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그 중에서도 창세기만큼 인류사에서 논쟁적인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이 책은 책의 형태로 등장한 이래 세월이 지날수록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에서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위대한 종교 서적들의 생애’ 시리즈 중 ‘창세기 편’인 이 책에서 저자 로널드 헨델은 창세기 본래의 생애, 즉 책의 탄생 및 본래 내용과 ‘’사후의 생애‘, 사람들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창세기 ’사후의 생애‘를 살핀다. 그러한 가운데 창세기라는 저작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 인류사의 전환이 창세기 해석에 미친 영향 또한 다룬다.
고대 근동 신화들이 창세기의 형성에 미친 영향, 칠십인 역과 필론으로 대표되는 히브리 사상과 그리스 사상의 융합, 아우구스티누스와 단테, 라쉬, 루터, 라블레의 새로운 해석, 갈릴레오가 촉발한 종교와 과학의 관계, 스피노자의 도발, 에밀리 디킨슨과 카프카의 모색, 아우어바흐의 진중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창세기의 형성과 해석의 변화는 그 자체로 서구 문명 형성사이자 지성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창세기를 경전으로 믿는 유대교인이나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서구 문명의 영향권 아래 있는 우리는 모두 창세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창세기의 자식들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다룬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창세기가 인류사에서 어떠한 식으로 해석되었는지, 그리고 인류 지성의 변화가 창세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학문적으로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드문 창세기의 영향사, 해석사, 지성사 저작이며 서구 문명의 성립 및 변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숙독할 가치가 충분한 저작이다.
[출판사 서평]
천의 얼굴을 가진 문헌, 창세기에 관한 매력적인 ‘전기’
창세기는 어떻게 탄생했고 해석되어왔는가, 인류 문명과 창세기는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았는가?
책은 생명체가 아니지만 생명을 지니고 있다. 잠시 빛을 냈다가 사라지는 별들처럼, 무수한 책들이 인류사라는 창공에 잠시 빛을 발하고, 아니, 대부분은 빛을 발하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빛을 발하는 소수의 책들이 있다. 이 책들은 독자와 만남, 즉 해석이라는 동력을 받아 본래의 생명력에 더해 점점 더 미지의 책으로 성장해나간다. 우리가 오늘날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은 모두 이러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성서, 그 중에서도 창세기만큼 인류사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이 책은 책의 형태로 등장한 이래 세월이 지날수록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에서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위대한 종교 서적들의 생애’ 시리즈 중 ‘창세기 편’인 이 책에서 저자 로널드 헨델은 창세기 본래의 생애, 즉 책의 탄생 및 본래 내용과 ‘’사후의 생애‘, 사람들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창세기 ’사후의 생애‘를 살핀다. 그러한 가운데 창세기라는 저작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 인류사의 전환이 창세기 해석에 미친 영향 또한 다룬다.
고대 근동 신화들이 창세기의 형성에 미친 영향, 칠십인 역과 필론으로 대표되는 히브리 사상과 그리스 사상의 융합, 아우구스티누스와 단테, 라쉬, 루터, 라블레의 새로운 해석, 갈릴레오가 촉발한 종교와 과학의 관계, 스피노자의 도발, 에밀리 디킨슨과 카프카의 모색, 아우어바흐의 진중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창세기의 형성과 해석의 변화는 그 자체로 서구 문명 형성사이자 지성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창세기를 경전으로 믿는 유대교인이나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라할지라도 서구 문명의 영향권 아래 있는 우리는 모두 창세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우리는 창세기의 자식들이다.
창세기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다룬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창세기가 인류사에서 어떠한 식으로 해석되었는지, 그리고 인류 지성의 변화가 창세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학문적으로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드문 창세기의 영향사, 해석사, 지성사 저작이며 서구 문명의 성립 및 변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숙독할 가치가 충분한 저작이다.
