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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청기사(1918년의코로나19 스페인 독감의 세계문화사)

$44.00 $30.80

  • 저자 로라 스피니|유유|발행일 2021-04-24
  • ISBN : 9791189683870 ISBN 코드복사
  • 552쪽|128*188mm|552g|
책소개
코로나19, 우리가 처음 만난 범유행병?
지난 2020년 벽두에 전해진 독감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이 병이 곧 지나가리라 생각했습니다. 지나온 날들 속에 위험한 유행병이 없던 것도 아니잖아요. ‘독감’쯤이야 겨울이면 으레 발생하는 유행병인 걸요. ‘조금만’ 조심하면 곧 평소처럼 봄을 맞을 수 있을 거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의 봄을 맞이한 지금, 그 ‘독감’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거듭되는 유행의 파도와 변이를 거치며 버티는 중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 밖을 나가는 일을 상상할 수도 없고, 여럿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주고받는 약속을 잡는 일을 망설입니다. 아이들도 친구들과 밀치락달치락하며 노는 낙을 잊어 가고 학교조차 제대로 가지 못합니다. 이 독감은 우리의 삶을 전과 아주 다른 상태로 바꾸었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듯했던 이 병은 ‘코로나19’라는 어엿한 이름까지 얻은 범유행병으로 전 세계를 잠식했습니다. ‘B.C.’가 이제 ‘Before Christ’가 아닌 ‘Before Corona’라는 우스개도 등장했죠. 코로나19를 우습게 알았던 인류는 압도적인 범유행병의 도래에 이런 일이 처음 만나는 전 지구적 재앙인 듯 허둥댔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이런 대재앙이, 그러니까 대규모 전쟁을 빼고 사람이 이렇게 집단으로 죽어 나가는 사달이 과연 처음일까요. 굳이 주기적인 범유행병이 인류에게 몰아치리라 말한 빌 게이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많은 학자가 범유행병의 존재와 도래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역사의 여러 사례를 들기도 했죠. 그리고 그 가운데 지금의 이 ‘코로나19’에 근사하면서도 양차 세계대전에 끼어 잊힌 범유행병인 스페인독감이 있습니다.
목차
역자 서문 범유행병의 기억은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머리말 방 안의 코끼리

1부 방벽이 없는 도시
1 기침과 재채기
2 라이프니츠의 단자

2부 범유행병의 해부
3 연못의 파문
4 밤중의 도둑같이

3부 만후, 이것은 무엇인가?
5 11번 병
6 의사들의 딜레마
7 하느님의 분노

4부 생존 본능
8 분필로 문에 십자가 그리기
9 플라세보 효과
10 착한 사마리아인

5부 부검
11 0번 환자 찾기
12 사망자 집계

6부 구제된 과학
13 수수께끼 독감
14 농가의 마당을 조심하라
15 인간이라는 요인

7부 독감 이후의 세계
16 회복의 조짐
17 대체역사
18 반과학, 과학
19 모두를 위한 의료
20 전쟁과 평화
21 멜랑콜리 뮤즈

8부 로스코의 유산

후기 기억에 관하여

주석

저자소개
저자 : 로라 스피니
1971년 영국에서 태어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의과학사,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며 『네이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 주요 저널에 기고했다. 저자는 탁월한 탐사 기량을 바탕으로 당시의 언론 보도부터 공적 기록과 사적 사연,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흩어진 데이터를 그러모아 스페인독감을 바라보는 시야를 능숙하게 확장시킨다. 또한 스페인독감이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했고, 나아가 어떻게 흐려졌는지를 추적하며 전염병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펼친다. 요컨대 『죽음의 청기사』는 스페인독감에 관한 가장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논픽션이다. 저서로 소설 『의사』(The Doctor), 『산 자』(The Quick), 유럽 중앙의 코스모폴리탄 도시 뤼 센트럴의 초상을 구술사의 방식으로 채록한 『뤼 센트럴: 유럽 도시의 초상』(Rue Centrale: Portrait of a European City)이 있다.

역자 : 전병근
북클럽 오리진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비즈〉 지식문화부장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책연구통계센터장으로 일했다. 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와 존스홉킨슨 대학교 부설 국제대학원에서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지식의 표정》,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궁극의 인문학》, 역서로 《죽음의 청기사》, 《다시, 책으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사피엔스의 미래》, 《신이 되려는 기술》,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왜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나》 등이 있다. 디지털 시대 휴머니티의 운명에 관심이 많다.

