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존 번연의 《천로역정》 출간을 시작으로, 두란노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삶을 변화시킨 검증된 기독교 고전을 소개하는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시리즈를 내놓았다. 꼭 읽어야 하는 책,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이 시대를 사는 신앙인들의 내면을 든든히 채워 줄 세계 기독교 명작을 엄선했다. 시리즈 두 번째 책은 ‘유럽 지성의 최고봉’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다. 설령 파스칼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할지라도, 그가 쌓은 업적들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천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였던 파스칼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진정으로 회심한 뒤 그의 천재성을 인간 본성을 둘러싼 신학적 탐구에 쏟아부었다.
17세기 파스칼의 생각들이
이 시대 우리의 생각을 두드리다
“팡세”(Pensees)는 ‘생각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회심 이후 파스칼이 내려고 준비했던 《기독교 신앙에 대한 변증》의 초고 중의 초고라고 할 수 있다. 파스칼이 죽은 뒤 그의 방에서 발견된, 순서도 연속성도 없이 실로 묶인 채 여러 묶음으로 흩어져 있던 900여 개가 넘는 메모들의 사본을 엮은 책으로, 1670년(파스칼이 죽고 나서 8년 뒤)에 초판본이 세상에 소개됐다. 이후 엮은 사람과 방식에 따라 다양한 편집본이 존재하며 그 해석 또한 다채롭다. 이 한국어판은 고전 출판의 명가 미국 펭귄 출판사에서 라푸마 판을 기초로 여러 편집본과 참고 자료, 전기 등을 비교 분석해 신중히 번역한 영문판을 옮긴 것이다.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저자의 어조와 열정을 그대로 담아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세계의 지평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금언이 이 책에서 나왔다.
하나님 없는 인간의 참상, 하나님을 가진 인간의 행복
인간 본성의 모순과 이중성을
심리학적 · 사회적 · 형이상학적 · 신학적으로 탐구하다
《팡세》에는 ‘하나님 없는 인간의 참상과 하나님을 가진 인간의 행복’을 알려 주려던 저자의 의도가 곳곳에 묻어난다. ‘인간 본성의 모순과 이중성’이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파악하고, 성경 안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흔적이 돋보인다. 또한 신앙의 본질을 잃고 타락했던 당시 가톨릭교회 안에서 참신앙과 교회를 격정적으로 고민한 흔적이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 완성된 책이 아니라 집필 중인 조각 글들의 모음이라 전체적인 의미를 알 수 없어 때로는 오독의 위험이 있고, 현대 신학과 부딪치는 내용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공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의미 차원에서 오늘날에도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17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그의 생각의 파편들을 조심스럽게나마 엿보고 함께 고민해 보자. ‘깊이 생각하기’가 낯선 이 시대 크리스천들이 성경적으로 사고하고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냉철한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강렬한 체험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 그의 글은 이성과 믿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 신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줄 것이다. 때로는 트윗 같기도 하고 때로는 페이스북 같기도 한 파스칼의 생각의 광장으로 오늘 당신을 초대한다!
사소한 것들이 위안을 준다. 하찮은 것들이 마음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43번 단장>
인간은 결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과거를 불러내고 미래를 예측한다. 마치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더뎌서 재촉이라도 해 보려는 듯이, 또는 너무 빨리 날아가 버린 과거를 붙들어 두기라도 할 듯이 도로 소환해 낸다. 인간은 얼마나 슬기롭지 못한지 제 몫이 아닌 시간 속을 헤매고, 반면에 유일하게 스스로 어찌해 볼 수 있는 시간에 관해서는 조금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허무하기가 한량없어서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꿈꿀 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시간은 생각 없이 놓쳐 버린다. 현재는 대개 아픔을 안긴다. 괴로우니 시야에서 밀어내려는 것이다. 즐길 만하다 싶으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아쉬워한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가 현재를 지탱하려 애쓰며, 도달하리라고 결코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을 위해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들을 조정하려 든다.
우리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그러면 우리의 신경이 온통 과거, 또는 미래에 관심을 쏟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는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다. 혹시라도 현재를 헤아린다면 그건 미래 계획에 어떤 도움이 될지 궁리할 때가 전부다. 현재는 결코 목적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는 수단이며 미래만이 목표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사는 게 전혀 아니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게 행복해질까 늘 계획만 세우고 있으니, 당연히 정말로 행복해질 리가 없다.
<47번 단장>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나무는 스스로 비참한 줄 모른다. 비참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비참하지만, 비참하다는 점을 안다는 데 위대함이 있다.
