원회 | 라이언 법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 | 녹는 눈덩이와 부채의 겨울 | 민주당, 부채, 그리고 이중 잣대 | 혁신적 정책안에 드는 비용

17장 경제학의 위기
그릇된 믿음에 치르는 비용 | 신화 속 70년대 | 저 80년대 쇼 | 어떻게 경제학자들은 그토록 틀릴 수 있을까? | 그릇된 믿음, 연민, 그리고 공화당 경제학 | 기능적 재정이 무슨 잘못일까?(공부벌레용)

18장 나의 연구 방법과 경제학 탐색법
우울한 과학 | 나의 연구 방법론 | 불안정한 온건주의 | 거래 비용과 연결 고리: 내가 암호 화폐 비관론자인 이유

트럼프 시대를 뜨겁게 산 경제학자
인용 | 찾아보기

저자소개
저자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2008년 신무역론과 신경제지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1953년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출생, 1974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7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스탠퍼드, 예일, 런던경제대학에서도 경제학을 강의했다. 1991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1995년 미국경제학회에서 주는 애덤 스미스상을 수상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2011년 경제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현존 학자 중 가장 좋아하는 경제학자’를 묻는 설문 조사 결과 크루그먼이 선정되었다.
공적 지식인의 책무를 중시하는 크루그먼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평에 언제나 적극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크루그먼을 가리켜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고, 가장 존경받는 칼럼니스트”라고 평했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2012년 크루그먼을 “100대 글로벌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크루그먼은 명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유명하다. 학술지에 게재한 200여 편의 논문과 경제학 교과서 외에도 상아탑의 경계를 넘은 대중서 20여 권을 집필했고,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포천》 《슬레이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거시 경제학, 국제 경제학 및 정치, 외교 문제에 대한 수백 편의 칼럼을 왕성히 써왔고 특히 《뉴욕타임스》에는 격주로 게재하는 폴 크루그먼 칼럼을 20년 넘게 연재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은 2015년 6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은퇴한 뒤 뉴욕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자 : 김진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사보 편집 기자로 일했으며 환경 단체에서 텃밭 교사로도 활동했다. 어린이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재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책 번역가그룹’에서 활동했으며 《부의 흑역사》 《아이엠 C-3PO》 《경제학의 모험》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세상 모든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학교여, 춤추고 슬퍼하라》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서평
21세기 첫 20년간 전세계 주요 정책 논쟁의 총집합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경험했던 거의 모든 정책 실험과 이를 둘러싼 사회경제 담론 논쟁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예리한 시선으로 비평하고 해부한 책이다.
지구촌의 통합도가 한층 높아진 21세기 들어서 세계의 각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현안과 당면과제에 맞닥뜨렸다. 크게 보아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 국가부채의 증대와 감소, 사회 복지의 확대와 축소,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일자리 창출과 실업 문제, 이민 정책,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방임 등이 그것이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기한 정책이 운용되었다. 새 밀레니엄 첫 20여 년간 시행된 여러 정책의 성패는 이제 상당 부분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시점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이 작업을 수행했다. 21세기 20년간의 전세계 주요 정책 논쟁의 총집합인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공공 정책과 사회 변화에 관심이 큰 독자들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무덤에 들어가야 할 정책이 좀비처럼 살아난다면?
그런데 책 제목이 심상치 않다. 좀비라니. 사망한 존재가 꾸물꾸물 살아나 어기적거리고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그 좀비? 맞다!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객관적으로 성패가 검증되기 마련이다. 실패한 정책은 역사 무대에서 사라져야 마땅할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어떤 정책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아이디어는 처절한 실패 후에도 보란 듯이 다시 귀환하고는 한다. 저자는 이를 좀비 아이디어, 좀비 정책이라고 부른다.

좀비 아이디어는 반증(反證)에 의해 이미 쇠멸되었어야 하는데 여전히 비척비척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뇌를 파먹고 있다. (37쪽)

그러나 미국이 심각한 “기술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는 믿음은 중요 인사들이 사실임에 틀림없다고 여기는 여러 신조의 하나로, 이 신조는 이 인사들이 아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기술 격차 신조는 증거를 제시하면 죽어야 하지만 죽기를 거부하는 사상 곧 좀비 사상의 가장 적절한 사례다. (470쪽)

실패가 검증되고, 틀렸다는 증거가 제시되어도 죽기를 거부하는 좀비 정책과 사상을 밝혀내어 이들을 무덤 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주요한 목적이다. 자연히 이 책에는 여러 좀비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자 감세 좀비’이다.

