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늘의 법도를 아느냐?…
가슴속의 지혜는 누가 준 것이냐?
마음속의 총명은 누가 준 것이냐?(욥 38:33, 36)
여호와께서는 지혜로 땅을 세우셨으며
명철로 하늘을 굳게 펴셨고…(잠 3:19).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경영할 수 있는가?
왜 인생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이 닥치는가?
과연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지혜 문학이라고 일컫는 성경의 욥기, 잠언, 전도서는, 진리를 직설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통해 독자들이 묻고 답하고 애써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잠 1:7)이라는 진리는 성경의 지혜 문학 속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진리는 잠언의 기민함이 단순한 이기심에 빠지지 않도록, 욥기의 혼란스러움이 불순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도서의 환멸이 절망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 준다.
지혜서들은 세 가지 궁극적인 존재론적 측면을 다룬다. 그것은 실제적이고 훌륭한 인생 경영의 필요, 통제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재난의 수수께끼,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공허함이다. 이 책들은 자신들의 자양분이 된 지혜의 전통 내에서 이 주제들을 다루면서 각 파트의 목소리들이 화음을 이루듯이 각자 독립적이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루며 진리를 드러내고 있다.
본서는 욥기, 잠언, 전도서 등 성경의 지혜 문학을 탐구하는 시도로서, 각 책에 대한 친절한 해설은 물론 신학적 쟁점과 논의를 소개하고 세 책을 함께 비교·분석한다. 부록에서는 성경 지혜서와 비교해 볼 만한 고대 근동의 다른 지혜 문학들을 소개함으로써 흥미를 더한다. 지혜서 저자들의 진지한 고민과 신랄한 현실 감각은 독자들을 더욱 견고한 경건함으로 무장시켜 줄 것이다.
“구약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지혜서를 연구하고 소개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나의 바람은 이 모든 것이 지혜서 자체와 잠언의 한결같음, 욥기의 탄력성과 전도서의 날카로운 현실주의를 품은 깊이 있는 경건함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연구할 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혜에 대한 흥미 말이다.”
-머리말 중에서
…지혜서에서는 그 어조는 물론 화자들까지 바뀌곤 한다. ‘하라’ 혹은 ‘하지 말라’는 율법의 무뚝뚝한 명령 그리고 다급한 어조의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와 같은 예언들이 교사의 냉철한 논평과 종종 고뇌에 찬 학생의 질문에 합류한다. 구약 성경은 대체로 우리에게 단순히 복종하고 믿을 것을 요구하지만, ‘지혜서’라고 불리는 이 부분(비록 지혜는 실처럼 모든 성경을 관통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앞서 언급한 잠언, 욥기, 전도서를 일컫는다)은 우리에게 겸허하고도 깊이 있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의 양심과 상식을 이용하여, 가장 난감한 질문들조차 피하지 말고 대면할 것을 요구한다.…이것은 교수법의 한 형태로서,…비록 때때로 많은 질문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남겨 둘지라도 그 어떤 강의보다 마음속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독자 대상
목회자, 신학생, 지혜 문학을 더 깊이 연구하고자 하는 평신도
첫 번째 해석
전도자 자신과의 논쟁으로서의 전도서
“…묵상할 때에 화가 발하니 나의 혀로 말하기를.” 시편 39:3에 나오는 이 시는 ‘헤벨(hebel)즉 ‘허무’나 ‘단순함 숨’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시이다. 만일 전도서를 변덕스럽고 매우 솔직한 사람 – 그의 신앙이 존재의 허무로 인해 짓눌리는 – 의 고뇌와 감정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면, 이 시구는 전도자 자신의 고백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그가 보기에는 하늘의 구름이 잠시도 걷히지 않으며, 개인 날은 거의 없다. 이미 우리가 언급했듯이, 그 중 가장 어두운 구름은 ‘헤벨’ 즉 허무와 그에 따르는 깊은 불안감이다.
