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만에 살러 갔고, 그들의 이웃이요 친구가 되려는 꿈을 안고 정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를 찾아오고 초대하고 필요를 채워 주며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우리가 아니라 오만 사람들이었다. -‘프롤로그’
그때는 나조차 기대감과 흥분으로 분명치 않은 일을 막연한 달콤함으로 포장했던 것 같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그렸던 그림과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았다. 하나에게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 잘될 거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1장 ‘살렘 호텔’
“우리나라에선 누군가가 떠나가거나 새로 오면 하리스를 대접해요. 어제는 떠나는 가족에게 잘 가라고 인사한 거고, 오늘은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뜻이에요.” -2장 ‘하리스’
남편에게 형님이 생겼다. 그때부터 남편은 “반은 오만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름도 오만식으로 바꾸었다. 아흐멧 형님이 지어 준 것이다. ‘하비브’. 풀이하면 ‘사랑스런 사람’이라는 뜻이다. -2장 ‘우리는 형제잖아’
한국어 강의 첫 시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최대 20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강의실에 50명 정도가 들어와 앉아 있었다. 검은색 아바야를 입고, 큰 눈에 짙은 눈화장을 하고, 각종 브랜드 향수를 뿌린 여대생들이 호기심이 가득한 100개의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3장 ‘한국어과’
사이드와 사딕은 하나에게 한없이 관대했다. 가끔 싸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두 형제와 대화하는 걸 보았다. 아무래도 하나에게 이유 없이 잘 해주는 것에 질투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어느 순간에는 세 남매가 똘똘 뭉치고, 때로는 다섯이 한 뭉텅이가 되기도 했다. -4장 ‘오만칩스, 싯딤나무 가시, 이’
“이는 우리 집에도 있어요. 그래도 소헤르는 거의 매일 우리 집에 왔잖아요. 우리는 이를 없애려 하지 않아요. 지내다 보면 없어져요.” 그냥 같이 사는 거라는 말을 다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 이를 없애려고 모든 집기와 옷과 이불을 불태우지 않는 한, 머리를 다 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는 한, 우리는 이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절대불가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와 동거하면서 말이다. 그런 깨달음이 들자 갑자기 평안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4장 ‘오만칩스, 싯딤나무 가시, 이’
신랑은 결혼식에서 꼼마가 아니라 화려한 쿠피야를 터번처럼 둘러 말아 올려 쓴다. 술탄 카부스 왕은 항상 이 터번쿠피야를 썼다. 살면서 왕이 되어 볼 수 있는 때, 그때가 바로 결혼식이다. 허리에는 한자르를 찬다. 모함메드도 터번쿠피야를 쓰고 한자르를 찼다. 왕 같은 위엄과 풍채가 풍겼다. -4장 ‘사라의 결혼식’
남편과 나는 마주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불확실한 길을 상상하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막막하여 내쉰 숨은 아니었다.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일이 드디어 왔고, 그런 상황을 우리가 회피하지 않았음을 나름대로 인정하는 격려의 한숨이었다. 그래, 잘 가고 있어! -5장 ‘그래, 잘 가고 있어!’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하이땀은 이 말을 하려고 뜸을 들였던 것이다. 그래서 대화 중에 분위기가 이상해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어리바리한 외국인 친구의 비자 문제가 해결된 게 기뻐서 다른 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6장 ‘형은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