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된 딸이 티에폴로의 그림 〈오색방울새의 성모〉의 색 재현(色再現)을 보고 있었다. 이 그림은 워싱턴 국립 미술관의 관리자 맥브라이드 대령이 바로 얼마 전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딸아이는 그림 속 소년의 손에 들려 있는 오색방울새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딸의 질문은 이 책의 시작이었다. 종교화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는 상징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하고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는 정보의 보고를 찾고자 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기의 종교적 상징성에 관한 자료는 양이 방대한데다 이곳저곳 분산되어 있어 연구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전 분야를 통틀어 수년 동안 그 어디에서도 종교적 상징성에 관한 체계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그리스도교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표징과 상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흥미를 일으키고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종교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르네상스 작품들을 삽화로 넣어 그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기로 했다.
– 러시 H. 크레스 <소개의 글> 중에서
[저자의 글]
이 책은 르네상스 시기 종교화에 한해서 상징적 의미를 묘사하고 있다. 작은 편차가 있는 것부터 결정적인 형태를 부여받은 것까지 르네상스 종교화의 본질에 따라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표징과 상징들을 함께 실었다. 당시 교회의 후원을 받았던 예술가들은 새로
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전 그리스도교 시대를 통틀어 알려진 상징적 의미를 확고히 정리하고자 했다.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경험이 예술의 형태로 완성되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보았다. 하느님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당연히 모든 것들이 하느님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와 같이 자신이 보았던 모든 사물에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방법이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엄밀히 따지면 구약성경, 세례자 성 요한, 동정녀 마리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들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묘사했던 부분이다. 그들은 최고의 형상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표징과 상징들의 결정적 형태를 사용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종교복, 종교적 대상처럼 인공적인 부분을 상징적 묘사에 사용하지 않았다. 주변의 사물들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유대 등을 통해 동일화함으로써 나타났다.
-조지 퍼거슨의 <머리말> 중에서
[역자의 글]
이 책의 저자인 조지 퍼거슨 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영국 국교회, 즉 성공회의 언덕의 성 필립보 성당의 초대 주임신부였다. 그는 이 성당에 재임하는 동안 신자들의 교육에 창조적인 미술 방법들을 사용하면서, 상징들과 표징들을 교육에 활용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모아서 간결하고, 순서에 따라서, 접근하기 쉬운 책으로 모아 정리하고 출판하였다. 그렇게 이 책은 1954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몇 번의 판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또 르네상스 시기 미술에서 상징들과 표징들의 연구에 대한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까지, 또 최근에도 상징과 표징에 대한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책보다 내용이 다양하지 않고 이 책의 일부만 특성화한 경우도 있고, 내용만 확충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들로 첫 출판 이후 65년이 지났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이 책을 선정하여 번역하였다.
……
세 번째 이유는 ‘중세는 암흑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는 “중세는 칠흑 같은 밤이기보다는 별이 총총 빛나는 밤”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 어두운 밤하늘에는 길을 가리키는 별들, 새로운 신앙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라고 한다. 그로 인해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를 원했다.” 그 이상(理想)을 담은 것이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 작품들이다.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아주 소수였던 시기에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것이 르네상스 시기 미술의 의도였다. 그래서 그 시기 작품들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그것이 때로는 뒷배경으로, 때로는 표징이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성경의 이야기들에서, 성인·성녀의 그림들에서, 당시 통치자들이나 부유한 상인들의 초상이나 그들이 봉헌한 그림들에서 많은 표징이나 상징들이 등장한다.
-변우찬 <역자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