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의 정통장로교회the Orthodox Presbyterian Church총회에 보고되었던, ‘하나님께 대한 공적인 예배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에 관한 두 종류의 보고서를 번역하여 정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번역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한 후반부의 보고서에 대한 개괄은 O·P·C 총회의 보고서에 대한 해설적인 성격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번역서라기보다, 이 책 자체가 제11회 총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제15회 총회에까지 연계되었던 보고서에 관한 또 다른 보고서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공적인 예배에서 시편을 노래하는 문제는, 단순히 예배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은 것이냐 하는 것에 국한한 이슈만이 아니라, 예배에 있어 필연적인 원리와 직결되는 실천적인 주제다. O·P·C 총회의 보고서들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인 예배에서의 노래에 관한 결론을 핵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장로교회들은 그 시작인 조선예수교장로회의 역사로부터 이미 복음찬송가가 사용되어 왔고,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시편찬송은 소개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이제 뒤늦게 시편찬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미 오래도록 사용해 온 찬송가공회의 찬송가를 대체하여 시편찬송을 도입하는 문제는 극소수의 교회들에서나 실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100년 이상이나 찬송가를 부르는 것으로만 만족해 왔던 우리 장로교회의 역사 가운데서, 시편찬송을 도입하는 문제는 시급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예배에 있어서 신적인 보증을 확증할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이며, 그러한 원리의 실천과 예배에서 부르는 노래의 문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이해 가운데서 우리들이 개혁해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성경적이고도 분명한 이해가 널리 확산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시편찬송의 중요성을 인식한 장로교회들과 신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 가운데서, 당장 시편찬송을 부르지 않는 교회들에 대해 정죄와 강력한 반대를 주장하는 사례가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혁교회를 표방하는 작은 규모의 장로교회들에서 시편찬송을 부르는 문제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적잖은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러한 양상은 시편찬송의 본래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오히려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과 형편 가운데서 우리들은 더욱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한 롬 15:1절의 말씀과, “그러면 네 지식으로 그 믿음이 약한 자가 멸망하나니 그는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형제라.”고 한 고전 8:11절의 말씀을 기억하여, 시편찬송에 대해 아직 아는 바 없는 그리스도인들 혹은 아직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 교회들에 대해 동일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더욱 권면할 수 있는 너그러움과 지혜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근대와 현대를 구분하는 대략적인 분기점이 되는 1950년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장로교회에 지대한 기여를 한 미국의 장로교회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개혁주의적인 풍토를 지녔던 정통장로교회에서도 이미 신학적인 양상에 있어서의 시류가 반영되어 있었던 것을 볼 때에, 우리들은 더욱 그 가운데 있었던 논의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깊이 있는 통찰이 요구된다 하겠다. 아무쪼록 이 작은 책이 그러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