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소설 『바이러스 X』. 이 소설은 재미교포 로비스트인 이정한과 한국인 병리학자 조연수의 활약으로 어느 날 갑자기 합성된 바이러스 X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너무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끌어 바이러스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반도체와 레이저를 통해 바이러스를 체외에서 인식함으로써 인류가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전연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의학자와 생물학자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고 정보통신계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치밀한 격리 조치가 시행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에서 온 한 남자가 격리 수용을 거부하며 병리의사를 불러 달라 요구한다. 경찰서로 연행된 30대 후반 재미교포 로비스트인 이정한은 그를 만나러 온 병리의 조연수에게 바이러스가 3만 바이트짜리 데이터이며 시스템 반도체 기술로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으니 이 사실을 한국기업에 알리고 3개월 후에는 전 세계에 공표하라 당부한 후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의 말에 혼란을 겪던 연수는 선배의 조언을 받고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NEJM》에 그에 관한 에세이를 써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코비드19 확산 책임을 묻는 국제 재판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이 중국의 생물학 연구소와 실험실에 대한 완전 개방과 연구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만 중국은 모두 거부한다. 이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연합함대를 남중국해에 진입시키고 중국에 경제 봉쇄를 가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중국의 시진핑은 제2의 팬데믹을 방조하고 북한의 김여정을 움직여 대한민국을 한미일 동맹에서 빼내려는 음모를 세우는데…….
작가의 말
1. 괴이한 입국자
2. 병리학자의 길
3. 볼리 축제
4. 세미나
5. 히말라야의 유목민
6. 미션
7. 마이산 농장
8. IT와의 만남
9. PRRA의 진실
10. 알 수 없는 병
11. 산업스파이
12. 해후
13. 글라스 협정
14. 양의 죽음
15. 공안서장
16. 솔크연구소
17. 이기적 유전자
18. 우연과 필연
19. 최후의 시계
20. X의 출현
21. 세기의 재판
22. 중난하이
23. 달콤한 미끼
24. 또 하나의 팬데믹
25. 인문학도의 기술
26. 치자꽃 두 송이
“즉 코비드19란…….”
정한은 말을 맺지 않고 잠시 멈추었다. 강렬한 그의 눈길이 답답함과 지루함을 머금은 연수의 눈에 한동안 머무르다 멀리 하늘가로 날아갔다.
“3만 바이트 용량의 USB예요.”
정한의 목소리가 USB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귀에 남기고 떠나는 순간 연수의 뇌리에 번쩍하고 번개가 친 듯 전율이 이는 듯했다. 뭐라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3만 바이트짜리 USB라고. 그렇다면.
“그러니 반도체로 읽어내 정복할 수 있어요.” (P. 22)
“제가 에세이에서 제안한 핵심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가졌던 고정관념을 날려버리자는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코비드19 바이러스를 의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3만 바이트짜리 데이터로 보자는 거예요.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코비드19의 염기는 정확히 29,903개입니다. 이 염기 서열을 반도체에 기억시키고 센서에 연결하면 사람의 몸에 침투하기 전에 체외에서 코비드19 바이러스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의 논지입니다.” (P. 53)
연수는 어떤 식으로 보고서를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양의 발작. 발병한 양이 예외 없이 죽음에 다다른 거로 보아서는 거대한 질병의 탄생인 데다 조류독감의 모티프가 섞였으니 이미 인수공통전염병이 되어있거나 차후 사람에게로 전파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만약 이것이 퍼진다면 코비드19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 팬데믹을 불러올 게 분명했고 따라서 보고서는 긴급히 쓰여야만 했다. 하지만 과학보고서의 형식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전자 모델을 정립했으니 급히 동물실험을 하면 되지만 그러자니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찾을 길이 없는 것이었다. (P. 233)
그러므로 열악한 지역의 환경을 외면한 채 우리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는 이기적 행태로는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류문명의 붕괴와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할 뿐입니다.
팬데믹은 약자와의 동행만이 인류가 나아갈 길임을 가리키는 마지막 이정표인 것입니다 – (P. 260)
“몸 밖이라면 바이러스와 싸울 필요조차 없습니다. 피하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바이러스는 몸에 황급히 기생하지 못하면 곧 죽습니다. 사람이 몸을 안 대주면 그만이지요. 그러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까 마구 다니면서 스스로 먹이가 되어 바이러스를 잔뜩 키워주는 겁니다. 바이러스는 백신이 아니라 반도체로 잡아야 합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