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십자가의 말씀이 유대인들에게 “거리끼는 것”이자 이방인들에게는 “미련한 것/어리석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시간적, 공간적, 문화적 간극으로 인해 이 바울의 진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마르틴 헹엘은 고대의 십자가 처형과 관련한, 가능한 모든 역사적 증거들을 가지고 십자가 처형이 무엇이며, 당시 사람들이 십자가 처형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에 관해 치밀하게 논한다. 때로는 유스티누스의 언급을 통해, 때로는 플리니우스와 타키투스의 언급을 통해 십자가 처형을 바라보는 바울의 견해를 강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루키아노스의 대화편 “프로메테우스”에 나타난 프로메테우스의 처형장면과 디오도로스의 문학에 나타난 (디오뉘소스가 뤼쿠르고스를 십자가에 처형한) 이야기를 비교하면서 당시 사람들의 십자가 이해를 탁월하게 이끌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헤라클레스의 죽음 장면으로 대변되는 “영웅들의 고통” 모티프를 가지고 세례 요한 및 예수의 수난기사를 부각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신이 실제로 고통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가현설’ 역시 십자가의 고통과 ‘거리낌’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키케로의 라비리우스 변호 장면을 통해 십자가형에 대한 로마인들의 관점을 이끌어내는 부분은 정말 압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바울이 말한 십자가의 “거리낌”이 무엇인지,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분명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