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왜 천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단순히 답하자면 이렇다. 하나님이 성경의 저자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여 기록하도록 영감을 베푸셨다면 그건 중요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조차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좀처럼 교회에서 신학적으로 사고하도록 훈련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가 교회에서 성경에 대하여 경험하는 것이라고는 어린이 주일학교 수준의 이야기에 성인용 예화를 곁들이는 정도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결혼, 자녀양육, 치유, 신앙, 회개, 인내에 대한 교훈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성경 저자들이 ‘엘로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히브리 성경에서 엘로힘이 명백하게 이스라엘의 하나님보다 하등한 영적 존재들을 가리키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물론 엘로힘은 수천 번 씩이나 한 분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긴 하지만, 그밖에도 성경에서는 하나님에 의해 심판받는 영적 존재들(시 82:1, 6), 이스라엘 주변국의 신들 및 여신들(삿 11:24; 왕상 11:33),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영들(히브리어 “셰딤”[shedim], 종종 “귀신들”[demons]로 번역됨; 신 32:17), 그리고 죽은 자의 영들(삼상 28:13)을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성경 저자들 가운데 죽은 자들이나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영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동등한 속성과 권능을 지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엘로힘은 신적 속성의 총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수많은 동등한 신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뜻이 되고 말 것이다. 성경 저자들은 결코 다신론을 주창하지 않는다. 그들은 복수형 의미의 용어가 필요한 문맥에서 엘로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1장 천군을 가리키는 구약의 용어들
성경의 언어는 천군의 일원들이 본질상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그들이 통상 맡고 있는 영역은 초자연적 세계다. 그들은 세상과 인류가 창조되기 이전부터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 이런 고유의 ‘타자성’(otherness)은 성경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천군의 구성원들은 영원한 존재인가?” “그들은 비인격적인 힘인가 아니면 인격적인 존재인가(예를 들어, 그들은 개별적인 성격을 지녔는가)?” “그들이 지닌 속성과 한계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그들은 ‘영적인 로봇’인가?”
-2장 하나님을 섬기는 천군
하나님의 천군의 일원들은 제2성전기 유대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사해 두루마리에는 복수형 ‘엘림’ 또는 ‘엘로힘’,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구 ‘브네 엘림’과 ‘브네 엘로힘’이 거의 170회나 등장한다. 어디에서도 이런 존재들이 ‘말라킴’으로 언급된 적이 없는 반면, 이 용어는 쿰란 두루마리에서 100회 이상 복수형으로 나타난다. 위경의 헬라어 본문에서 ‘앙겔로이’(천사들)는 196회 언급된다. 동일한 헬라어 위경문집에 ‘에그레고로스’(egregoros, 순찰자)는 모두 복수형으로 13회 언급된다. 구약 외경에는 “천사”가 9회, “천사들”이 38회, “영들”이 5회 언급된다. 요세푸스의 저술에서는 ‘앙겔로스’가 66회 언급되고 그중 22회가 초자연적 존재를 가리킨다. 이런 잦은 빈도수를 보면 중간기 문헌에서 천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2성전기 문헌은 천사들의 능력과 활동, 그리고 그들이 지극히 높으신 이를 섬기는 모습을 구약 성경과 대부분 동일한 방식으로 묘사하는데, 물론 차이점도 존재한다. 구약 성경과 비교할 때 제2성전기의 천사에 관한 묘사에 나타난 유사점과 차이점이 본서에서 우리가 다룰 내용이다.
-5장 제2성전기 천사론
신약 저자들의 어휘 선택은 쉽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가령, ‘데오스’(theos, 신, 신들)의 복수형은 신약에서 고작 8회만 발견된다. 이것만으로 신약 성경이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구약의 사상을 거부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이런 제한된 사용은 실용적인 면이 있다. 신약 성경 저자들은 신적 복수성을 가리키는 언어를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구약 본문을 인용하거나, 이교도의 우상을 가리킬 때, 이방인의 종교를 다룰 때 등이다. 바울이 구약에 등장하는 신들(gods)을 실제로 존재하는 악한 존재들로 여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린도전서 8:1-6에서 바울은 고린도인들에게 사람들이 여호와나 예수가 아닌 다른 신들(데오이[theoi])과 주들(퀴리오이[kurioi])을 예배한다고 말한다. 바울은 신명기 32:17의 칠십인역을 따라 이런 존재들을 귀신으로 간주한다(고전 10:21-22). 바울은 고린도인들이 희생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음으로써 “귀신에게 참여하는 자들”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전 10:20).
-6장.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천군
우리는 보통 천사라 하면, 그리스 신화 속 에로스를 닮은 통통한 아기 모습을 떠올린다. 정말 그럴까? 성경에서 사람들이 천사를 만났을 때, 두려워 떨었음을 생각하면, 그 모습과 존재를 조금 달리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천사는 어떤 존재일까? 저자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이 질문으로 도전한다. 그리고 구약, 제2성전기 문헌, 신약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용례를 살피며, 성경이 과연 천사를 어떻게 묘사하는지, 천사가 하나님을 위해, 그리고 구원 역사 속에서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를 낱낱이 정리한다. 신구약 원문과 구약 주변 세계를 넘나드는 여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어쩌면 교회 전통에만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낯선 여행일 수도 있겠으나, 정말로 성경이 말하는 바를 알기 위해 저자가 안내하는 여행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통찰을 제공하고 구원 역사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혀 줄 것이다. 본서를 통해 독자의 영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 또한 더 풍성해지리라 확신한다.
– 김한원 _ 하늘샘교회 담임목사, 『올댓보카 신약헬라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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