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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 기일혜 수필집 39

$8.00 $5.60

저자 : 기일혜  |  출판사 : 크리스챤서적
발행일 : 2019-09-16  |  (134*210)mm 176p  |  978-89-478-0355-7
일상에서 경험하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삶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들꽃처럼 피어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색감으로 물들이는 기일혜 수필집. 소설가 기일혜의 수필들은 나와 이웃의 정겨운 이야기다. 삶의 순간을 여행하듯 ‘가족과 이웃’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체험을 통해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1집부터 39집까지 각각의 수필집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감동을 준다.
《낡은 집》은 기일혜 작가의 서른아홉 번째 수필집이다. 우리의 생활 이야기가 작가의 글 속에서 숨을 쉬며 사람들의 열정과 사랑의 모습들로 다시 탄생했다.

[출판사 리뷰]

여행은 집을 그리워하기 위해서 가는 것인가.
지난봄 중국 소주(蘇州)에 가서 집을 그리워했다.
가난한 맑음이 있는 내 집을.
우리는 지구에 잠시 여행 온 주님의 자녀.
여행이 고되고 힘들수록 자녀는 성숙하면서 본향을 그리워한다. 그러므로 편안하게 여행하려고도 말고, 여행 중에 잘 지내려고도 말고, 동행인과 좋은 것 있으면 나누고 돕고 양보하고 져 주면서 살아갈 일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기일혜 수필집 속의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일까 싶게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 그 힘에 새삼 진한 감동과 여운을 갖게 된다. 기일혜 작가의 39권의 수필집은 1994년부터 2019년까지 25년간 발표된 작품집이다.

기일혜 작가의 수필 안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빛을 발한다. 수필을 읽다 보면 고운 질감의 조각보를 만져보는 듯, 추억 속의 한 장의 사진 같은 편안한 시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 기일혜 수필집 목록
1권 내가 졸고 있을 때
2권 가난을 만들고 있을 때
3권 나는 왜 사는가
4권 냉이야 살아나라
5권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6권 며느리는 200년 손님
7권 발레리나 잘 있어요?
8권 쓸쓸한 날에 받은 선물
9권 들꽃을 보러 다니는 사람
10권 내 마음이 가는 사람
11권 수박색 치마의 어머니
12권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13권 약을 달이는 아내
14권 며느리가 부러울 때
15권 고민 없는 꽃에게
16권 내가 슬프지 않는 이유
17권 외로움은 그냥 놔두세요
18권 살아 있는 것들의 엄살
19권 보고 싶은 애련 언니
20권 나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21권 호박을 주고 싶은 사람
22권 내가 부러워하는 결혼
23권 내 진정 사모하는
24권 내 꽃 같은 시절
25권 옥수수 먹을 때 오셔요
26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27권 남편에게 지는 연습하기
28권 아내에게 지는 연습하기
29권 사람을 보면 나는 말을 건네고 싶다
30권 그리운 이모의 밥상
31권 아버지의 신문
32권 따뜻함은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한다
33권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34권 아름다운 서울댁
35권 효정아 마음대로 잘 살아라
36권 당신은 지금 아프니까요
37권 나를 강하게 하는 것들
38권 따뜻한 물 한 잔의 아침
39권 낡은 집

오전 열 시 반쯤 정읍역에 내리니, 순임 님 사는 산외면 사가마을 가는 버스는 오후 두 시 이후에나 있다. 버스로도 한 40여 분 가니 택시를 탈 수도 없고. 심란해진 맘으로 그에게 전화한다. “왜 그리 먼 곳에서 살아요? 버스는 오후 두 시 이후에나 있대요.”
“아이고 선생님, 정읍이시구나. 제가 집을 띠메고(떠메고) 정읍으로 지금 갈게요.”
집을 떠메고 오겠다는 그의 말을 듣자, 웃음이 나오면서 복잡하던 머리가 시원해진다. 시원해진 머리로 잘 알아보니, 칠보까지 버스(자주 있음)로 가면 거기서 사가마을 가는 택시가 있고, 택시비는 만 원. 조금 기다리다가 칠보행 버스에 오른다. 칠보에서 택시로 바꿔 타고 사가마을에 내리니, 순임 님이 나와 있다.
나를 보자마자 그가 막 웃으면서 말한다. “선생님, 집을 띠메고 갈라고 하니 집이 안 떨어져요, 안 떨어져.”
(15쪽)

