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을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품격있게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선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그 답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예수처럼 말하는 것’, 즉 ‘크리스천답게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단순히 목소리와 발음과 발성을 개선하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이라면, ‘예수처럼 말하는 것’ 역시 ‘목소리, 발음, 발성, 호흡’이 좋으면 된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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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내가 그리스도이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야”라고 답을 미리 말하는 대신, 제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주제와 결론을 도출해내십니다. 말씀을 듣는 제자들이 주제와 결론을 말하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알게 해준 대화이고, 예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주시면서 제자를 칭찬하고 축복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신 대화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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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대화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잘 된 일이든 고마운 것이든 내가 잘 해서나 잘 나서가 아니라 상대방 덕분이라고 공로를 돌리는 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서 배운 ‘고맙습니다’ 대화법의 위력을 칸 영화제 전후에 직접 체감한 뒤, ‘고맙습니다’를 대화의 중심에 놓는 버릇을 더 들이려고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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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두괄식으로 이끈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편하지만, 듣는 사람도 일단 상대방의 주장이 무엇인지 우선 듣고 나머지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더 친절한 말하기 방식입니다. 상대방이 내 주장을 알고 듣기 때문에, 내 말을 이어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여유 있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해”라는 말은 한국인의 말하기 특징 가운데 미괄식 구조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주 훌륭하고 간단명료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들어봐야 해”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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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와 서술어 가운데 서술어를 좀 더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너를 좋아해’라는 문장에서 핵심은 ‘좋아해’입니다. 이 예와 같이, 서술어에 담긴 정보가 문장의 핵심 정보를 실어 나르는 경우가 대체로 많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서술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발음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너를 좋아해’라는 문장에서 ‘내가’는 발음이 조금 뭉개져도 의사전달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좋아해’가 뭉개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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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살아계셔”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설득이 안 됩니다. 그럴 때 이어서 ‘왜냐하면’이라는 접속사를 사용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근거를 댈 수 있다면 그는 대단한 전도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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