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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색치마의 어머니 – 기일혜 수필집 11

$8.00 $5.60

저자 : 기일혜  |  출판사 : 크리스챤서적
발행일 : 1999-10-20 174p  |  89-478-0110-0
인간에 대한 끝없는 외경심에서 나오는 듯한 인사 아버지나 오빠뿐만이 아니다. 어머니,그리고 나도 그런 지극히 순진하면서도 정중한 인사를 누구에게나 잘 드린다. 이 인사속에는 현실에 서투른 자들이 상대방에게 보내는 놀람과 겸허한 떨림이 스며있는 것만 같아서 내게는 가족들의 그런 인사 모습들이 쓰라리고 눈물겹기만 하다 – 수필 “백불을 안고 운 울음”에서

[본문 83-84쪽 ‘차에다 향수 뿌리는 장로님’중에서]

샌디애고의 한 권사님 댁에서 쉬고 있을 때, 가까운 ‘씨 월드(sea world)’에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다. 나는 관광은 싫어하지만 ‘씨 월드’에는 갖가지 종류의 희귀한 어족들이 많다고 해서, 견학 차원에서 가기로 했다.

그날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가실 분은 운전을 잘하신다는 이웃마을에 사시는 박규숙 집사님.

약속 시간이 되자, 박 집사님이 들어 오시는데 색색의 국화와 아이리스로 만든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계셨다.
국화!‥‥ 나는 내 나라에서 보던 그리운 논들을 받아 들자, 미국에 와서 시들어졌던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좀 늦었지요? 우리 장로님이 차에다 향수를 잔뜩 뿌려놓아서 냄새를 빼느라고‥‥ 오늘 그 차에 기 집사님이 타신다고‥‥‥
“어머나! 장로님이 어떻게 저를 아셔요?”
“아시지요. 제가 집사님 책을 좋아해서 읽을 때, 같이
읽었거든요. ”

나는 속으로 ‘오늘 이 박 집사님 앞에서 언행을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면서 금방 견학의 호기심마저 반감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감명 받은 작가가 타고 가는 차에다 향수를 듬뿍 뿌리는 장로님의 천진성에 감동되는 내 마음을 어떻게 막을 길이 없었다.

그날 ‘씨 월드’ 견학을 마치고 박 집사님은 우리 일행에게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유명한 라호야비치에서 가장 맛이 좋다는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도 사주셨다.

바닷가에는 6월 중순이라 해수욕하는 남자가 꼭 한 사람 있었다. 내게는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고. 아이스크림 집에서는 젊은 아가씨처럼 아주 멋을 부린 노인 할머니를 보았다. 옷차림과 화장에 쏟았을 그의 정열과 시간을 생각하자, 내게는 측은지심과 함께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그날 내가 견학한 ‘씨 월드’보다 라호야비치의 아이스크림 맛보다 더 내 마음을 끌어가던 박규숙 집사님. 그 분의 활동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소박한 옷차림, 그리고 얘기하실 때마다 풍겨나는 그분의 진실함 겸허함은 내게는 어떤 명소나 절경, 아이스크림 맛보다 더 신선한 경이로움이었다.

제1부
1.모로코에 갈까말까
2.울타라기 아름다운 집
3.보자기오 전화카드
4.내 자랑하다가 당한 수모
5.낙성대역에서 사랑한 동생
6.배 집사짐의 결단
7.사랑하는 기일혜 집사님
8.사람은 외모를 본다
9.구두가 한 켤레밖에 없는 여자
10.아들의 기도전략
11.강 집사님이 참새 잡은 이야기
12.연변 색시
13.뒤뜨락에서 만남 문학청년
14.초겨울 아침의 민영이
15.’왕과 비’ 드라마를 못 보는 사람
16.개발도 싫어,발전도 싫어
17.예수 안 믿는 사람부터
18.보석만 보고있는 사람

제2부
1.가난을 사수하고
2.미국이 가까워질 때
3.내 여행가방을 챙기고 있는 남편
4.라팔마의 전도네 집
5.복음이 엄마의 하루
6.따뜻하고 견고한 샌디애고의 자매님들
7.차에다 향수 뿌리는 장로님
8.워싱톤의 미드나잇
9.가장 잘 내린 결정
10.보배 같은 두 형제
11.내가 다시 미국에 갈 이유가 있다면
12.렌즈데일의 목사님
13.디트로이트 상공에서
14.아버지!! 아버지를 불러!!
15.새벽 2시에 마시는 브라운 티와 누룽지
16.구멍 난 타올 한 장을 들고서
17.20시간을 달려가서 드리는 예배
18.복숭아를 깎는 목사님

제3부
1.며느리의 바바리코트
2.내 영혼과 닮은 사람
3.마을버스 속에서 울고 있는 나
4.괘씸죄에 걸린 나
5.미국까지 갔다가 온 내 옷
6.어느 할머니의 울음
7.빚보다 더 무서운 것
8.너만 보면 희망이 생긴다
9.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사람
10.세상만사에 기한이 있고
11.의미있는 시아버지가 되고 싶다
12.남편의 제자가 보낸 편지
13.어머니는 공기
14.내가 너를 안 낳았더라면 어쩔 뻔했냐!
15.애절함만 남겨놓으시고
16.죽어가는 호랑가시나무를 살려놓고
17.정을 십자가에 못박고
18.100불을 안고 운 울음
19.오빠의 무의식 속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

기일혜

1941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59년 광주사범학교 졸업 197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어떤 통곡」, 「소리」가 추천 완료되어 등단 1986년 창작집 「약 닳이는 여인」펴냄 1994 – 2000년 수필집 출간 「내가 졸고 있을 때」「가난을 만들고 있을 때」 「나는 왜 사는가」「냉이야 살아나라」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며느리는 200년 손님」 「발레리나 잘 있어요?」「쓸쓸한 날에 받은 선물」 「들꽃을 보러 다니는 사람」「내 마음이 가는 사람」 「수박색치마의 어머니」「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약을 달이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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