출판사서평
코로나19 시대에 보는 1918년의 스페인독감
저널리스트 로라 스피니의 『죽음의 청기사』는 1918년, 그러니까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해에 소리 없이 전 세계에 내려앉아 세계대전 이상으로 인류를 죽음과 고통에 몰아넣고도 세계대전만큼 주목받지는 못한 범유행병 스페인독감을 다방면에서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사건을 빙하기나 선사 시대, 농업혁명, 세계대전처럼 역사의 큰 흐름으로 살펴보다가 1918년 전후 미국 알래스카의 브리스틀만, 인도 구자라트, 중국 산시의 외딴 마을처럼 아주 작은 곳에서 일어난 재난으로 시선을 둡니다. 저자의 글쓰기는 막대한 통계 숫자 뒤에 가려진 갖가지 사연을 캐내 직조하는 방식으로, 당시 언론의 보도와 공적 사적 기록,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모아 “영광 혹은 공포의 여러 얼굴을 한 그 야수의 초상화”를 그려 보이죠. 마치 드론을 동원해 한 편의 대하 다큐멘터리를 찍듯, 하늘 높이 떠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경을 따라가다 문득 특정 지역과 인물을 클로즈업합니다. 그 사이사이에 이해를 돕는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정보를 모자이크처럼 배치하고 크고 작은 사건을 짚어 가되,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상징적 인물과 함축적 사건의 면면을 부각해 보여 줍니다.
사실 스페인독감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여 있습니다. 당시가 세계대전이 끝나던 무렵이기도 했거니와 과학도 의학도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전화도 드물었고 미국에서조차 자가용이 사치품이었으며, DNA 구조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독감이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기는커녕 바이러스라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시기였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무덤이 부족할 정도로 죽어 나갔던 겁니다.
저자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과학의 발달에 따라 밝혀진 사실을 들여다보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 독감의 기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추론합니다. 오래된 농업혁명으로부터 비롯된 인간의 삶이 결국 동물 병원소를 교란해 동물이 지니고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끌고 왔다는 추측이나 스페인독감이 실은 스페인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여러 가지 면을 되짚어 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 면면은 지금 코로나19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잊히고 외면받은 사람의 이야기
저자의 이러한 과학적 탐사와 더불어 이 책에서 돋보이는 미덕은 잊힌 스페인독감보다 더 잊힌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시작과 끝이 어느 정도 뚜렷한 전쟁과 다르게 범유행병은 시작도 끝도 불분명한 데다 패배한 자만 있기 때문에 기억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전쟁의 승자처럼 영웅화하기도 어렵고 범유행병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인식조차 스스로 갖기도 힘듭니다. 저자는 세계에서 100년이 넘은 공동묘지치고 1918년에 생긴 무덤이 모여 있지 않은 곳이 없음에도, 이 병을 기리는 기념비 하나 기념물 하나 없이 이 병은 개인적으로만 기억될 뿐 집단적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스페인독감이 매개가 되어 일어난 일은 또렷하게 기억되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스페인독감으로 자녀를 잃고 삶에 큰 변화를 겪었다거나 스페인독감에 걸린 T. S. 엘리엇이 이 병으로 피폐해진 도시 런던의 분위기를 「황무지」에 반영했다거나 소설가 대실 해밋과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시 스페인독감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모아 놓고 보기 전에는 스페인독감이 얼마나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게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저자가 미국 알래스카의 외진 브리스틀만 원주민 유피크족이 받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지역에서 기록된 높은 사망률의 이유가 그곳 주민이 아닌 그곳 하녀들의 죽음 때문임을,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독감에 걸린 비율이 비슷하면서도 한국인 사망률이 두 배나 높았음을 언급하는 것, 스페인독감에서 살아남아 종교 활동을 하다 불행한 삶을 마친 아프리카의 논테사 응크웬크웨의 이야기, 중국 외딴 마을의 미신과 전통을 마주하고도 병을 퇴치하고자 했던 외국인 선교사의 노력을 기록한 것은 중요합니다.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인류가 범유행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조금씩 개선되었습니다. 스페인독감에 대한 한층 깊은 연구로 미래의 범유행병에 대처할 단서를 얻고자 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 공공 의료가 국가 차원에서 확장되었으며, 전 세계 차원에서는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생겨났습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역시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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