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SPCK 출판사의 ‘Very Brief History’ 시리즈에 속한 책으로서, 고대뿐만 아니라 중세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역사 속에서 드러난 예수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이 시리즈의 바울 편을 존 M.G. 바클레이가 쓴 것만을 봐도, 시리즈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인 헬렌 본드 역시 오랫동안 예수를 비롯한 초기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 – 본디오 빌라도, 대제사장 가야바, 헤롯1세, 구레네 시몬, 요세푸스 등 – 을 연구해 온 권위자이며, 그간의 연구 성과들이 이 책에 녹아져 있다.
이 책은 [한영합본판]으로서 책을 뒤집으면 뒷면부터 영문판이 시작되는 리버스북 형태를 띠고 있으며, 스터디 모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영문판에는 한글판의 쪽수가 표시되어 있다. 영문판이 약 90쪽일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예수 연구에 정통한 학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탁월한 통찰이 응축되어 있다. 일례로, 1장에서 저자는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이 신약성경 밖의 문헌들, 특히 도마복음과 베드로복음에 관심을 둔 것을 간략히 지적하는데, 이는 예수세미나와 존 도미닉 크로산의 연구 방향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방대하고 세밀한 학술적 논의들은 피하되, 핵심적인 주장과 논지들은 전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빠르게 예수 연구에 대한 지형을 그리도록 돕고 있다. 또한 다양한 고대 문헌들과, 고고학적 증거뿐만 아니라 중세의 유물과 현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20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예수의 말씀과 행적들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역사가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다양한 자료들을 통하여 학계에 수용된 정설들을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이 가진 인식들 – 이를테면, ‘막달라 마리아는 몸을 파는 젊은 여성이었다’, ‘예수의 재판과 처형의 주된 책임은 로마보다는 유대 당국자들에게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처럼 최후의 만찬 자리에는 열두 명의 남성 제자들만 있었다’, ‘이슬람 안에서 예수는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 을 바로잡는다.
독자들이 이 책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는다면, 분명 2000여 년 전 나사렛에 살았던 예수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