가장 끈질긴 좀비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는 일이 경제 전반에 막대하게 해악을 입히며 따라서 고소득층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면 경이로운 경제 성장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신조는 현실에서 늘 실패를 거듭해 왔지만 어찌 된 셈인지 공화당 안에서는 어느 때보다 위세를 떨치고 있다. (37쪽)

감세 좀비 즉, 부유층에 대한 감세 정책은 역사가 길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의 감세부터,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 트럼프 정부의 2017년 감세까지 계속 공화당의 주요 집권 정책으로 채택되었다. 감세의 논거인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줄이면 투자와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그 과실이 차츰 소득 하위층까지 퍼져나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이론’은 신자유주의 정부들의 굳건한 신앙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대 감세 정책은 한결같이 미국 경제에 성장을 가져오지 못했고 재정을 악화하거나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켰다. 소득 상위층의 유동성 증가는 투자 증진보다는 머니 게임과 금융 투기의 확대를 야기하여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오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 공화당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보수 정당은 감세를 성장을 위한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양 애지중지한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에 등장하는 좀비는 최강 좀비인 ‘부자 감세 좀비’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과학이 밝혀낸 결과도 무시하는 ‘기후 변화 부정 좀비’, “미래 세대에게서 그만 훔쳐라” 같은 구호를 들고 나와 자못 진지하고 점잖은 척하지만 사실상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고 실업률을 방치하면서 경기 회복에는 아무 순기능을 하지 못한 ‘긴축 좀비’, 경제 불평등을 부정하는 ‘불평등은 없다’ 좀비, 불평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4차산업혁명과 기술 발전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기술격차 좀비’ 등등.
좀비는 경제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냉전이 끝났어도 여전히 건재한 ‘이크 사회주의 좀비’, 정책의 본질보다는 소소한 이미지 정치의 보도량을 늘리고 기계적 중립성에 치우쳐 독자의 판단을 흐리는 언론 행태도 미국 정치를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한 좀비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저자는 규정한다.

스타 경제학자의 통렬하고 지적인 싸움
스타 경제학자가 즐비한 미국에서도 폴 크루그먼은 항상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경제학자이다. 경제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현존 학자 중 가장 좋아하는 경제학자’를 묻는 설문조사(2011년) 결과 압도적 지지로 폴 크루그먼이 선정되었다. 크루그먼은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인 셈이다. 국제적인 영향력도 막강하여,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크루그먼을 “2012 FP 100대 글로벌 사상가”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런가 하면 폴 크루그먼은 가장 논쟁적인 지식인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수석 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크루그먼을 가리켜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고, 가장 존경받는 칼럼니스트”라고 평했다. 사회 이슈에 관한 소신 천명, 정부 정책의 공과에 대한 비평에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은 그의 단호하고 날카로운 비평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그런데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이제껏 공화당이 따르던 관행만이 아니라 미국이 옹호하던 모든 가치와도 결별했다. (중략) 따라서 한 국가의 주요 업무가 국익에 의해서도 아니고 국내 주요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서도 아닌, 금전적 이익 그리고/또는 백악관에 거주하는 한 남성의 아욕(我慾)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미국이 정말 대단한 국가가 아니면 뭔가? (277쪽)

좀비 정책과 아이디어에 대한 그의 단호하고 매서운 공격은 통렬하면서도 지적 품격을 잃지 않는다.