간간이, 그가 하나님이 주시는 단순한 선물들에 대해 찬양할 때 빛이 조금씩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마저 구름에 가리워져, 그러한 기쁨은 그 순간에는 아름답지만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가장 흥겨운 단락 중의 하나인 다음 본문도 가장 모질고 거리낌없이 표현되어 있다.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너의 하는 일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네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않게 할지니라.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이는 네가 일평생에 해 아래서 수고하고 얻은 분복이니라.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
– 전 9:7-10
훨씬 더 드물게는, 가장 침울한 생각에 잠겨 있다가도 완벽한 정통 신학으로 빛나는 표현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심중에 이르기를 의인과 악인을 하나님이 심판하시리니 이는 모든 목적과 모든 일이 이룰 때가 있음이라 하였으며,
– 3:17
죄인이 백 번 악을 행하고도 장수하거니와 내가 정녕히 아노니 하나님을 경외하여 그 앞에서 경외하는 자가 잘 될 것이요 악인은 잘되지 못하며 장수하지 못하고 그 날이 그림자와 같으리니 이는 하나님 앞에 정외하지 아니함이라.
– 8:12-13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내 청년의 날을 마음에 기뻐하여 마음에 원하는 길과 네 눈이 보는 대로 좇아 행하라. 그러나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인하여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
– 11:9
이 단란들에 대해서마저도, 모든 인간은 똑같이 육신의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일부 예외는 있지만) 죄는 그 선고를 재촉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후대의 편집자가 갑작스런 이러한 확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삽입한 것으로 여기고 싶은 유혹도 있다. 이러한 두 견해 모두 다른 것들과 함께 다음 장에서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책이 한 뛰어난 지성인의 신음과 괴로움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가정은 신중히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꾸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도자는 (욥과 마찬가지로) 허무와 비극의 증거를 볼 때마다 괴로워하며 칼로 자기 자신의 상처를 찌른다. 하지만 그는 정직하게 자신의 근본적인 신앙을 부인할 수는 없다. ‘공허’의 절규에 그 통렬함을 더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념의 충돌이다. 만일 우리가 짐승들처럼 영원을 알지 못한다면 왜 무상함이 우리를 괴롭히겠는가?
전도자의 가장 어두운 상념이 결국 흩어 없어져 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의 선입관은 교대로 나타날 뿐이며, 한결같지도 않다. 비가 온 뒤 구름은 다시 돌아와, 12:8에서 그의 말을 시작할 때와 똑같이
수많은 책이 쏟아져나오지만 지혜로 인도하는 책을 고르기는 어렵다.성경의 잠언 욥기 전도서도 대표적 지혜의 말씀으로 꼽히지만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말씀마다 상충되는 부분이 많고 때로는 같은 말씀 부분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오간다.물질적 부와 지혜로운 경영을 주장하다가 이어 물질적 삶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이 언급되는가 하면 인생은 허무하고 가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이같은 의문에 대해 최근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가 ‘어떻게 지혜서를 읽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해답으로 내놓았다.
지혜서는 말 그대로 인생을 살찌우는 책이며 인생의 경영뿐 아니라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의문과 자아를 해결하는 말씀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릭 키드너는 케임브리지에 있는 텐데일 하우스 학장으로 구약 해석에 일가견을 이룬 학자다.그는 이 책에서 지혜서는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한다고 말한다.지혜서는 사람들에게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하고 모든 일을 피하지 말고 대적할 것을 권하고 있다.지혜서는 인생에 대한 직설적 해답보다 철학적 논리학적 접근을 통해 어려움을 푸는 지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이 지혜서들은 실제적인 인생의 지혜,각종 난제와 수수께끼,인생의 공허함을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고대 근동의 선지자들이 2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전달하고 싶어했던 것은 인간의 한계와 그 한계 너머 숨어있는 인생의 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 국민일보 / 2001.03.15 / 이병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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