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편의 시인은 소수 의인 대 다수 악인의 삶과 운명을 대조시킨다. 지금 당장은 다수가 추구하는 인생의 길이 안전하고 옳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 심리에 휩싸여서 다수가 걷는 길을 좇아가다 보면 참된 인생의 가치가 마치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날아가버린다. 반면 야웨께서 인도하시는 길은 다수의 대중과 동떨어져 있는 길이라서, 그 길을 걷다 보면 때로는 자신만 뒤처지는 느낌에 불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길에 머물면 시냇가에 심겨 늘 수분을 공급받는 나무처럼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셨다. 소수가 선택하는 “시냇가에 심긴 나무와 같은 견고한 인생”을 살것인가? 아니면 다수와 함께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떠도는 인생”을 살 것인가?
_1편 “나무 인생과 겨 인생” 중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의를 근거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한 끝에 확신에 이른다. 그는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여기서 “의”는 관계적 개념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르면 그분의 선물(divine benefits)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법이다.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인간적인 “간구”(요구, 필요)보다 우선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현세적 필요를 채워주는 수단이 아니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당신의 백성과 친밀하게 교제하기를 원하시는 아버지시다. 그러니 이런 아버지와 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분께서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마땅히 주시지 않겠는가!
_17편 “관계가 필요보다 우선” 중에서
악인의 일시적인 형통함은 의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혹은 “한순간” 보이는 악인들의 외형적 모습은 참모습이 아니다. “앞으로 닥칠 미래” 즉 그들의 “마지막 모습”(아하리트)이 그들 인생에 대한 참된 평가다. 인생의 진정한 결과는 “중간 평가”가 아닌 “최종 평가”(아하리트)로 결정된다. 시인은 악인이 형통하고 경건한 자가 고난받는 현실을 보면서 악인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모든 길을 야웨께 온전히 맡기고 의지하라고 권면한다. 이 세상의 순간적인 성공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인내심을 갖춘 채 적절하고 적합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자.
_37편 “악인의 일시적인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라” 중에서
다수의 탄원 시편은 간구와 찬양으로 끝난다. 그러나 시편 40편은 그와 반대로 먼저 찬양을 한 다음에 탄식과 간구로 이어지는 형태다. 시인은 신앙의 삶이 간구에서 찬양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찬양에서 새로운 탄식과 간구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탄식에서 찬양으로 움직이는 교과서적인 기도의 흐름에 묶이지 않고, 때론 내 몸과 감정 및 삶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기도를 따라야 한다. 오늘은 단단한 바위에 서서 하나님을 기쁜 맘으로 찬양하지만, 내일은 깊은 수렁에 빠져서 처절한 탄식으로 눈물 흘리며 하나님을 찾을 수도 있다. 이것이 인생이며 신앙인의 삶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나약한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도움이 매 순간 그리고 영원히 필요하다.
_40편 “감사에서 탄원으로” 중에서
“자연”(1-3절)과 “역사”(4-7절)는 모두 하나님의 지배 아래 있으므로, 그분의 자녀인 우리는 자연과 역사로 인해 발생하는 혼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창조주께서는 이 땅의 “모든” 혼돈을 지배하신다. 물론 인간의 삶에는 혼돈의 상황이 끊임없이 출현한다. 하지만 여전히 피조세계를 주관하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언제나 그리고 마침내” 혼돈을 정복하시고 평강을 확립하실 것이다. 이 시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소”(시온)를 신뢰하는 대신 온 백성과 함께 거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한다. 임재하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이 그들의 피난처가 된다. 하나님이 거하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 자체가 강한 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는 강한 성”이다.
_46편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중에서
1편 / 나무 인생과 겨 인생: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2편 / 행복한 피난처: “여호와께 피하는 모든 사람은 복이 있도다”
3편 / 절망의 순간: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4편 /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영원한 기쁨: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5편 / 은혜의 큰 방패: “여호와여, 방패로 함같이 은혜로 그를 호위하시리이다”
6편 / 병상에서 드리는 기도: “나를 고치소서”
7편 /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의 기도: “내가 주께 피하오니”
8편 / 시인의 인간학: “사람이 무엇이기에”
9편 / 가난한 자의 기도: “가난한 자의 부르짖음을 잊지 아니하시도다”
10편 / 억울하게 압제당하는 자의 기도: “때를 기다리고 계시는 하나님”
11편 / 도망 혹은 믿음: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
12편 / 아첨의 말 vs 순결한 말씀: “비열함이 인생 중에 높임을 받는 때에”
13편 / 현실을 앞서는 태도: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14편 / 경건한 가난한 자 vs 실천적 무신론자: “어리석은 자는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15편 / 이웃 없이 예배는 없다!: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16편 / 죽음도 넘어서는 생명의 길: “주의 거룩한 자를 멸망시키지 않으실 것임이니이다”
17편 / 관계가 필요보다 우선: “주의 형상으로 만족하리이다”
18편 / 신실한 자에게 신실하신 하나님: “여호와께서 내 의를 따라 갚으시되”
19편 / 하나님의 용서와 보호하심이 있어야: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
20편 / 전쟁에 나가기 전에 드리는 기도: “여호와여, 왕을 구원하소서”
21편 /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드리는 기도: “왕이 여호와를 의지하오니”
22편 / 부재 속에 현존하시는, 숨어 계시는 하나님: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23편 / 목자와 함께하는 양의 노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24편 / 깨끗함과 진실함이 승리의 무기: “곧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25편 / 주 바라기의 삶: “내가 주를 바라오니”
26편 /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삶: “흔들리지 아니하고”
27편 / 바라보며, 기대하며, 기다리는 믿음: “여호와를 기다릴지어다”
28편 / 기도하는 손 vs 악을 행하는 손: “내게 귀를 막지 마소서!”
