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세계의 종말”은 고대로부터 오늘날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발견되는 세계의 종말에 대한 끈질긴 기다림에 대한 모순어법적 표현이다. 최근 어떤 이들은 소위 “멸망학자”(collapsologues)라 불리며, “멸망학”(collapsologie)이라는 과학의 한 분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들의 작업은 자신들이 곧 다가올 것으로 예상하는 세계의 종말에 대한 신호들과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것이다.
– p. 10
세계의 종말은 일어날 것인가?
여러 달 동안 끈질기게 맴도는 이 질문은 장 지로두(Jean Giraudoux)의 걸작에서 모사된, 세계의 종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끊임없이 내 안에 환기한다. 물론, 내가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생각났다. 지구가 수천 년 안에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더는 저항하지 못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세워진 학문이 아니다. 작은 음악처럼 퍼져있는 정서에 관한 것이다.
– p. 14
이 책은 헬라어로 쓰였고 이후에 라틴어로 번역되었는데, 라틴어에서 요한에게 전달된 메시지가 아포칼륍시스(apocalypsis)라고 지칭되었던 것이다. 원래의 헬라어 단어 아포칼륍시스(apokalupsis)는 보통 명사며, 헬라어에서 이 말은 어떤 파국(catastrophe)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의 드러냄(decouverte), 즉 계시(revelation)를 지칭한다. 따라서 계시록이란 최우선으로 그 자체의 문학적 장르를 나타내는 것이다.
– pp. 33-34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은사는 신적인 메시지의 또 다른 계시 방식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묵시 문학은 또한 하나님께 다가갈 길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 고대 세계에서는 어느 민족이든 신 없이 있을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길은 근본적임을 상기하도록 하자. 즉 그 민족이 그들의 신을 알지 못한다면 민족도 신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 pp. 77-78
이 책에서는 이 [세계의 종말이라는] 주제에 관한 현재의 인식과 30년간 계속된 연구의 성과를 요약하고 이를 알기 쉽게 펼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믿음이 임박한 세계의 종말에 대한 계속되는 예고들로 인해 오래도록 근거 없는 믿음으로 치부되고 같은 이유로 적절한 학문적인 탐구에의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 p.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