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꽃 같은 시절 –
기일혜수필집 스물 네번째 이야기
내 청춘은 한마디로 가난하고 허약하고 번뇌하고 좌절하고 슬프고…장마철의 햇빛처럼 잠시 잠깐 사랑의 환희나 청춘의 아름다움이 있기도 했으나 대부분 빈약하고 우울한 청춘이었다. 환상이나 이상에 대한 과도한 열정에서 오는 허탈감, 절망감으로 몸은 늘 허약했고…
하루 종일이던가, 코피가 멎질 않아서 응급차에 실려서 어디까지 갔던가. 희미하기만 하다. 그 뒤로 전남대 병원에서 알 수 없는 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하고 설상가상으로 ‘나는 실력 없고 자격 없는 교사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이상한 열등감과 죄의식에 시달리면서 가슴에는 늘 사표를 넣어 가지고…10리가 되는 시골길을 불안하게 오갔다. 여름이면 길가의 콩밭에서 김매는 아낙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그렇게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고뇌하던 내 20대. 차라리 60대 후반으로 들어선 지금이 내면으로는 꽃 같은 시절, 내 청춘이 아닌가 한다. 날마다 내 속에서는 무수한 마음의 꽃봉오리가 하나씩 피어나리라…세월을 줄이기도 하시고 시간도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고 늘 푸르게, 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