창세기에 대한 해석들이 오류투성이라는 점은 우리가 인류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한 가지 사실, 우리가 환상을 생산하고 또 소비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이와 관련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창세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이는 7장에서 살펴보겠다). 창세기 ‘사후의 생애’는 천년 넘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자신들을 둘러싼 대기를 어떻게 형성했고, 유지했고, 보완했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류는 쓸모가 있다. 어떤 오류는 유익하고 어떤 오류는 비난할 만하지만, 어떠한 식으로든 인류는 그러한 오류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모든 오류는 우리의 오류들이고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창세기의 ‘전기’는 우리에게 (우리 선조들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관련된) 이 오류의 쓸모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p.22~23
칠십인역 번역자들은 대체로 히브리어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그리스어로 번역했다.5 그러나 그렇게 히브리어를 충실하게 옮기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은 때때로 번역자가 품고 있는 플라톤적 철학 사상을 반영했다. 번역자들은 박식한 학자, 교양있고 헬라화된 유대인이었다. 그들은 성서의 사상과 그리스 사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섞인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문자에 충실한 번역을 한 그 결과물을 통해 우리는 창세기가 어떻게 플라톤화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p.120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기간에 성서는 본질적으로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일종의 암호문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시되었다. 많은 해석자, 특히 신비주의적, 종말론적, 경건주의적 흐름에 속한 해석자들이 성서를 비밀을 감춘 본문으로 여기고 그 의미를 계속해 풀어냈지만 그러한 가정은 더는 모두가 공유하는 자명한 가정이 아니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성서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탐구하는 일을 공식적으로 권장하고 이러한 탐구를 이어갔지만, 종교개혁이 제기한 비판은 머지않아 그 효과를 발휘했다.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갈릴레오 사건이 일어날 무렵 이미 논쟁에서 성서의 우의적 의미에 호소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유대교에서는 오바댜 스포르노Obadiah Sforno와 같은 르네상스 학자들이 성서 사실주의에 대한 라쉬의 관심을 이어받아 주석 작업을 진행했다. 성서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근대성의 유혹에 저항하는 운동에서만 지속되었다.
-p. 183
아우어바흐가 성취한 학문적 업적은 디킨슨, 카프카 등이 성취한 문학적 업적을 보완한다고 할 수 있다. 디킨슨과 카프카가 창세기를 자신들의 문학창작을 위한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한 반면, 아우어바흐는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창세기 읽기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 이로써 창세기의 생애는 문학적, 도덕적 상상력의 원천이자 문학적 가치를 지닌 본문으로서 활력을 얻게 되었다.
-p.300~301.
1. 창세기의 기원
오래된 시 / 문서 자료 / 고대 배경 / 한 처음에 / 아담과 하와
2. 상징적 의미의 등장
의미를 밝히다 / 네 가지 가정 / 신성한 말과 세계
3. 종말론적 비밀
새로운 창조 / 낙원의 강 / 마지막 날 / 아담의 영광 / 마지막 아담 / 종말론적 이원론
4. 플라톤적 세계
동굴 밖으로 / 창세기 그리스어 역본 / 영혼의 상승 / 하늘의 예루살렘과 지상의 예루살렘 / 영지주의 창세기 / 빛나는 몸
5. 상징과 실제 사이
상징의 세계 / 상징의 남용 / 성서에 담긴 분명한 말 / 현실에 관한 희극 / 가정에 대한 질문
6. 창세기와 과학: 시작부터 근본주의까지
큰 빛 / 시녀의 이야기 / 지구는 움직인다 / 성서를 자연화하기 / 새로운 세계와 오래된 지구 / 한계점 / 근본주의
7. 현대
노예 제도와 노예 해방 / 제2의 성 / 불확실한 확실성 / 우화 / 현실주의로의 회귀
나가며: 우리 동네 이야기들
찾아보기
연대표
“창세기는 성서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롭고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 문헌을 어떻게 읽어왔는지를 탁월하게 조망하고 있으며 매혹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해냈다.”
– 일라나 파르데스(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비교 문학 교수, 『아가』The Song of Songs: A Biography, 『멜빌의 성서』Melville’s Bibles, 『성서의 대항전통들』Countertraditions in the Bible 지은이)
“이 탁월한 저작은 창세기 해석에 관한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성서 해석에 관한 역사서기도 하다. 풍부한 내용이 담긴 학술교양서적이지만, 일반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존 J. 콜린스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 히브리 성서 교수, 『히브리성서 개론』, 『사해사본과 쿰란 공동체』, 『묵시문학적 상상력』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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