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소통, 참여와 합의는 현재를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의 멋진 세상을 열어갈 청소년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적어도 21세기에는 퍼실리테이션이 이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검증된 도구이다. 이 책은 청소년 퍼실리테이터들에게 필요한 청소년의 특징과 퍼실리테이션의 이론적 배경, 기초, 기본 도구들, 응용 등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입문」발간에 붙여
신 좌 섭
이 책을 집필한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의 창립회원들을 처음 만난 것은 약 5년 전인 2016년 1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진 분들 1백여 명이 참석한 조찬 모임에 필자가 초대를 받아 ‘공감과 소통의 청소년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것이 만남의 계기가 되었다.
이 강의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평화롭고 지혜로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를 10만 명 정도 양성하여 사회 곳곳에 진정한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이 모두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싶다”는 다소 무모한 발언을 했는데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입시를 위한 무한경쟁,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와의 대화단절,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친구들 간의 괴리감, 학교에서의 따돌림, 사회적 소통의 결핍,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대중문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시각을 부추기는 미디어…… 그리고 이로 인한 방황과 좌절,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와 냉소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미래세대의 어두운 삶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모인 이분들은 ‘공감과 소통의 대화’야말로 청소년들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진정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분들에게 실천적인 대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분들은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을 잘 가르치면 청소년들이 흔들림 없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는 전통적 전제 위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연히 옳은 생각이지만, 이 같은 전통적 접근으로는 새로운 세대에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한계를 이분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찬 모임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우리는 관심 있는 어른들이 먼저 ‘공감과 소통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법, 즉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익힌 뒤에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을 선별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입문」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조찬 모임 몇 개월 뒤인 2016년 봄, 교육 장소의 임대료와 숙박비를 절약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의 어느 찜질방, 서울 서소문 인근 재개발 지역의 낡은 교회 등을 전전하며 1박 2일 퍼실리테이션 기법 교육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익힌 것이 이 책의 뒷부분에 소개되어 있는 ‘공감대화, 창의대화, 이미지 바꾸기, 실행계획’ 등의 기법들이다.
그해 여름 무렵, 퍼실리테이션의 기본 기법을 익힌 20여 명의 창립회원들이 배출되었고 이분들은 전·현직 교장선생님들의 지원을 받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퍼실리테이션을 전파하는 일을 시작했다.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입문」과 함께 자매편으로 출판되는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활용」편은 이처럼 학생들에게 퍼실리테이션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물과 노하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퍼실리테이션 교육의 보람과 의미를 발견한 이분들은 학교 대상의 활동에 멈추지 않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적응 학생들에게 퍼실리테이션을 전파하는 일을 해왔으며, 멀리 미얀마 농촌지역의 학생들에게도 퍼실리테이션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퍼실리테이션의 철학과 기법들은 필자가 2009년 봄 캐나다의 ICA-Associates (Institute of Cultural Affairs)라는 세계적인 퍼실리테이션 기관에서 전수받은 ‘참여의 테크놀로지(Technology of Participation)’와 ICA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리더십(Youth as Facilitative Leaders: YFL)’ 프로그램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청소년 퍼실리테이션 활용」편과 더불어, 청소년 퍼실리테이션의 전파에 기여하여 청소년들의 미래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2021년 1월 대학로 연구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