[국가] 부채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진 빚돈인 만큼 이로 인해 경제가 곧바로 더 가난해지지 않는다(그리고 그 부채를 갚는다고 해서 더 부유해지지도 않는다). 사실 부채는 금융 안정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고 불황의 나락에 빠진다면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여러 사건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실패한 디레버리지 정책과 최근 유럽에서 부상하는 정치 위기가 서로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지출을 대폭 늘리면 곧 국가를 흥청망청하게 운영하면 경제 위기가 닥친다는 견해를 철저하게 고수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주장하듯, 절약만이 최선이었다. 유럽은, 메르켈이 단언하듯, 검소하기로 유명한 저 스와비아(Swabia)[슈바벤] 주부를 본받아야 했다.
이런 처방전은 슬로모션처럼 닥치는 재앙에나 잘 들었다. 유럽 채무국은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하지만 사실상 몰아붙이다시피한 긴축은 잔인하리만치 혹독했다. 한편, 독일과 여러 주요 경제 국가는 지출을 늘려 주변국에서 실시한 긴축 재정을 상쇄해야 했는데도 역시 지출을 줄이려 애썼다. 그 결과, 부채 비율을 줄이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실질 성장이 거북이걸음처럼 느려졌고, 인플레이션이 거의 0으로 떨어졌으며,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국가에서는 전면적인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졌다. (427~428쪽)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대표적인 공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저자의 면모를 더없이 잘 드러낸 책이다. 신무역론과 신경제지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답게 저자는 정책의 내부적 효과는 물론, 국제적인 상호 연관 관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적재적소마다 꺼내놓으며 어떤 정책과 사상이 좀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과학적, 역사적 근거를 밝힌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좀비와의 싸움은 고어물처럼 사방으로 피가 튀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탁 트인 시각과 지적 쾌감을 안겨준다.

우울한 과학이 아닌, 대중의 언어로 쓴 사회비평
저자는 단순히 좀비 정책을 감별하고 사망 선고를 내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릇된 정책이 계속 되살아나는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과도한 정치화, 정략적 당파주의는 객관과 과학이 가리키는 증거를 무시하고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1차 원인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을 파고 들어가면 이러한 현실의 배후에는 부정직한 의도, 나쁜 신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솔직히 독자에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릇된 믿음에 기반을 둔 주장과 맞닥뜨렸을 때 그들 주장이 틀렸거니와 사실 그것이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다른 예를 들자면, 연준이 채권을 매입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널뛰듯 뛴다고 내다본 이들이 틀렸음을 지적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길을 잘못 든 이유를 설명하기는 고사하고 순순히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았음을, 그들 가운데 일부는 공화당이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별안간 입장을 번복까지 했음을 지적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정치적 논쟁에 널리 퍼져 있는 부정직에 정직해야 한다. 종종 허위가 의도를 드러내는 법이다. (44쪽)

전문가, 학자라면 어떤 정책의 공과를 검토하여 불편부당한 객관적 결론을 내리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크루그먼이 생각하는 ‘공적 지식인’은 단순히 정오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회 공공의 영역을 위해서라면, 객관 사태의 배후까지 추적하여 잘못된 구조의 근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공적 지식인의 임무이다.
21세기의 첫 20년은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국제 사회에서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은 물론, 한때 자유민주주의의 산실이라고 여겼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 시기이기도 하다. 부시부터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는 누가 보아도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나쁜 신념에 기초한 정책이 전체 국민이 아닌 특정 정파나 일부 계층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리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물었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분석이다. 흔히 ‘우울한 과학’이라고 하는 경제학을 무기로, 그러나 명칼럼니스트답게 더없이 상식적이고 재치있는 대중의 언어로 크루그먼은 개별 정책 비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시부터 트럼프까지 한 시대를 점령한 극단적 보수주의가 미국과 전세계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를 어떻게 위기에 빠뜨렸는지 집요하고도 혹독하게 파헤친다.

5년간 대한민국호의 항해를 책임질 선장이 새로 선출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했든 이제는 시민사회가 마음을 모아 국정이 올바른 항로를 순항하도록 감시하고 또 응원할 때이다. 지난 20여 년간 전세계적으로 주요한 정책의 공과를 감별하고 나쁜 신념에 대항해 일전을 불사한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가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시사점을 제공하리라고 기대한다.

<책속에서>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정책을 원칙에 입각해 올바른 믿음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토론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유력한 용의자들은 코로나19가 제기하는 이런저런 위협을 묵살하고 축소하자고 일찌감치 결정 내렸다. 여기에는 재정적 이해관계, 이념, 약삭빠른 정치적 계산 등 여러 이유가 한데 섞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음이 몇 번이고 증명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요컨대 코로나19 부정론은 기후 변화 부정론이나 감세 옹호론처럼 좀비 아이디어(zombie idea)였다. 그렇게 결국 좀비 대재앙(zombie apocalypse)이 닥쳤는지도 모른다. (21쪽)
― 머리말: 코로나19 시대의 좀비

