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한번 만났을 때, 신랑 될 사람을 물으니 그녀는 웃으면서
“착하긴 한데, 모아놓은 돈이 하나도 없대요.” 하면서 계속 웃었다.
그녀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아련히 생각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은 그지없이 깨끗한 것이로구나.
이 깨끗한 것을 나는 지금 많이 잃어가고 있구나.
“모아 놓은 돈이 하나도 없대요.” 하는 그녀의 말이
내겐 음악처럼 신선하게 들렸다.
문득 청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은은하게 밀려오면서…
잡다한 것으로 차 있는 자신이 가엾어지기도 했다.
청빈의 상태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이제 나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신성한 지점에
그녀는 지금 서 있었다.
[내가 부러워하는 결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