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설교 오염 심각한 수준”
한국교회 대표적 설교자 14인의 설교 심층 분석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의 설교를 대놓고 비평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특히 대형교회 목회자들, 설교 잘하기로 소문난 ‘인기’ 목회자들의 설교를 비평하는 일은 거의 금기시돼 왔다. 그것은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과 동등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교회 풍토 탓이 크지만,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설교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의 용기를 가진 사람이 드문 까닭이기도 하다. 섣불리 비평을 했다가 오히려 한국교회에 도움이 안 된다느니, 비평이 공평치 않다느니, 비평할 자격이 없다느니 등의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속 빈 설교 꽉찬 설교」는 이런 한국교회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용감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조용기, 하용조, 김진홍, 김동호, 김남준 목사 등 모두 14명의 저명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저자는 그들의 설교에서 장점은 부각하되, 문제점은 과감하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교회 강단에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점들도 함께 다뤘다.
저자는 한국의 대표적 설교자들에게 나타나는 결정적인 문제로 ‘성서 읽기의 아마추어리즘’을 꼽는다. 그들이 미국 근본주의의 특징인 평신도 성서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서 읽기의 가벼움과 과도한 열정은 설교를 왜곡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더구나 그들의 설교에는 신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기복주의, 성속 이원론, 신앙의 도구화와 도덕주의 같은 요소들이 교묘하게 들어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 대신 설교자 자신의 경험과 인생관과 철학이 설교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이러한 설교는 설교가 아니라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는 신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설교자가 설교 안에 무엇을 담든지 간에 신자들은 그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설교가 어떠냐에 따라서 신자들의 신앙이나 삶, 가치관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자는 항상 자신의 설교를 성찰해야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러나 설교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없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자칫 자신의 설교 안에 갇히기 쉽다. 이런 이유로 외부의 쓴소리가 더욱 필요한 지도 모른다.
왜곡되고 오염된 한국교회 설교를 심층 분석한 이 책은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지던 설교를 본격적으로 비평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비평은 때로 가혹하지만, 그 비평을 통해 한국교회 설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