숙소 주인 내외분이 댁에 있는 커피 봉지들을 내놓는다. 그중 하나를 내가 들고 보니 알 수 없는 영어로 써 있어서, 커피 박사인 김 목사님에게 묻는다.
“이게 무슨 커피라고 씌어 있어요?”
“먹어도 괜찮은 커피라고 써 있네요.”
“그래요. 하하하….”
내가 한바탕 크게 웃자, 처음 만나서 약간 서먹하던 주인과 손님 사이가 확 어우러진다. 사람 사이의 낯섦이나 어색함, 긴장을 풀어 주는 말 한마디는 양약과도 같다.
외나로도에서도 내가 무슨 일로, 새 양말에 씌어 있는 영어를 보이면서 “여기 뭐라고 씌어 있지요?” 하니, 김 목사님이 대답하신다.
“신어서 편안한 양말이라고 써 있네요.”
나는 또 막 웃는다. 막 웃는 웃음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67쪽)

포항 길거리에서 본 어느 차 뒤에 붙어 있는 알림 글이다. ‘아이 엠 초보(初步, 나는 초보다).’ 보자마자, 내 속으로 하는 말이 ‘나야말로 늘 인생의 초보다’ 하면서 그 말이 내 말처럼 여겨진다.
인간관계에 늘 익숙하지 못하고 초보 단계인 나. 내가 인생살이에 얼마나 자신이 없느냐 하면, 며느리가 결혼해서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내가 밥 안칠 때 한 말이 이렇다.
“얘야, 나는 누가 보면 떨려서 밥물도 잘 못 본다. 네가 밥물 좀 봐 줄래.”
며느리는 웃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나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면서도 만나기를 두려워하면서 떨고 말문이 잘 막힌다.
인간이란 신묘막측하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신성을 가진 신의 자녀들이다. 떨며 말문 막히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88쪽)

그날, 나는 명애 님과 경주에 갈 예정이고, 포항 내 숙소 주인인 미자 님은 마침 그날이 노동절이고 결혼기념일이라, 부부 일일 여행 간다고 서두른다.
아침을 든 후, 미자 님 남편이 먼저 밖으로 나간 지 상당히 지났는데도 미자 님이 안 나가고 있어서, 내가 친정 엄마처럼 한마디 거든다.
“미자 님, 남편이 기다릴 텐데요….”
“지금 산책하고 있을 거예요… 미인은 기다려야지요.”
담담하게 한마디 하고, 조금 더 있다가 나가는 미자 님. 하늘거리는 실크 원피스 차림. 연한 미색 바탕에 잔 꽃무늬가 그의 날씬한 몸매에서 아련하게 흔들린다.
(96쪽)

요즘 기일혜 님 수필집을 계속해서 읽고 있다.
(중략)
그런데 읽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나도 기일혜 님이 가는 대로 따라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앉아 있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제는 비가 쏟아지는 화죽마을(정읍)에 같이 가서 사나운 비에 옷도 젖고 마중 나온 홍순임 님 집에 들어가 자기 집처럼 편안해하시며 누워 있는 기일혜 님을 보곤 웃기까지 했다. 홍순임 님이 하시는 착한 며느리 이야기도 마치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 양 들으며 웃고 미소 짓고 감탄하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144∼145쪽)

그날 노가리댁, 박이순 님, 나 셋이서 캔 고구마 열 부대를 내가 머리에다 이어 날랐다. 점심때 지나고 오후 두 시가 넘었다.
손 씻으러 간 수돗가 붉은 플라스틱 통에 가득 널부러져 있는 흙투성이 면장갑, 양말, 바지 등. 지나칠 수가 없어서 빨고 있는데, 두 노인들(노가리댁 86세, 박이순 님 88세)은 강사인 나 일 시키고, 자기네들은 점심때 지나 구풋하니까(시장하니까), 찐 밤 까먹으면서 하야하야 웃고 있다. 내가 빨래 다 빨고 가서 하는 말.
“나는 고구마 캐서 다 이어 나르고, 빨래 다 빠는데 당신들은 하야하야 웃으면서 밤 까먹고 있소?”
웃으면서 투정하듯이 말하자, 박이순 님이 하신다는 말씀. “강사님은 이녁 식구 같아.”
(172쪽)

문득 내 가난한 집이 그리워진다.

볼거리, 먹을거리 없는 가난하고 맑은 내 집으로 가야지.
종일이라도 흐르는 적막 속에 생각이 흐르고 무언가를 아파하는 울먹임이 흐르고 있는.
모든 것이 잔잔하게 흐르는 내 집으로 어서 가야지.
가서 청빈하게 살아야지.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소식(小食)을 하면서 살아야지.

가난한 친구를 만나고 주님 말씀 듣고 글을 쓰면서 살아야지.
(중략)
‘선생님. 비가 오는 날은 나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아셔요.’
‘…네에 알겠어요.’
정다운 대화가 있는 그곳으로 가야지.