가장 끈질긴 좀비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는 일이 경제 전반에 막대하게 해악을 입히며 따라서 고소득층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면 경이로운 경제 성장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신조는 현실에서 늘 실패를 거듭해 왔지만 어찌 된 셈인지 공화당 안에서는 어느 때보다 위세를 떨치고 있다. (37쪽)
― 서문: 선한 싸움

나는 20여 년 동안 《뉴욕타임스》에 글을 써 왔다. 그러나 아직도 교열 담당자에게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따라서 독자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라는) 내용과 관련해 종종 질문을 받는다. 내가 일반 독자도 경제학자와 똑같은 의미로 단어를 쓸 것이라 부주의하게 여긴 때문이다. 일례로 경제학자들이 “투자(investment)”라고 말할 때 그것은 보통 공장이나 사무실 건물 등을 새로 짓는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투자”를 주식을 매수한다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란다면, 경제학자들은 이 단어를 자세히 풀어 설명해야 한다. (42쪽)
― 서문: 선한 싸움

보수주의의 경제 신조는 나머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게끔 기득권층에 유인 효과를 줄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우파에 따르면, 우리는 부유층이 열심히 일하게끔 유인하기 위해 부유층에 세금을 인하하고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게끔 유인하기 위해 기업에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보수주의의 경제 신조는 실제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호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 정책은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캔자스주의 감세 정책은 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의 증세 정책은 성장을 늦추지 않았다. (72쪽)
― 1장: 부자감세 좀비는 왜 그렇게 강할까

여기서 꼭 짚고 싶은 점이 있다. 보호 무역주의로 이익을 보는 작은 집단은 손실을 보는 훨씬 큰 집단보다 종종 정치적 영향력이 더 막강하다는 것이다. (97쪽)
― 2장: 아, 얼마나 트럼프스러운 무역 전쟁인가!

이 논의에 내가 한몫한 점은, 어떤 의미에서는 최상위층의 소득 증가가 사실로서 주요한 경제 쟁점임을 지적하고 그 핵심을 아주 간결하게 전했다는 것이다. 지금 악명을 떨치는 “크루그먼 계산법(Krugman calculation)”에 따르자면, 평균 가계 소득의 증가분에서 70퍼센트가 상위 1퍼센트 가계에 돌아갔다. (124쪽)
― 3장: 불평등을 감추려는 좀비들

소득 분배를 두고 중요한 여러 쟁점이 있다. 왜 최상위층 소득은 치솟는 데 반해 최하위층 소득은 곤두박이치는지 그 이유를 정말 아무도 다 알지 못한다. 어떤 정책으로 그 흐름을 멈추거나 돌려세울 수 있을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보수주의자는 그 문제의 본질을 논의할 마음도 없을뿐더러 현실을 마주할 마음은 더욱더 없다. (145쪽)
― 3장: 불평등을 감추려는 좀비들

기후 변화는 거짓말이다. / 기후 변화는 일어나고 있지만 인간이 일으키지 않는다. / 기후 변화는 인간이 일으키지만 어떤 조치든 취하면 일자리를 없애고 경제 성장을 망친다.
기후 변화 부정론자가 밟는 단계다. 어쩌면 단계라는 말이 틀릴지도 모른다. 아무리 철저하게 증거를 제시하며 논박해도 기후 변화 부정론자는 어느 한 주장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으니까. 바퀴벌레 같은 생각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낫다. 이미 다 없애버렸다고 여기는 그릇된 소리인데도 어디선가 자꾸 튀어 나온다. (212쪽)
― 6장: 기후 변화 부정 좀비의 활약

정치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만을 그림자 세력 ―종종 그러듯 사악한 유대 금융가― 탓이라고 지탄하면 이는 망상이려니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권력의 지렛대 대부분을 쥔 사람들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면 그 공상은 망상이 아니라 도구다. 반대자들을 정당한 지위에서 물러나게 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용기 있게 비판하는 사람들을 멸시할뿐더러 처벌까지 할 빌미를 제공하는 수단이 된다. (238쪽)
― 7장: 트럼프 정치의 본질

사실 사소화와 편향의 방향으로 나아가던 길 어디쯤에선가 TV 뉴스는 후보의 정책을 더는 보도하지 않고 후보의 개성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하는 사소한 정보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래서 우리는 케리의 머리 모양에 대한 소식은 들어도 그의 의료 보험 정책안에 대한 내용은 접하지 못한다. 부시의 짧게 깎은 머리 모양에 대한 소식은 들어도 그의 환경 보호 정책에 대한 내용은 접하지 못한다. (289쪽)
― 8장: 언론은 어떻게 정치를 내리막길로 몰아넣었는가

