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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방벽이 없는 도시
1 기침과 재채기
2 라이프니츠의 단자
2부 범유행병의 해부
3 연못의 파문
4 밤중의 도둑같이
3부 만후, 이것은 무엇인가?
5 11번 병
6 의사들의 딜레마
7 하느님의 분노
4부 생존 본능
8 분필로 문에 십자가 그리기
9 플라세보 효과
10 착한 사마리아인
5부 부검
11 0번 환자 찾기
12 사망자 집계
6부 구제된 과학
13 수수께끼 독감
14 농가의 마당을 조심하라
15 인간이라는 요인
7부 독감 이후의 세계
16 회복의 조짐
17 대체역사
18 반과학, 과학
19 모두를 위한 의료
20 전쟁과 평화
21 멜랑콜리 뮤즈
8부 로스코의 유산
후기 기억에 관하여
주석
역자 : 전병근
북클럽 오리진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비즈〉 지식문화부장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책연구통계센터장으로 일했다. 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와 존스홉킨슨 대학교 부설 국제대학원에서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지식의 표정》,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궁극의 인문학》, 역서로 《죽음의 청기사》, 《다시, 책으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사피엔스의 미래》, 《신이 되려는 기술》,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왜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나》 등이 있다. 디지털 시대 휴머니티의 운명에 관심이 많다.
잊히고 외면받은 사람의 이야기
저자의 이러한 과학적 탐사와 더불어 이 책에서 돋보이는 미덕은 잊힌 스페인독감보다 더 잊힌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시작과 끝이 어느 정도 뚜렷한 전쟁과 다르게 범유행병은 시작도 끝도 불분명한 데다 패배한 자만 있기 때문에 기억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전쟁의 승자처럼 영웅화하기도 어렵고 범유행병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인식조차 스스로 갖기도 힘듭니다. 저자는 세계에서 100년이 넘은 공동묘지치고 1918년에 생긴 무덤이 모여 있지 않은 곳이 없음에도, 이 병을 기리는 기념비 하나 기념물 하나 없이 이 병은 개인적으로만 기억될 뿐 집단적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스페인독감이 매개가 되어 일어난 일은 또렷하게 기억되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스페인독감으로 자녀를 잃고 삶에 큰 변화를 겪었다거나 스페인독감에 걸린 T. S. 엘리엇이 이 병으로 피폐해진 도시 런던의 분위기를 「황무지」에 반영했다거나 소설가 대실 해밋과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시 스페인독감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모아 놓고 보기 전에는 스페인독감이 얼마나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게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저자가 미국 알래스카의 외진 브리스틀만 원주민 유피크족이 받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지역에서 기록된 높은 사망률의 이유가 그곳 주민이 아닌 그곳 하녀들의 죽음 때문임을,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독감에 걸린 비율이 비슷하면서도 한국인 사망률이 두 배나 높았음을 언급하는 것, 스페인독감에서 살아남아 종교 활동을 하다 불행한 삶을 마친 아프리카의 논테사 응크웬크웨의 이야기, 중국 외딴 마을의 미신과 전통을 마주하고도 병을 퇴치하고자 했던 외국인 선교사의 노력을 기록한 것은 중요합니다.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인류가 범유행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조금씩 개선되었습니다. 스페인독감에 대한 한층 깊은 연구로 미래의 범유행병에 대처할 단서를 얻고자 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 공공 의료가 국가 차원에서 확장되었으며, 전 세계 차원에서는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생겨났습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역시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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