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2-23 쪽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중에서]
믿음이 시작하는 곳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무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가 마 16:24
인도의 지성 타고르가 쓴 <기탄잘리>라는 작품이 있다. ‘기탄잘리’는 ‘신께 바치는 노래’라는 뜻인데, 그 중에 이런 내용의 시가 있다.
나는 마을 길로 이집 저집을 구걸하며 다녔습니다. 그때 갑자기 님의 황금마차가 멀리서 마치 꿈처럼 나타났습니다.
나의 희망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의 불운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님이 내게 베풀어 주실 식물과 재화를 기대하며 나는 님이 타고 있는 황금마차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황금마차가 내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님과 시선이 마주치자 님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내려오셨습니다. 나는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때 느닷없이 님은 오른 손을 내미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내게 무엇을 주려고 왔는가?’
아!거지에게 구걸을 하시려고 님이 손을 내미시다니, 그건 얼마나 님다운 농담입니까! 여하튼 나는 얼떨떨해하며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제 전대에서 작디작은 낟알 하나를 꺼내어 님에게 드렸습니다.
그것을 받아든 님은 내겐 아무것도 주시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날도 저물어 갈 즈음 바닥 위로 내 자루를 털었을 때에 그 초라한 누더기 속에서 작지작은 황금 찬 낟알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 때 나의 놀라움과 뉘우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나는 땅을 치면서 울었습니다. 님에게 나의 전부를 바칠 마음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면서 말입니다(후략).
자기에게 집착하는 마음, 타인을 위한 마음보다는 누구를 만나든지 그 사람을 자기 욕망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마음을 털어 버리지 못했을 때,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님을 만났지만 이 걸인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작 황금 낟알 한 개였다.
그래서 이 걸인은 님을 만난 후에도 평생 걸인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진리를 앞에 놓고서도 진리의 지배를 받으려 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 욕망을 위해서 진리를 자신의 도구고 삼으려하는 사람들,
자지 자신에게 집착하려는 스스로의 마음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평생 진리의 부스러기만 얻을 뿐 계속 진리의 걸인으로, 영혼의 거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