오래된 흙같이 삭아서 편안한 늙은 남편이 있는.
내 집으로 가야지. 어서 가야지.
(174∼175쪽)

머리말

1부 조선족 가이드를 위하여

1.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2. 보기만 해도 아픈 감자
3. 강 여사의 마중
4. 순임 님의 유머
5. 용돈 싸움
6. 제자가 담근 막장
7. 나를 깨우는 목소리
8. 기(奇) 시스터스
9. 승우의 바이올린 독주회
10. 거창한 사인(sign)
11. 발 마사지하는 여인들
12. 700만 가지 불가사의(不可思議)
13. 하 서방 고마워
14. 탐험가에 대한 승우의 생각
15. 조선족 가이드를 위하여
16. 죄지을 틈이 없는 사람들
17. 받은 선물 나누기
18. 내 친구의 어록(語錄)
19. 마른 고사리 삶는 법
20. 보리 풋바심
21. 어머니 손 좀 만져 봅시다
22. 주님 날개 밑에서
23. 사람은 죽어 봐야 안다지만
24. 아버지의 편견
25. 이 고운 산야(山野)에서
26. 영암의 신지식인

2부 그 아픈 시간에

1. 그 아픈 시간에
2. 기형도의 시
3. 노병사(老兵士)의 집
4. 앵두로 쓴 동화
5. 다사다망(多事多忙)한 남영희 님
6. 칠보 가는 버스 안에서
7. 외나로도에 가서_ 내가 천천히 운전할게요
8. 외나로도에 가서_ 문 선생님
9. 외나로도에 가서_ 쑥섬에서 들은 막간의 얘기
10. 외나로도에 가서_ 문 선생님 부부의 결혼반지
11. 외나로도에 가서_ 일을 다스리는 사람
12. 외나로도에 가서_ 면(面) 체육대회
13. 외나로도에 가서_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 커피
14. 외나로도에 가서_ 주님이 보낸 특파원
15. 외나로도에 가서_ 갑숙 님의 이웃사촌
16. 누가 내 집에 오겠다고 하면
17. 화장지와 손수건
18. 냉커피 드세요
19. 구 선생님의 용돈
20. 선물 이상의 것
21. 미시즈 일본
22. 해남 부인의 시(詩)
23. 낮말도 밤말도 하나님이 들으시고
24. 어느 신(神)이, 어느 신(神)이
25. 적극적인 표현이 좋을 때
26. 아직 세상은 따듯하네요
27. 아이 엠 초보(初步)

3부 어마어마한 사랑의 빚

1. 경주에 가고 싶은 이유
2. 명애 님
3. 석굴암 불상 앞에서 본 여학생들
4. 천마총 유물보다 더 귀한 것
5. 미인은 기다려야지요
6. 나를 꿰뚫어 보는 명선 님의 시선
7. 울진군 온양읍 차현주 님
8. 누룽지 만드는 여인
9. 아아 명숙 님 그리워
10. 포항에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
11. 강아지도 못마땅히 여기는 걸 안다
12. 내가 나에게 하는 경고
13. 박 서방 멋져!
14. 배려하지 못하고 하는 사과
15. 친구 셋이 헤어지는 환승역에서
16. 어머니는 어째도 괜찮아
17. 꽃 자랑은 해도 되나
18. 일용할 양식만 주신다
19. 어마어마한 사랑의 빚
20. 만발한 파꽃을 보면서
21. 노인석에 누워 있는 사람
22. 스트레스 제로
23. 나그네로 살다 보니
24. 어느 누구도 나보다 낫다
25. 손가락 고구마
26. 아픈 친구를 생각하면서

4부 내 집으로 가야지

1. 존경하는 아내 박정자 선생에게
2. 강사, 작가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3. 이건 무슨 그리움일까
4. 5분 거리에 있는 내 꽃밭
5. 꽃이 시드는 소리
6. 벚꽃은 절세미인인가
7. 여진 님에게
8. 범죄하기 이전의 하와처럼
9. 여섯 사람의 헌신으로
10. 수박 껍질 버리지 마라
11. 기일혜 님 따라다니기
12. 위대한 수국이라고나 할까
13. LA 야산의 야생화
14. 습관적 영성
15. 가장 아픈 외로움
16. 엘리베이터 안에서
17. 어느 결혼 조건
18. 벌교 친구 송양엽 님
19.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나
21. 고흐의 아몬드꽃
22. 대부도 노래방
23. 울산에도 내 집이 있다
24. 우리 엄마는 안 약해요
25. 이 어찌할 수 없는 삶을
26. 이 더위도 지나가리라
27. 그분이 사는 곳이라면
28. 박이순 님 이사 가는 날
29. 내 집으로 가야지

기일혜

1941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59년 광주사범학교 졸업
197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어떤 통곡>, <소리>가 추천 완료되어 등단
1986년 창작소설집 《약 닳이는 여인》 펴냄
1994년부터 현재까지 《내가 졸고 있을 때》 외 40권의 수필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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