29편 / 하나님께 영광, 평강의 복: “여호와의 소리가 힘 있음이여”
30편 / 하나님의 본심: “노염은 잠깐이요, 은총은 평생이로다”
31편 / 믿음이 힘이다: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32편 / 드러내야 가려진다!: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33편 / 하나님의 눈!: “여호와는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살피사”
34편 / 인간의 고통에 민감하고 늘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35편 / 까닭 없이 미움 받는 자의 기도: “여호와여, 나와 싸우는 자와 싸우소서”
36편 / 결국 빛이 어두움을 이긴다: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37편 / 악인의 일시적인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라: “잠시 후에는 악인이 없어지리니”
38편 / 지속적인 기도는 관계 지속의 표시: “나의 모든 소원이 주 앞에 있사오니”
39편 / 죽음을 앞둔 자의 기도: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40편 / 감사에서 탄원으로: “나의 하나님이여, 지체하지 마소서”
41편 / 돌보는 자에게는 돌봄이: “가난한 자를 돌보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42편 / 두 자아의 갈등: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43편 / 희망의 대화인 기도: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라”
44편 / 무고한 고난에 처한 자들의 신실한 기도: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45편 / 축복의 통로가 되는 하나님의 지도자: “왕은 진리와 온유와 공의를 위하여”
46편 /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47편 / 모두를 품는 포용 공동체: “하나님은 온 땅의 왕이심이라”
48편 /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우리 하나님의 성에서 보았나니”
49편 / 존귀한 삶 vs 짐승의 삶: “존귀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
50편 / 앎과 삶이 다르면 악인이다: “하나님을 잊어버린 너희여”
참고문헌
시편을 연구하고 묵상하면 기독교 영성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학문적 연구에 개인적 묵상을 더하여 우리를 기독교 영성의 본령으로 초대한다. 이 책은 내가 시편을 묵상하고 시편으로 기도할 때마다 참고할 책이 될 것 같다.
– 김형국 _ 하나복DNA네트워크 대표
시편은 혼돈과 어둠의 세력에 짓눌려 방향을 잃고, 저항적 무신론과 고립무원의 무력감에 매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소생시키고 회복시키는 그분의 신묘한 약초다. 저자의 시편 사색은 간결하고 절제된 주석과 성찰을 바탕으로 신앙건덕을 위한 메시지를 도출하고 있다. 이 책을 정독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필시 “낮은 목소리로 시편을 음송하는” 물가의 심은 나무처럼 성장해갈 것이다.
– 김회권 _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시편은 개인과 공동체의 영성 형성을 위한 소중한 책이다. 저자는 질서정연한 형태로 시편의 양식, 구조, 내용, 메시지를 소개하면서, 건실한 학문성과 목회적 온화함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시편의 맥박과 심장 소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한마디로 시편 시인의 영성을 우리에게 친절하게 전해주는 시편 영성 전도자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 류호준 _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은퇴 교수
시편을 영혼의 해부도라고 한다면, 이 책은 시편의 해부도 혹은 조감도라고 부를 만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적확한 해설과 적실한 적용은 성경을 중심에 두고 사람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을 품은 채 세상과 교회 속에서 부대껴온 저자의 삶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 박대영 _ 광주소명교회 책임목사, 『묵상과 설교』 책임편집
이 책의 저자인 차준희 교수님은 목회자의 심성을 가진 신학자다. 강의와 설교의 오랜 경험을 잘 녹여낸 신학자의 저술을 읽으면서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의 시편 연구와 묵상을 잘 우려내어 담은 이 글 모음은 목회자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의 삶에 귀한 울림을 가져올 것이다.
– 지형은 _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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