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 세계의 수사학은 특히 바울서신에 적용되었다. 바울의 특정한 서신이 어떤 수사학 부류에 속하는지 수많은 견해들이 제시되었지만, 여기서는 그중 몇 가지만 지적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갈라디아서가 변증 서신 또는 심의적(deliberative) 서신으로 분류된 반면, 데살로니가전서, 고린도전서, 그리고 빌립보서는 바울이 기독교 공동체를 훈계하는 권면적(paraenetic) 서신으로 분류되었다. (47쪽)
문학 비평이나 서사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 중에는 역사-문화 연구의 중요성을 배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본문의 문학적 차원만이 본문 해석을 위해 유일하게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견해가 지닌 문제점은 저자의 손을 떠난 뒤 본문 자체가 가진 생명력을 강조함으로써 저자를 본문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점에 있다. 또한 이 견해의 문제점은 저자를 그가 살았던 문화와 세계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점에도 놓여 있다.
문학적 관점을 과격하게 적용하게 되면 저자는 추방되고, 해석상의 어떤 규범성(normativity)도 배제된다. 그러한 비역사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접근 방식은 거부되어야 마땅하다. 역사적 연구를 배제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키우게 된다. 왜냐하면, 역사적 연구는 저자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94-95쪽)
바울서신에서 논지를 파악하는 열쇠는 본문에 나타난 다양한 명제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바울은 보통 자신의 공동체에 속담을 던지듯이 마구잡이로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서신에서 일관된 논지를 전개하곤 한다. 우리가 그가 제시하는 추론(reasoning)의 구성 요소를 따라갈 수 없다면 그의 논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가 제시하는 추론의 구성 요소는 그의 명제에서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바울의 추론 방식의 실마리를 파악하려면 다양한 명제들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본 장에서 우리는 먼저 다양한 명제들을 설명하고 분류한 후, 그 다음에 바울서신에 나타난 논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실례를 제시할 것이다. (1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