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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의 날개 엄상익의 변론 문학2

$32.00 $22.40

저자 : 엄상익  |  출판사 : 바이블리더스
발행일 : 2020-04-20  |  (145*210)mm 400p  |  978-89-93308-45-7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전혀 모르는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사나이였다. 날카로운 콧날은 닿으면 피가 날 것 같았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봉황 같은 눈은 혼자 세상과 싸우는 듯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언론은 그를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다.
감옥에 있는 그를 만났다. 그는 돈에 목마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져본 학원재벌이었다. 그는 대학입시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명강사 출신이었다. 교육열이라는 시대조류를 타고 그는 이미 부자가 되어본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싫증이 나면 다른 장난감을 요구하듯이 그는 다른 걸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왕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려면 백성이 있어야 했다. 그는 ‘소비가 소득이 되는 세상’이란 깃발을 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성안에 있는 백성들에게는 중간상인들이 가져갔던 이윤을 되돌려 준다는 이론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그의 성으로 몰려들고 그는 우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세를 약속한 예수보다 현세에서 부자가 되게 해 줄 것 같은 그를 더 따랐다. 그를 추종하는 수십만 명을 보면서 그의 꿈이 팽창했다. 부를 약속하면 나라도 인수할 것 같았다. 이십억 정도 주면 국회의원 한 명을 살 수 있다. 이미 그의 재력은 당 하나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미 그의 개인재산은 일조를 넘어섰고 그의 백성도 삼십만 명에 육박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인수할 수 있다는 꿈이 부풀었다. 그의 백성도 꿈에 가득 부풀었다. 왕인 그가 곧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이 약속했다. 그건 꿈이 아니라 턱없이 팽창하는 욕심이었다. 그들의 욕심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왕의 자리가 눈앞에 보이는 그는 허황한 욕심으로 가득 찬 백성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야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창고가 비어갔다. 빈 창고를 채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성벽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그의 백성들이 그를 십자가에 매달아 달라고 시위에 나섰다. 수십만에 관련된 일은 이미 사건이 아니라 정치였다.
항상 군중은 선이고 피해자여야 했다. 거리정치가 정의인 나라였다. 욕심을 만족시키지 못해 떠드는 인간들의 소음이 여론이 되고 수사 관료들이나 법원은 그 비위를 맞추는 비겁한 모습이었다. 그는 법의 제단 위에 오른 번제물이 됐다. 여생을 어두운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재판장은 그에게 “이카루스의 날개를 아십니까?”라고 했다. 약한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너무 높이 올랐다는 뜻이었다. 재판장은 또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기와 법에서 말하는 사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판결 이유를 말했다. 사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소리였다. 주심 판사는 중형선고를 할 사안이 아니었는데 시대적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후일 내게 고백하기도 했다.
학연, 지연의 촘촘한 망이 허공을 덮고 있고 그 위에 현대판 엘리트 귀족이 지배하는 이 사회는 개천에서 기어올라 비상하려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나는 끝없는 허황된 욕심과 욕심 그리고 야망의 충돌하는 이 시대의 단면을 보았다.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노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반면교사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 서문 중에서

책머리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5

01. 이카루스의 날개 13
02. 칼럼니스트 15
03. 주기도 회장 20
04. 첫 만남 25
05. 고교 은사 29
06. 서민들의 부자 꿈 35
07. 우리 모두가 사장 45
08. 1차 공판 53
09. 악마 검사 61
10. 검찰의 사건 창조 69
11. 칼럼 기고 75
12. 글 쓴 보복 82
13. 피해자 대표 88
14. 비서 변호사 98
15. 마술 같은 물품거래 106
16. 사기가 아닙니다 112
17. 인간 메뚜기 떼 118
18. 미용실 주인 128
19. 또 다른 프로 132
20. 변호사 대표 141
21. 그의 마케팅 이론 145
22. 2차 공판 150
23. 퍼주기로 과부하 상태 158
24. 눈치 빠른 장사꾼 169
25. 학원가 총각 재벌 176
26. 야당 청년 부총재 185
27. 사채 사무실 190
28. 일조 원 부자 196
29. 정관계 로비 201
30. 석유와 금 209
31. 밝혀지는 수사의 배경 220
32. 반격 227
33. 진술 번복 240
34. 판도라의 상자 255
35. 재판장의 생각 261
36. 욕심 보호 법률 276
37. 밀리는 검사 290
38.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 298
39. 검사파의 패배 309
40. 당신의 왕국을 위해서? 316
41. 최후 진술 326
42. 로비와 권력 333
43. 선고 전야 340
44. 징역 12년 347
45. 중국행 358
46. 마지막 투지 364
47. 주심 판사의 고백 370
48. 12년 후 374
49. 에필로그 383

엄상익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현명한 자도 아닌 변화하는 자다.” 찰스 다윈의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변화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참혹한 6.25전쟁이 끝날 무렵 피난지인 평택의 서정리역 부근에서 태어난 그의 이력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는 대한민국 제일의 경기 중·고교를 졸업하고 1973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해 졸업한 뒤 1978년 법무장교로 입대했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80년대 격동하는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인 출세의 길이 열렸지만 하나님에 떠밀려 1986년 작은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와 개신교 신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도 조세형과 탈주범 신창원의 변호를 맡아 범죄 이면에 있는 인권유린과 또 다른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변호사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성역이었던 교도소, 법원, 검찰 내부에 감추어진 사실을 세상에 폭로했다. 청송교도소 내의 의문사를 월간 <신동아>에 발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호의 인물을 탄생시켰다. 은폐된 모 준 재벌 회장부인의 살인청부의 진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7년 소설가 정을병씨의 추천으로 소설집을 발간하여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어서 소설 ‘검은 허수아비’,’환상살인’등을 발표하고 그 외 ‘거짓예언자’등 10여 권이 넘는 수필집을 썼다.

문인협회 이사, 소설가협회 운영위원, 대한변협신문 편집인과 대한변협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20여 년간 국민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일요신문 등에 칼럼을 써오고 있다. 그리고 만년에 이르른 요즘 매일 새벽마다 사회에 대한 보수적 통찰력과 기도의 예지력으로 우찌무라 간조처럼 믿음의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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