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사랑하는 공동체
최근에 나온 신문기사 하나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 인구 표본 집계’를 다룬 기사였는데, 머리기사가 이랬다.
“대한민국 ‘제1의 종교’ 된 개신교… 10년간 120만 명 이상 증가.”
이해가 안됐다. 내가 만나는 목사님들 대부분이 교회 출석 성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리고 장로교를 비롯하여 각 교단의 자체 조사에서도 신자 숫자가 뚜렷하게 줄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는데, 그중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스스로 개신교 신자라 생각하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성도,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이 통계치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간혹 교회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말이 떠올랐다.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아요.”
참 가슴 아픈 말 아닌가? 왜 종교는 기독교라고 하면서 교회는 나가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도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교회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지식’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이런 이유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 책의 1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교회는 좋은 곳이다. 나는 내 생애를 통틀어 교회만큼 좋은 공동체를 만나보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교회에 많은 사랑의 빚을 졌다. 힘들 때 내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해준 곳도 교회에서 만난 어른들이었고, 평생 품고 기도해야 할 가슴 벅찬 비전도 교회에서 만난 친구와 선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다듬었다.
그런가 하면 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또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많이 이루어주셨던가?
분당우리교회를 개척한 직후에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당시 17살 청소년이 있었다. 병원으로부터 너무나 가슴 아픈 선고를 통보 받은 이후로 모든 성도들이 내 자식처럼 품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누군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름 불러가며 울면서 기도했다.
수술 당일에는 전혀 모르는 청년 한 명이 병원에 찾아와 이른 아침부터 수술이 끝나는 저녁까지 기도해주었다. 16시간 30분의 대수술, 생존율 10퍼센트라고 했던 의료진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하나님은 이 아이를 살려주셨다. 당시 17세 청소년이었던 그는 멋진 청년으로 자랐다. 수술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사회복지를 전공해 장애인들을 섬기며 선교사의 꿈을 꾸고 있다.
교회는 바로 이런 곳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믿음의 형제와 자매들이 서로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고 섬기며 기도해주는 곳, 그런가 하면 하나님께서 아버지 되어주셔서 기적 같은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곳, 이 좋은 공동체가 교회이다.
물론 연약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인 까닭에 교회 안에서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교회는 좋은 곳이다. 하나님이 직접 우리를 부르셔서 세우셨고, 자녀 삼아주셨으며, 사랑을 나누게 하셨다. 이 좋은 교회가 여러 상황과 이유로 오해 받고 또 외면 받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06만 가구로 전체의 27.1퍼센트를 차지했다고 한다. 젊은 미혼들과 사별 등의 이유로 홀로 된 고령층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이들을 가리키는 ‘혼족’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외식,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이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는 양질의 도시락, 택배 보관 서비스로 전년 대비 21.8퍼센트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혼자 있어서 외롭겠다’는 생각이 어느덧 ‘홀로의 삶을 즐겨보자’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당당히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을 하고, 혼영(혼자 영화 보는 것)과 혼쇼(혼자 쇼핑하는 것)를 즐기고, 혼놀(혼자 노는 것)이 편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신앙생활은 혼족처럼 할 수 없다. 하나님은 우리로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나누고, 누리고, 흘려보내도록 하셨다.
이 책을 통해 교회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나 오해가 풀려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종교는 기독교입니다만 교회는 나가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교회로 돌아올 뿐 아니라, 나처럼 ‘교회만큼 좋은 공동체를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꼭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이찬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