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로 설교하라!
한국인 구약학자가 제대로 쓴 레위기 주석
많은 분들이 기다리던 기동연 교수의 『레위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한국인 구약 학자가 제대로 쓴 레위기 주석이다. 레위기는 성경 통독의 큰 고비를 안겨줄 뿐 아니라고 설교자들이 기피하는 본문 가운데 하나로 소문났다. 그러나 레위기에는 하나님의 백성이 거룩한 백성이 되길 바라는 하나님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런 귀한 본문을 묵상하고 설교하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간된 <레위기> 주석이 레위기 본문을 묵상하고 설교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레위기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단순히 제의 관련 규정을 준 것이 아니라, 자기 백성이 거룩한 하나님의 나라 백성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레위기의 규정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종교의 틀 속에 가두기 위해 주어지지 않았다. 레위기의 규정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이자 거룩한 백성으로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다. 레위기 1-7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왕이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법인 동시에 하나님과 사람에게 범죄하였을 때 그 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제의를 기록하고 있다. 레위기 11-15장은 고대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음식과 위생 그리고 출산과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정결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레위기 17-20장에서는 도덕적으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것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규정을 기록하고 있으며 성범죄를 특별하게 다루고 있다. 레위기 21-22장은 제사장들과 대제사장에게 정결과 성결한 삶을 위한 규정들을 제시하는데, 이 규정들은 일반 백성에게 주어진 것보다 더 엄격한 것이 특징이다. 레위기 23-25장은 안식일 규정을 통하여 가나안 땅에서 수고한 결과로 하나님께서 주신 소득을 하나님과 이웃과 함께 즐겁게 나눌 것을 규정한다. 더 나아가 안식년과 희년 규정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 중에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가난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규정을 준다. 또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백성인 동족을 항구적인 노예로 삼지 말고 반드시 안식년에 풀어주라고 했으며, 심지어 동족에게 산 땅도 희년에 반드시 되돌려 주게 하였다.
이런 레위기의 규정을 살펴보고 주석하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다. 이 레위기의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고대 자료인 미쉬나와 탈무드, 사해 문서, 외경과 요세푸스(F. Josephus)와 필론(Philo)의 저작을 많이 살펴보았다. 그 이유는 레위기의 규정을 21세기의 가치관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보다는, 구약 시대의 신학적 사고와 풍습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저자들의 기록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구약 시대의 이웃 국가인 고대 근동 국가(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들의 문서에 기록된 제의와 생활 전통을 레위기의 규정과 꼼꼼히 비교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필자는 레위기의 규정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 근동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규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