<114번 단장>
죽음과 비참, 무지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그런 유의 일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133번 단장>
좋아하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라. 거기에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온갖 복을 보태 보라. 이 세상에서는 왕의 자리에 오르기가 으뜸으로 근사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왕이라는 지위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을 빠짐없이 갖되 오락 거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이 전부라면, 이 김빠진 행복은 주인공을 계속 묶어 두지 못할 것이다. 결국 눈앞에 닥친 위협들, 역모가 일어날 가능성,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죽음과 질병을 헤아리기 시작할 것이 뻔하다. 결국 흔히 말하는 여흥을 빼앗긴 주인공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운동경기와 오락을 마음껏 즐기는 가장 미천한 신하보다 한결 더 불행할 것이다.
따라서 정신을 쏙 빼놓는 심심풀이에 정신을 쏟든 내기, 사냥, 몰입하게 만드는 공연을 비롯해 흔히 말하는 오락 거리처럼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새롭고 유쾌한 열정을 동원하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파고드는 데서 관심을 돌리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노름, 여성들과 어울리는 교제, 전쟁, 높은 자리 따위가 그토록 각광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 것들이 정말 행복을 불러오지는 못한다. 도박판에서 돈을 따거나 토끼를 사냥했다고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선물로 준다면 아무도 내키지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불행한 인간의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도, 전쟁의 위험도, 부담스러운 지위도 아니다. 그저 불행한 처지에 관한 생각을 벗어 버리고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한바탕의 동요,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에 사냥으로 잡은 짐승보다 사냥하는 행위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북적이는 것을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다. 감옥에 갇히는 것이 그토록 두려운 형벌인 까닭이다. 고독이 주는 즐거움을 그토록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연유다. 왕이 되는 데 따르는 주요한 기쁨도 사실 이것이다. 주위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돌리려 애쓰며 온갖 쾌락을 알선하기 때문이다. 왕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막으려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136번 단장 중에서>
만사를 이성에 굴복시킨다면, 우리 종교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빈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성의 원리들을 짓밟는다면 우리 종교는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워질 것이다.
<173번 단장>
그리스도 없이 하나님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소용없는 짓이기도 하다.
<191번 단장 중에서>
인간은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온 자연을 통틀어 가장 연약한 존재다. 하지만 생각하는 갈대다. 인간을 으스러트리기 위해 온 우주가 무장을 하고 나설 필요는 없다. 증기 한 모금, 물 한 방울로도 죽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주가 인간을 으스러트린다 해도 인간은 여전히 그 우주보다 고귀하다. 스스로 죽어 가고 있으며 우주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하지만 우주는 그 무엇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존엄한 까닭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을 위해 의지해야 할 것은 무슨 수를 써도 채울 수 없는 공간이나 시간이 아니라 바로 생각이다. 잘 생각하기에 힘쓰자. 그것이 윤리의 기본 원리다.
<200번 단장>
인간의 참본성, 참행복, 참미덕과 참신앙은 따로따로 떼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93번 단장>
신앙을 깊이 알지 못하게 나를 멀리 떼어 놓을 것만 같았던 온갖 모순들이 도리어 더없이 직접적으로 참신앙에 이르도록 나를 이끌어주었다.
<404번 단장>
참다운 신앙은 탁월함과 비참함을 동시에 가르치고, 자존감과 자기 비하,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품게 할 것이다.
<450번 단장>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들과 자신을 의롭게 여기는 죄인들이다.
<562번 단장>
인간은 분명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전부 거기서 나온다. 그리고 인간의 의무는 온통 마땅히 할 생각을 하는 데 있다. 생각의 순서는 스스로에서 시작해 자신을 지으신 분과 그 목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무얼 생각하는가? 이런 일들은 눈곱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춤추고, 풍악을 울리고, 노래하고, 시를 짓고, 창 다루는 솜씨를 겨루는 따위의 생각뿐이다. 왕이 된다거나 한 인간이 되는 일이 무얼 의미하는지 따위는 헤아려 보지도 않고 그저 싸움을 벌이고 왕이 될 궁리만 한다.
<620번 단장>
참된 행복을 좇다가 보람도 없이 지치고 피곤해지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 사람은 구주께 손을 내밀게 마련이다.
<631번 단장>
모든 것이 동시에 움직일 때는 아무 움직임도 없는 듯 보인다. 모두가 부패한 쪽으로 움직이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구라도 멈춰 서면, 그가 고정된 한 점 구실을 해서 정신없이 질주하는 다른 이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699번 단장>
흔히 “신앙을 가지면 쾌락을 좇는 삶을 당장 집어치울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쾌락을 좇는 삶을 내버리면 곧바로 신앙을 가질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시작은 당신 몫이다. 신앙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그럴 힘이 없으며 당신이 하는 말을 검증해 볼 능력도 없다. 하지만 당신은 쾌락을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내가 진실을 말하는지 여부를 시험해 볼 수도 있다.
