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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평전 시대를 뛰어넘은 한 천재의 성찰과 삶

$40.00 $28.00

저자 : 권수경  |  출판사 : 이새
발행일 : 2020-12-14  |  (152*225)mm 352p  |  979-11-88272-30-3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향한 파스칼의 조언
오늘 우리는 파스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파스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삶 이곳저곳에서 또 순간순간마다 400년 전에 살았던 한 천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파스칼 평전》은 파스칼의 생애를 살피고,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수학이나 과학에서의 다양한 업적을 알아보고 조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또한 기독교 신앙인이었던 파스칼이 독특한 논리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였음을 살펴보았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정치, 경제, 교육, 윤리 어느 하나도 똑 부러지는 답을 못 주는 가운데 우리의 삶은 무의미와 맹목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저자는 생각의 힘으로 광대한 우주를 단숨에 삼켜버렸던 천재 파스칼이 우리 시대의 생각하는 갈대들에도 그렇게 자신을 알고 온 우주를 정복해 보자고 권한다.

광대한 우주를 마주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
그러나 우주마저 삼킬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깨달은 천재

“인간은 자연 속에서도 가장 가냘픈 한 줄기 갈대와 같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파스칼의 고전 《팡세》에 나오는 명구(名句)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파스칼의 유명한 《팡세》나 명구는 잘 기억하지만, 그가 과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너무도 쉽게 간과해 버리곤 한다.

오늘 우리는 파스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의 역사를 다룰 때마다 책의 서문에 파스칼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무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계산작업을 돕기 위해 발명한 파스칼린(pascaline)은 오늘날 전자계산기의 시초였고, 삼백 년 후 이 기계식 계산기가 컴퓨터로 발전했다. 스위스의 컴퓨터 과학자 니클라우스 비르트(Niklaus Wirth)는 파스칼의 기계식 계산기가 컴퓨터의 역사에서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파스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입체를 구현하는 사영기하학, 대기압의 실체 및 진공의 존재 실험(헥토파스칼이라는 단위를 기압의 단위로 사용한다), 유체역학, 확률과 기댓값 등 수학과 과학에 남겨진 그의 영향은 넓고도 깊다.

그리고 파스칼은 이 모든 것을 기독교 신앙의 바탕 위에서 이룩하였다. 그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하기보다는 수학자이면서 철학자라는 걸 보여주듯 나름의 철저한 고증과 연구, 철학적인 관점과 논리로 기독교를 증명하려고 하였다. 특히, 기독교 변증론인 ‘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를 통해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면 신을 믿는 쪽에 내기를 거는 편이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 파스칼의 내기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는데, 20세기 최고의 수학자 중 하나이자 현대 컴퓨터 아키텍처의 기반을 제시한 폰 노이만(Johann Ludwig von Neumann) 역시 파스칼의 내기에 영향을 받아 말년에 무신론자에서 가톨릭으로 귀의하였다.

생각의 힘으로 우주를 삼켜버렸던 파스칼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정치, 경제, 교육, 윤리 어느 하나도 똑 부러지는 답을 못 주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닥쳐 우리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무의미와 맹목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럴 때 그 누구보다 파스칼을 읽어야 한다.
권수경의 《파스칼 평전》은 파스칼의 생애를 살피고,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수학이나 과학에서의 다양한 업적을 알아보고 조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광대한 우주는 오늘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고 양자의 신비와 생명의 오묘함은 우리를 더욱 깊은 세계로 이끌고 들어간다. 알아가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모르는 것의 분량은 더 커져 우리의 무지가 얕은 지식을 압도해 버린다. 저자는 생각의 힘으로 광대한 우주를 단숨에 삼켜버렸던 천재 파스칼이 우리 시대의 생각하는 갈대들에도 그렇게 자신을 알고 온 우주를 정복해 보자고 권한다.

광대한 우주를 처음 마주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 그러나 무한에 가까운 우주마저 삼켜버릴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깨닫고 거기서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파스칼이다. 파스칼의 삶이 갖는 다양한 차원을 고려할 때 오늘날 파스칼이라는 천재가 인류에 끼친 큰 유익을 보며 감사할 따름이다.

격변과 혼돈의 시대에 생각하는 갈대들에게 드리는 선물

이 책은 세기의 천재 블레즈 파스칼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본 연구서다.
책 전반부에서는 파스칼이 큰 업적을 남긴 수학, 물리학, 신학, 문학 등 네 영역에서 파스칼이 어떤 공헌을 하였으며 그 성취가 오늘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보았다. 수학자로서는 사영기하학의 초석을 놓았고 확률론 체계를 이룩하였으며, 물리학에서는 진공 및 대기압 연구와 유체역학 분야에서 큰 공을 세웠다. 신학 분야에서는 당시 교회의 부패상에 맞서 성경의 원리를 정립하였고, 문학 부문에서는 평생 연구한 수학, 물리학, 신학 등의 모든 영역이 한 데 모여 사람에 관한 깊은 연구로 마무리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 외에도 천재 파스칼이 우리에게 끼친 수많은 혜택을 다양한 영역에서 확인해 보았다.

책 후반부에서는 파스칼의 <팡세>에 등장하는 ‘파스칼의 내기’ 논리를 분석하고 해설하였다. 평생 도박에 반대하였던 기독교 신앙인이 내기라는 독특한 논리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였음을 살펴보았고 철학적 논리 뒤에 숨은 저자의 신앙적 열정까지 분석해 본 글이다.

