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 시대 평신도 그리스도인 5인이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성경을 붙들고 치열하게 씨름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초등교사(권일한), NPO 활동가(남기업), 교육운동단체 대표(송인수), 공립대안학교 교사(정병오), 안과전문의(정한욱) 등 각자 일하는 분야와 내용은 다르지만, 자기 삶의 과제와 질문을 안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공부하며 동행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자기 삶의 영역에서 만나는 ‘소리 없이 우는 자’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눈물을 씻기는 일에 헌신해왔다는 점에서도 일치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 말씀과 이웃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면서, 생의 난제 앞에서 항상 말씀 앞으로 나아가기를 힘써온 이들의 분투기이자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경전인 성경(텍스트)과 실제 삶(콘텍스트)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모색하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대체 왜 성경 말씀대로 살지 못할까?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을 화두처럼 품고 오래 씨름해온 평범한 그리스도인 직장인들이 꾸린 문화콘텐츠 기획팀 ‘삼사오’-온상원 기획PD, 김지섭 영상PD, 임석용 영상PD-가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여 1년반 여의 기간을 거쳐 인터뷰집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에 있으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바와 그 문화에 휩쓸려 살아가는 사람밖에 못 되었을 것 같아요.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떠나야 했습니다. 저는 건물로서의 교회보다는 제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을 섬기는 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주변 문화에서 비롯된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기준들, 차나 집을 소유하는 것 등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삽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주신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하나님 앞에서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_권일한, 44쪽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말씀에 순종하느냐에 따라서 역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즉 역사는 열려 있다는 것을 예레미야 34장을 묵상하며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유다는 망할 수도 있고 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에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큰 성 바벨론(로마)이 무너지는 것도 박해 시대 성도들이 말씀에 순종한 일이 원인이라고 해석하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저에게 예레미야 34장 묵상은 역사와 성경을 다시 보게 되는 출발점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 이 한반도의 역사, 북미관계 같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역사관이구나. 정해진 것이 아니구나.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순종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구나.’ 이것을 깨닫고 전율했죠. _남기업, 73쪽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힘써 응답하면 변화가 나타나고 일이 커지는데, 그때 그 역사에 누군가가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 안전한 직장을 포기하게 되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경우 돌아갈 곳이 없으니 불안하다. 그렇다고 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학교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돕자니, 하나님 역사가 뻗어가지 않는다.’ 결국 내가 죽느냐 하나님 나라가 죽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지요. 그 선택의 기로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하나님 역사에 몸을 던지게 하는 힘이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로부터 왔습니다. 주님이 열어 주시지 않는데 내 힘으로 ‘내가 죽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더라도 그것은 인간적 용기에 불과하고 후일 어려운 난관 앞에서 힘을 쓸 수 없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저는 예수의 제자로 생존하기 위해 매일 성경을 붙들며 살고 있습니다. _송인수, 93쪽에서
계속해서 성경을 읽어 오면서 느끼는 바는 성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라는 거예요. 성경이란 하나님이 우리 인류를 구원해 가시는 거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전체적인 성경의 맥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쭉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 속에서 내가 성경을 읽고, 그런 나를 그분의 계획에 참여시키시는구나. 나를 부르시는구나.’ 그래서 어떤 본문을 읽더라도, 현재 내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역사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며 어떤 든든한 느낌을 가지게 돼요. 그분이 내 안에 거하신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그분이 만들어 가시는 역사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 말입니다. … 그러면 그 하나님이 오늘 한국 교회 가운데서는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생각해 봤어요. 특히 이스라엘의 부패한 역사를 보면서 그 불순종의 모습이 한국 교회의 맥락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놓지 않고 계속 일을 하시는 겁니다. 그런 모습들이 기윤실 대표로 사역할 때 큰 도움이 되었죠. 하나님은 보이지 않게 일하고 계신다는 그런 믿음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_정병오, 146~147쪽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경은 룻기입니다. 성경에서 환대의 해석학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전형적인 텍스트이거든요. 룻기의 시대적 배경은 사사기인데,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던 어두운 시대였죠. 특히 필리스 트리블이 ‘공포의 본문’이라 명명했던 마지막 장들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룻기를 보면 그 험악한 사회에서도 베들레헴이라는 촌락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한 과부와 이방인 며느리가 보아스 같은 신실한 가부장 남성들의 도움으로 축복 속에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이방인에게서 난 아들은 이스라엘 민족 최고의 영웅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인 다윗 왕의 선조가 되기까지 하죠. 저는 이렇게 환대의 정신과 그 놀라운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룻기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모델을 담고 있는 소우주라고 생각합니다. _정한욱, 182~183쪽에서
1. ‘참 나’로 살아가게 하는 힘
‘제자 바보’로 사는 행복한 책벌레 권일한
2. 오랜 회의를 넘어 다시 감격으로
토지정의와 희년 사상 품은 열혈 활동가 남기업
3. 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는 치열함의 원천
아이들의 해방을 꿈꾸는 ‘학교 밖 교사’ 송인수
4. 거대한 스토리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기
‘좋은 평교사’의 부르심을 좇는 시민운동가 정병오
5. 환대의 해석학과 포용의 실천으로
성경의 광맥에서 즐겁게 놀이하는 안과전문의 정한욱
후기_ ‘살아 숨쉬는 책’이 이끈 다섯 빛깔 만남 임석용·김지섭·온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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