<816번 단장>
하나님 말고는 달리 기댈 데가 없을 때 교회의 상태는 가장 좋아진다.
<845번 단장>
날마다 먹고 자지만 거기에 싫증을 내지는 않는다. 금방 다시 허기가 지고 잠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지루해질 것이다. 영적인 것에 주리지 않으면 곧 지겨워진다. 의를 찾는 굶주림. 산상수훈, 그 여덟 번째.
<941번 단장>
인간은 상상을 자기 마음으로 여기기 십상이며, 회심을 생각하기 시작하자마자 이미 회심한 것으로 믿기 일쑤다.
<975번 단장>
1부. 파스칼이 분류한 원고
1. 질서
2. 덧없음
3. 비참
4. 권태
5. 원인과 결과
6. 위대
7. 모순
8. 오락
9. 철학자들
10. 최고선
11. 포르루아얄
12. 첫머리
13. 이성의 굴복과 활용
14. 하나님을 증명해 보이는 이 방식의 탁월함
15. 이행, 인간을 아는 지식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15b. 자연은 부패했다
16. 다른 종교들의 거짓됨
17. 기독교 신앙의 매력
18. 근거
19. 표징으로 세워진 법
20. 유대교 율법주의
21. 영속성
22. 모세의 증거
23. 그리스도의 증거
24. 예언
25. 특별한 표징들
26. 크리스천의 윤리
27. 결론
2부. 분류되지 않은 원고
시리즈 1. 갖가지 글들 1
시리즈 2. 도박
시리즈 3. 무관심
시리즈 4. 영원한 심판. 그리스도
시리즈 5. 기독교에 관한 두 가지 핵심 진리
시리즈 6. 유대 민족의 이점
시리즈 7. 유대 민족의 성실성
시리즈 8. 참유대인과 진정한 크리스천은 같은 신앙을 가졌다
시리즈 9. 유대 민족의 독특성
시리즈 10. 유대 민족의 영속성
시리즈 11. 신앙의 증거
시리즈 12. 예언 1
시리즈 13. 특별한 예언들
시리즈 14. 다니엘
시리즈 15. 이사야와 예레미야: 라틴어 본문
시리즈 16. 예언 2
시리즈 17. 예언 3
시리즈 18. 예언: 유대인들과 그리스도
시리즈 19. 상징적인 의미
시리즈 20. 고전에서 가져온 글들
시리즈 21. 정신의 두 가지 유형
시리즈 22. 수학적인 정신과 직관적인 정신
시리즈 23. 갖가지 글들 2
시리즈 24. 갖가지 글들 3
시리즈 25. 인간의 본성. 문체. 정의 등
시리즈 26. 오류의 근원
시리즈 27. 오락. 초고 서문
시리즈 28. 기독교 신앙의 탁월함. 인간의 행동
시리즈 29. 인간 가치의 상대성. 성경과 그 진리
시리즈 30. 습관과 회심
시리즈 31. 성경의 상징적인 이야기들. 인간관계
3부. 기적들
시리즈 32. 생 시랑의 견해
시리즈 33. 기적의 기준
시리즈 34. 포르루아얄 편에서 예수회에 맞서는 기적들
4부. 첫 번째 사본에 들어 있지 않은 단장들
1. 메모리얼
2. 오리지널 컬렉션의 단장들
3. 다른 자료에서 찾은 단장들
4. 파스칼과 관련 있는 말들
5. 새로 발견된 팡세들
셀리에 판과의 대조 색인
정선한 참고문헌
내 안의 천사 같은 위대함과 짐승 같은 비참함이, 고상한 영적 갈망과 삿되고 헛된 세상적 욕망이 서로 싸우고, 후자의 것이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자꾸 보채고 아우성칠라치면, 인정하라, 내 안의 두 욕망이 공존한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이 바로 나임에랴. 허나 선택하라, 내 안의 천사를 말이다. 그대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이 책, 《팡세》도 선택하라.
– 김기현 _로고스교회 담임목사, 로고스서원 대표
불안하고 초조한 신경증, 오만한 지성주의, 경박한 물질주의, 이기심, 공격성 같은 것들이 일상적인 삶의 이면에서 말끔히 사라져 버린다면 그제야 파스칼의 글을 찾는 독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때까지 《팡세》는 누구나 절감할 수밖에 없는 ‘변덕, 권태, 불안’이라는 인간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숱한 이들을 사로잡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 A. J. 크라일샤이머 _영문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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