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아파하는 수용자 자녀, 그 아이들을 인생 가운데 세우시고, 그 작은 아이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신 것처럼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체 이름을 ‘세움’으로 정했다. 세움은 예수님을 영접하는 마음으로 수용자 자녀들을 영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p.33
그 사람의 범죄 내용을 보는 순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오직 ‘죄인’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도 수용자 가족이나 아이들을 만날 때 범죄 내용을 알게 되면 그 가족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으니 그냥 모르고 가는 것이 그 가족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p.65
수용자 자녀와 가족을 만나고 이들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간 첫 방문이자, 첫 만남이었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p.82
“선생님! 저는 지금껏 남겨진 손자 녀석 하나 잘 키우기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제가 우리 아들을 7년 만에 만나 보니 우리 아들이 나올 때까지 제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 안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나도, 할머니도 그 아들이 언제 어머니 곁으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p.94
아내가 지난 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정감과 신뢰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남편이자 아빠로서 든든하게 서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간 속에서도 동역자 분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다른 사람을 돕고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p.123
재판이 시작되고 큰딸 지희가 법정에 증인으로 섰을 때 판사님은 아이에게 증인석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며,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엄마를 우리 곁에 오게 해주세요!” 지희는 울먹이며 말했다. p.140
세영이는 이야기 도중에 “저는 예쁜 쓰레기예요”라는 말을 했다. 자신의 가능성과 소중함을 알기도 전에 스스로를 쓰레기로 표현하는 것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당장 “너는 너무 소중한 존재란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세영이가 견뎌온 지난 7년의 아픔이 너무 큰 걸 알기에 그 순간에는 차마 말해주지 못했다. p.157,158
아이들이 경험한 30분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크로노스의 시간이었겠지만, 또 다른 의미로 세상에서 가장 깊은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아버지와 자녀들의 마음과 사랑을 확인하는 짧지만 깊은 시간. 그 시간의 힘으로 가족들은 다시 만날 날까지 그리움을 달래며 견디는 거겠지…. p.173
정말 그렇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서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셔서 너를 만나러 왔어”라는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왈칵 눈물을 쏟는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흐느껴 운다. 이 아이들의 부모를 향한 ‘올림사랑’을 부모님 수용자들이 제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p.195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 동아리 빅 픽처의 활동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진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그 속마음을 엿듣고 서로 지지해주며 보낸 따뜻한 1년이었다.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