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겉보기 모습과 참된 인격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
이 책은 20세기의 위대한 정신상담의사인 폴 투르니에가 기존의 기술적, 기계적 의학을 비판하면서 주창한 ‘인간의학’의 중심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가면적 모습과 참된 인격의 끊임없는 대립에 대한 탐색은 투르니에가 인간의학으로 나아가는 데 기본 바탕이 되었다. 투르니에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겉보기 모습’과 그 밑에 가려진 ‘참된 인격’으로 구성된 이중적 존재다. ‘겉보기 모습’은 인간이 의지적, 신적으로 꾸며낸 모습으로 자기 자신, 가족, 이웃, 사회의 관습에 맞추기 위해 만들어낸 부자연스럽고 습관화된 모습이다. 반면 ‘참된 인격’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듯 자신의 허물을 벗고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일 때 나타나는 모습으로서, 이는 다른 사람과의 참된 내면적 대화를 통해서 드러날 수 있다. 겉보기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굳어지고 정착되는 반면, 참된 인격은 항상 유동하며 생명으로 넘쳐흐른다. 따라서 인간이 진정한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겉보기 모습을 떨쳐내고 참된 인격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내면의 대화와 마음의 치유를 이끄는 책
투르니에는 우리가 신경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을 앓는 이유가 자신의 참된 인격을 가린 채 외부로부터 억압된 겉보기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겉보기 모습을 버리고 참된 인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참된 내면적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 즉 내적 성찰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참된 내면적 대화는 마치 신에게 기도를 올릴 때 단 한순간의 광명처럼 신과 접촉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과 마찬가지로 찰나의 감동으로 나타난다. 즉 타인과의 참된 대화는 신과 나누는 대화만큼 절실한 가치를 지닌다. 이 짧은 순간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닫고 참된 인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폴 투르니에는 이 같은 종교적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의학을 실천하는 의사는 환자와 참된 내면적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 반 세기 이전의 정신상담의사인 폴 투르니에의 이 같은 종교적 의학관은 힐링과 치유를 간절히 원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인의 대다수가 겪고 있는 우울증, 스트레스, 고뇌 등도 인간의 겉보기 모습을 요구하는 현 체제에 원인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은 사회, 경제, 정치적 힘이 요구하는 엄격한 틀에 자신을 가두어야 하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의 참모습, 소망, 욕구 등을 숨겨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상은 점차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단절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각박하고 답답한 삶이 현대인의 숨통을 조여오는 때라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니 욕망이론이니 하는 기계적 분석보다 종교적인 겸허함과 인간적인 따스함에 바탕을 둔 폴 투르니에의 인간의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성적인 태도의 그늘 속에 숨어서 아무도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게 만들며, 또 어떤 사람은 확신에 찬 태도로 자기를 결점이 적은 사람으로 보이려 한다. 어떤 때는 지성에 호소하며 말장난을 하지만, 조금 지나면 바보인 체하며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대답할 수도 있다. 때로는 연령의 그늘에, 대학교수라는 직함의 그늘에, 정치적 지위의 그늘에, 또는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평판의 그늘에 자기를 숨기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여성은 빛나는 아름다움의 배후에, 또는 남편이 지닌 명성의 배후에 숨어버릴 수 있다. 또한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아내의 배후에 숨을 수 있다. 겉보기의 모습은 자진하여 참된 인간의 문지기가 되려고 한다.(179~180쪽)
가장 괴로운 기억, 가장 엄한 후회, 가장 내면적인 신념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행위나 인간관계를 필연적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누구나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보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이라서 인간적인 접촉이 피어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백을 통해 과거의 중압에서 해방된 자 역시 해방된 과거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즉 이 사람과 접촉하면 누구라도 더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인격, 즉 자유롭고 책임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이 새로운 탄생은 최초의 탄생과는 달라서 우리 자신의 결의를 통해 열매 맺는 것이 아니다. 이 새로운 탄생에는 은총, 신과의 만남, 신과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198~199쪽)
예수 그리스도는 회복된 접촉이다. 그를 통해서 신과의 접촉을 재발견하는 것, 즉 생명, 자연성, 자유, 이웃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앞서도 비인격화된 세계를 치유하기에 선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속죄, 예수를 매개로 한 대화의 부활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와의 접촉뿐만 아니라 신과의 접촉을 구할 때도 그리스도는 눈에 보이지 않게 현존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매우 인간적인 신이고 자신의 인격을 십자가에 매달기까지 한 신이다.(219쪽)
인격은 잠재적인 것이다. 인격은 끊임없이 용솟음쳐 나오는 생명의 흐름이고, 생명이 새로이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신이나 다른 사람과 참된 대화를 나누는 창조적인 순간에 나는 이중의 확신을 갖는다. 즉 ‘나를 발견했다’는 확신과 ‘나는 변했다’고 하는 확신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된다. 또한 나는 내가 이전과 동일한 인격이라는 확신도 동시에 갖게 된다. 새로이 솟아나오는 생명도 역시 동일한 생명이고, 이 동일한 생명과 인격은 어제의 인격 속에도 틀림없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느끼는 것이다. 어제의 존재 속에서는 오늘 내가 발견한 것을 상상하게 하는 것조차 하나 없었음에도.(295~296쪽)
2장 생명
1. 유토피아
2. 생물학의 예
3. 심리학과 정신
3장 참된 인간
1. 대화
2. 장애물
3. 살아 있는 신
4장 앙가주망
1. 사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2. 산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것이다
3. 생명의 용솟음
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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