노동자들이 저축도 거의 하지 못하고 투자도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한다면 그것들을 다 본인들 탓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생업에 힘써야 하고, 자식을 키워야 하고, 삶의 만난고초를 헤쳐 나가야 한다. 이들이 전문 투자가도 되어야 한다고 바란다면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되었든, 경제는 현실의 삶을 영위하는 현실 속 사람에게 이바지해야 한다. 오직 소수만이 길을 찾을 수 있는 장애물 경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332쪽)
― 9장: 사회 보장 제도 구하기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돈은 한두 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부문은 미국 GDP의 8퍼센트를 차지했다. 한 세대 전에는 GDP의 5퍼센트에 못 미쳤는데 그만큼이나 오른 것이다. 오른 이 3퍼센트가 헛되이 쓰인 돈이라면, 그리고 열에 아홉은 그러할 텐테, 우리는 지금 1년에 40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낭비되고, 사기당하고, 오용된다고 말하는 셈이다. (419쪽)
― 12장: 거품과 붕괴

거의 모든 세상 사람이 소득보다 덜 지출하려 애쓰면 극심한 경기 후퇴만 불러올 뿐이다. 내 지출은 네 소득이고 네 지출은 내 소득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누군가 기꺼이 소득보다 더 지출해야 한다. 그 중요한 역할을 바로 정부가 해내고 있었다. (458쪽)
― 14장: 진지하고 점잖은 척하는 긴축 좀비

더욱이, 노동자들이 자신이 겪는 곤경을 자기 탓으로 받아들이게끔 함으로써, 기술 격차 신화는 고용과 임금이 정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임에도 수익과 특별 배당금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치솟는 현실에서 주의를 돌리게 한다. 물론 그 때문에 기업 경영진이 유독 저 기술 격차 신화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이 좀비를 죽여야 하고(할 수만 있다면), 아울러 노동자를 벌주는 경제 편에 서서 변명을 늘어놓는 일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427쪽)
― 14장: 진지하고 점잖은 척하는 긴축 좀비

경제학과 정치학을 말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현대 미국에는 세 부류의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전문 경제학자(liberal profession economist), 보수주의적 전문 경제학자(conservative professional economist), 전문적 보수주의 경제학자(professional conservative economist). (576쪽)
― 17장: 경제학의 위기

“기꺼이 우스러워져라”라는 권고가 단련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허가증은 아니다. 사실, 매우 혁신적인 이론을 연구하는 데는 확실히 인정받는 학술 논문으로 연구하는 경우보다 훨씬 탄탄한 지적 단련이 필요하다. 연구에서 꾸준히 노정을 밟아 나아가기가 정말 힘들다. 지형이 낯설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도는 자신과 아주 쉽게 마주친다. (603쪽)
― 18장: 나의 연구 방법과 경제학 탐색법

<추천사>

명확하고 접근하기 쉬운 글쓰기 재능, 번득이는 지성, 폴 크루그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워싱턴포스트》

훌륭한 학자이자 논쟁가인 크루그먼의 예리한 칼럼은 공공 정책과 진보적 변화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앞길을 비춰 주는 등불이다.
― 데이비드 엑설로드(오바마 정부 수석 고문)

폴 크루그먼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저널리즘 일반의 군중 심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 수학, 인류애를 적용해 중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변화시켰고, 경제학이라는 암울한 과학을 평범한 언어로 해석해 들려주었다.
― 데이비드 케이 존슨(퓰리처상, IRE 메달, 조지 포크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학자로서의 그의 세계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글 각각의 지면은 길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꾹꾹 눌러 담아서 그런지 밀도만큼은 최고다. 앞부분의 글들이 좀비에 대해 서늘할 정도로 과감한 언어를 쓰는 격문이라면, 뒷부분의 글들은 다분히 자기 성찰적이다.
― 우석훈(경제학자)

이코노미스트, 즉 환율이나 금리 같은 중요한 경제 변수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는 바로 폴 크루그먼이었다. 그는 매우 확률 높은 예측가인 데다, 일관된 자신의 사고 분석 체계를 가지고 경제를 해석한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크루그먼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홍춘욱(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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