방법은 늘 같았다.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걸러내 명백하게 옳은 것을 얻어내는 방법이었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되고 인격이 되고 나중에는 삶이 되었다. 진리에 대한 열정에 온통 사로잡혀 한 번 씨름을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파스칼이 어려서부터 보인 특이한 점은 언제나 원리를 알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자연과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아버지에게 어린 파스칼은 항상 왜 그런지, 그렇게 되는 ‘이유’가 뭔지 묻곤 했다.
_34쪽

기본적인 통찰은 포퍼와 똑같다. 그래서 파스칼을 포퍼 이론의 선구자로 보기도 한다. 다만 포퍼처럼 체계적인 과학철학의 원리로 발전시킬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반증 가능성 원리를 담은 이 짧은 구절이 파스칼 당대와 오늘날의 과학계에 전하는 메시지는 크다. 적어도 과학 분야에서는 아무리 보편성을 가진 주장이라도 단 하나의 예외에 의해 무너질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자연의 진공 혐오가 아무리 오래된 진리라 해도 자연 상태에서 진공이 단 한 번 생기는 순간 옛 신화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 파스칼의 명확한 입장이었다.
_104쪽

니체는 평생 파스칼을 흠모했다. 쇼펜하우어를 통해 파스칼을 접하게 된 만큼 이 세상의 가치를 부인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파스칼의 성찰은 니체의 철학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니체 본인도 “내 핏줄에는 파스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솔직하게 썼다. 그렇지만 한 가지가 끝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스칼이 가진 기독교 신앙 곧 “(사람은) 어리석게 되어야 한다(il faut s’abetir)”는 원리였다. 니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인간다움을 포기하라는 권고다. 확고한 지성의 소유자 파스칼이 그렇게 돼 버린 것은 원죄 교리 때문이라고 니체는 분석한다. 기독교가 파스칼로 하여금 원죄가 인간의 지성을 파괴했다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기독교를 “비인간적인 잔인함 가운데 가장 소름 끼치는 형태”라 불렀다. 정확한 판단이다. 이 원죄 교리가 사실 파스칼의 인간 이해의 핵심이었다. 파스칼이 그런 입장을 취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독교 신앙 없이는 자연도 역사도 모두 “괴물 및 혼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스칼은 진리를 위해 자연과 역사와 인간을 부인해야만 했고 니체는 그런 식으로 “파스칼을 망가뜨린 기독교를 용서할 수 없다”고 분개했던 것이다.
_158~159쪽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단순히 우주의 광대함 때문이 아니었다. 광대함보다 두려운 것은 무의미였다. 파스칼이 본 인간은 “내버려진(abandonne)” 존재였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가 인간 실존의 특징으로 규정한 ‘던져짐(Geworfenheit)’을 300년이나 앞서 말한 것이다. 그렇게 침묵하는 우주는 우주의 한 구석에 내팽개쳐진 우리에게 “누가 거기 두었는지, 무얼 하러 왔는지, 죽으면 어떻게 될 건지” 말해주지 않는다. 우린 한 마디로 “맹목”이며, 인간 존재의 맹목성은 곧 우리의 “비참함”이다.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고” 또 “절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_183~184쪽

파스칼이 왜 이리 흥분했을까? 진리라 했다. 진리!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유보해두자 했던 바로 그것이다. 이성의 무능함 때문에 진리는 알 수 없으니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어느 쪽이 행복을 주는지 그것부터 찾아보기로 했는데 결론에 와서 진리와 만났다. 행복을 찾아 먼 길을 왔는데 도착해 보니 진리도 거기 함께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 진리를 제쳐두고 행복부터 찾으려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너무 나무라지 말자. 행복을 추구하는 그것이 진리로 가는 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행복을 찾는 그 길이 결국 이성을 가진 사람이 내릴 올바른 결정이었구나. 파스칼도 “진리를 아는 것과 행복하게 되는 것”을 늘 함께 말한다. 사실 끝에 와 만난 게 아니라 줄곧 함께 왔다. 이성이 알 수 없는 문제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 단계 단계마다 이성의 동의를 얻고 때로는 지침도 구했다. 진리는 알 수 없으니 행복부터 우선 찾아보자 한 것도 이성의 판단이었고 그 행복을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쪽에서 찾기로 한 것도 이성의 결정이었다.
_294쪽

들어가는 말

제1부 파스칼의 삶과 학문
제1장 수학자 파스칼
제2장 과학자 파스칼
제3장 신학자 파스칼
제4장 문학자 파스칼

제2부 파스칼의 내기

나가는 말

권수경

서울대학교에서 철학(BA, 1984)을 전공한 뒤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신학(M. Div., 1990)을 공부하였다. 1991년 도미하여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철학신학 전공으로 신학석사(STM, 1993) 학위를, 예일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종교철학 전공으로 박사(Ph. D., 2007)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독일 관념론 철학자 프리드리히 셸링(F. W. J. Schelling)이 다룬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를 사상사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학위 과정 중 전임목회도 병행하여 코네티컷 한인교회에서 4년, 그리니치 한인교회에서 17년을 담임목사로 일했다. 2018년부터 모교인 고려신학대학원에 초빙교수로 와 변증학, 기독교 윤리학, 포스트모더니즘, 자연과학과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와 인문학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일반상식과 성경의 차이점을 해설한 《질그릇에 담은 보배》(복 있는 사람, 2017), 한국교회의 재물 숭배를 비판한 《번영복음의 속임수》(SFC, 2019), 현대 사상 및 세계관을 근거로 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한 《변하는 세상 영원한 복음》(SFC,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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