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습니다”로 시작한다. 라틴어로 된 이 문장의 순서는 이렇다.
내가 믿습니다-하나님-아버지를-전능하신-천지를 창조하신.
이 순서는 우리의 믿음의 대상이 하나님이시며 그분이 어떤 분인가를 가장 간략하게 알려 준다. 상식적이긴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것은 그분의 존재를 넘어서 그분을 인격적으로 믿는 것을 의미한다.
– 12쪽
천사는 예수님이 ‘성령으로 잉태될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성령은 구약에서는 ‘하나님의 영’으로 나타났다(창 1:2; 삼상 10:10; 시 91:4). 성령은 창조의 영이시다. 본문에서 ‘성령’과 ‘지극히 높으신 이’는 동격으로서 성령의 지고한 본질과 권능을 나타낸다(눅 24:49). 그 성령께서 마리아를 덮는다는 것은 신성과 인성을 연관시키는 이미지를 주는 표현이다.
– 46쪽
예수님의 승천은 구약과 신약의 주제가 되는 임마누엘의 예언을 실제로 성취하는 사건이다. 그분의 승천은 정말 이별의 사건이 아니라 이제부터 예수 그리스도와 영원히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건이다. 승천하신 예수님은 그분의 말씀과 영으로써 우리와 함께 계신다.
예수님이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요 16:7)고 하신 것도 육신이 아니라 그분의 영으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성도에게나 함께하기 때문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 95-96쪽
성경을 위시한 고대 근동에서는 종종 왼쪽은 부정적이지만 ‘우편’이나 ‘오른손’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다(마 25:33). 고대 사회에서 왕의 우편은 권력을 나누고 명예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군주의 오른쪽에 앉은 자는 군주의 권력을 위임받았다는 뜻이다. … 예수님이 하나님 우편에 앉으셨다는 것은 주님이 하나님의 권한을 위임받은 왕으로 등극하신 것을 확정하는 것이다(마 28:18). 그분은 천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절대 지상권(至上權)을 가지셨다(히 1:13). 주님은 지상에서 인간이 당해야 할 온갖 조롱과 고통을 당하시고 처참하게 십자가형을 당하셨지만, 부활 승천하고 하나님 우편에 앉으셔서 권한을 행사하신다. 주님은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아버지의 ‘섭정왕’과 같이 만왕의 왕으로서 우주의 통치자로 만물을 다스리고 계신다.
– 104-105쪽
주님은 말씀과 성찬 가운데 늘 우리와 함께하시지만, 신앙 고백에서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말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인격적이고, 육체적이라는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성도는 이미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맛보고 누리면서 살지만,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를 기대해야 한다. 그것은 주님의 재림을 사모하는 것이다. 이 땅에 기대가 많은 사람은 그가 비록 그리스도인이라고 할지라도 주님의 재림에 관심이 없겠지만, 성도는 산 소망으로 거듭난 자이기 때문에 썩지 않는 영원한 기업을 사모한다 (벧전 1:3-4).
– 111-112쪽
사도신경은 교회의 속성 가운데 교회의 거룩성을 먼저 언급하고 있다. 교회가 거룩하다는 말은 교회의 구성원이 죄가 없다거나 완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교회가 거룩하신 하나님의 구원 행위로 말미암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그분의 모든 속성 가운데 가장 독특한 부분이다.
이것은 피조물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거룩함이란 단순히 분리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세속이나 죄로부터 분리된 것을 의미한다면 창조 전이나 죄가 세상에 들어오기 전에는 하나님의 거룩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그분의 영광과 관련된다(시 99). 하나님은 스스로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다.
– 138-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