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끝까지 자신을 꺾는 기도를 드리셨지만, 우리는 끝까지 자기 뜻을 이루는 기도를 합니다. 자기 생각, 자기 뜻, 자기 계획에 따라 드리는 기도는 불통의 기도입니다. 그 결과는 끔찍합니다. 기도할수록 교만해지고, 교활해지고, 더 악해집니다. 기도할수록 이웃과 멀어지고, 예수님과 멀어지는 괴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니 자기 기도를 드린 후에 ‘예수님의 이름’을 사인처럼 붙인들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기도는 성자와 괴물을 동시에 만들 수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교회가 없고, 기도하지 않는 성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시고,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성령님이 인도하시는 기도가 아니라면, “주여, 주여” 아무리 소리 높여 부르짖은들 주님이 귀 기울이시겠습니까? 도무지 듣지 않으시고, 도무지 너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왜 기도하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기도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말을 배워 대화를 시작하듯, 우리는 하나님의 언어를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통의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믿음으로 기도를 시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 때 생각과 버릇을 버리지 못하면, 기도는 놀이로 전락하고 맙니다. ‘왜 기도하는가’에 정직하게 답한다면,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히 찾을 수 있습니다. – 6~7p
우리 교회 초창기에 성경 통독 모임에서는 성경만 읽고, 서로 기도 제목을 나누지 말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기도는 하나님께 각자 조용히 드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떻게 공동체 모임을 기도로 시작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마음에 시험거리가 되어 교회를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 결정에 후회가 없습니다. 우리 기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기도보다 더 중요한 일, 더 급한 일, 더 우선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기도란 말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 11p
기도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사람만 알면 됩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하나님이시라면 하나님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도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성경을 붙들고 씨름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 12p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이시므로 그분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우리 아버지로 인정하는 행위 입니다. – 23p
기도할 때 떼만 쓰지 마십시오. 때로는 잠잠히 아버지를 묵상하십시오. 때로는 나직이 아버지를 부르며 기뻐하십시오. 아버지를 찾기만 해도 인생의 방황이 끝납니다. 갈 곳이 있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 28p
대제사장인 예수님이 드린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입니까? 십자가를 지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왜요? 그것이 하나님 아버지께서 받으실 영광의 클라이맥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가장 큰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십자가 사명을 위해 하나님이 그 아들에게 기적과 이사(異事)를 행하는 권능을 허 락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마지막 기도는 끝까지 십자가를 지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 40p
오직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자만이 십자가를 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십자가의 영광을 아버지께 올려 드리고 싶어 합니다. – 45p
성령이 오시는 사건, 자신이 영적인 존재임을 깨닫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삶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며 기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하면, 평생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단지 한 종교인으로서만 살다가 갈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체험해 보지도 못한 채 평생 몸의 행실을 이루기 위한 기도를 하며 살 것입니다. – 53p
성령 안에서 깨어 기도할 때, 우리는 어떤 기도를 하게 됩니까? 성령은 믿음을 구하게 하십니다. 성령은 사랑을 구하게 하십니다. 성령은 소망을 구하게 하십니다. – 59p
기도의 자리는 인생의 주어가 바뀌는 자리입니다. 내가 주어가 되는 일상의 어법을 떠나 하나님이 주어가 되시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인생 역전의 열쇠입니다. 누군가를 이기는 역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내가 나 자신을 이기는 역전입니다. – 72p
하나님이 우리를 동역자로 부르시는 까닭은 주님께 동역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동역의 기쁨, 순종의 기쁨, 기도 응답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시기 위함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동역자로 불러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선물입니다. – 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