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오늘까지 산 세월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간이 육십 년이 넘으니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서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문제를 축소해서 먹고, 입고, 사는 삶의 세 가지 기본항만 대상으로 했더니 그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은 속 가닥이 잡혔다. 그건 집이었다. 원하는 집을 찾기까지의 이야기 속에 내 현실적 삶의 모든 것이 용해되어 있다.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십육 년의 세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십육 년간의 이야기는, 빈손으로 시작한 우리 부부의 주택 편력의 연대기다.
– 서문에서
단칸방 신혼집에서 가자의 서재가 있는 집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북적이고 때로는 쓸쓸했던
─ 이어령 강인숙의 64년 부부 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