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의 목회, 어떻게 할 것인가?
– 엿새의 평일과 하루의 주일의 잇는 영성
주일마다 교회로 몰려드는 회중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목회의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면 목회는 “지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이다. 유진 피터슨의 주장이다. 근무 시간도 좋고, 사례도 적절하고, 위신도 상당하며, 회중의 기대에 부응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것 또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목회를 하나의 ‘직업’으로 볼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업이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며, 직업의 일차적 요구는 그 임무를 부과하고 임금을 주는 사람이 누구든 그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직과 전문 기술은 직업과 다르다는 게 유진 피터슨의 예리한 생각이다. 즉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서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단지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먼저이며, 변호사는 의뢰인을 자기 맘대로 처신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우선이고, 교수는 시험을 대비해 머리에 정보를 가득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을 주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듯이, 목사는 회중의 불안을 해소해주거나 위로하거나 종교 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게 하는 것이 소명이다. 하지만 목사가 헌신한 것과 사람들이 목사에게 요구하는 것 사이에는 타협할 수 없는 선이 있다. 갈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목사는 어떻게 그 선을 분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종교적인 직업을 준 사람들의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목회 소명에 대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가? 오랫동안 종교 시장에서 비교 쇼핑을 했고, 목회적 진실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전문인의 진실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목사가 주일에 감당하는 사역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너무나 달라진 평일의 목회 현장과 환경을 감당할 창조적 영성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
‘목회자의 목회자’라고 불리는 유진 피터슨은 영성 훈련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전수할 줄 아는, 사려 깊고 표현이 분명한 목사다. 성경의 언어를 마스터했고, 권위 있는 윌리엄 올브라이트에게서 공부했으며, 학문적 배경에서 글을 쓰고 오랫동안 한 교회에서 사역했다. 그럼에도 그의 학식은 결코 전시용이 아니다. 갈수록 화려한 겉치레가 중요해지는 세상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는 정직, 단순함 그리고 본질을 장려하는 데에 자신을 바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는 그저 신뢰할 수 있는 목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나온 그의 목회자들에 대한 조언과 격려는 그래서 힘이 있다.
이 책에서 유진 피터슨은 설교와 교육과 교회 운영이라는 ‘직업’으로서의 목회가 아니라 소명에 의한 목회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분주함과 산만함과 피상성이 특징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성공주의의 집요한 집착을 뿌리치고 목회의 본질에 충실하게 사는 길이다. 계속해서 성경의 큰 이야기를 들려주고, 성령의 존재를 대변하고, 하나님이 우선순위임을 주장하고, 명령과 약속과 초대라는 성경적인 언어들을 말하는 것, 이것이 목사의 임무라는 것이다. ‘목회 멘토링’ 시리즈인 《목회자의 소명》과 《목회의 기초》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들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다뤘지만, 특히 이 책에서는 ‘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행해지는 목회 사역과 영적 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문에서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부편집장 로드니 클랩은 유진 피터슨을 인터뷰하여 장소의 중요성, 창조성의 역할, 공동체의 중요성, 기독교적 전복의 필요성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뤘으며, 1부에서는 목회 사역에서 자주 간과되는 본질들을 붙잡기 위해 목사의 본질을 재정의한다. 2부에서는 산상설교의 팔복을 주제로 한 유진 피터슨의 시와 함께 영혼의 치료하는 목회, 기도의 삶, 관계의 언어, 건강하고 원기 왕성한 의지, 목회 기술로서의 잡담, 죄의 특정한 형태를 분별하는 것, 목사의 임무, 안식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3부에서는 예언과 시, 즉 설교와 기도를 통합하는 일을 하는 목사는 시(詩)와 친밀해져야 함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이 지은 시 다수를 포함시켰다.
이 책은 좋은씨앗에서 출간한 《묵상하는 목회자》를 포이에마에서 새롭게 번역해 재출간한 것이다.
목사에게 필요한 세 개의 형용사
건강한 명사에는 형용사가 필요 없지만, 만약 그 명사가 ‘외부의 조건이나 상황’ 때문에 손상되었거나 병에 걸렸다면 형용사를 불가피하게 필요로 한다. 유진 피터슨은 그런 명사 중 하나를 ‘목사’라고 본다. 오늘날 ‘목사’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어조와 맥락을 보면 본래의 의미가 많이 오염되어 있으며, 따라서 형용사를 통한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의 문화가 정의해주는 목사의 정의를 거절하고 그 단어를 성경의 통찰과 이미지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목사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주는 세 가지 형용사는 ‘바쁘지 않은’, ‘전복적인’, ‘묵시적인’이다. 하나님 앞에서 조용함과 집중력을 배우는 것, 하나님나라에 적합한 진리를 말하는 것, 사랑하는 것, 기도와 비유를 배우는 것,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현재 보이는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나라의 실재를 보게 하는 것 등이 목사가 목사 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임을 보여준다.
살아가는 일 한가운데서 사역하기
목회자가 주일에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명쾌하다. 잘 정돈된 예배당에서 수 세기 동안의 전통을 따라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강해하고 믿음의 헌신을 요청하고 기도하고 세례를 베풀고 성찬을 행한다. 하지만 주일 저녁이 되면서부터 목회의 명쾌함은 사라지고 만다. 목회의 바운더리는 주일의 예배당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진 피터슨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의 엿새가 목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터라는 것이며, 그 엿새 동안의 사역을 창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복적 영성을 소개한다. 일상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평일의 모순과 혼란 속에서 십자가의 존재를 발견하고, ‘평범한 것의 광채’에 주목하게 하고, 무엇보다 공동체와 함께 기도의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살아가는 일 한가운데 사역하는 목회자의 영성이라는 것이다.
영혼을 치료하는 목회의 재발견
16세기의 종교개혁이 성경의 교리를 회복했다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개혁은 무엇일까? 유진 피터슨은 “만약에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을 전제로 ‘영혼을 치료하는 목회의 재발견’이라고 단언한다. 고전적이고 한물 간 것처럼 보이는 이 주제는 오늘날 목회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하고 창의적인 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영혼 치료’는 성경이 요청하는 바이고 기도가 형성하는 돌봄이며, 개인으로든 그룹으로든, 세속적이고 불경한 환경에 있는 사람을 향한 것이다. 이것은 주중에 이뤄지는 분주한 ‘교회 경영’이 아니라 목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다. 영혼을 인도하는 일에 헌신한 목사는 자신에게 교회 운영을 기대하는 사람들 틈에서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진 피터슨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긴장을 유지하면서 원래의 일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것은 목회 현장을 떠나 재교육을 받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역하면서 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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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삶을 발전시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안다. 따로 떼어놓은, 훈련된, 의도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황급하게 성취할 수 없고, 강단 위에서나 병상 옆에서 기도해주는 것으로도 이룰 수 없다. 나는 바쁘면서 동시에 기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활동적이면서 기도할 수 있고 일하면서 기도할 수는 있지만, 바쁘면서 기도할 수는 없다. 내면이 쫓기고 산만하면 기도할 수 없다. 기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보다 하나님께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요란한 내 자아보다 하나님께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그렇게 하려면 일상의 소음에서 일부러 벗어나야 하고, 만족을 모르는 자아로부터 의식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_39쪽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목회 대화에서, 홈통에 고인 물처럼 생각 없는 진부한 표현들만 늘어놔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중대한 문제만큼이나 평범한 것들을 존중하면서 대화에 집중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통찰들은 웃을 때에만 접할 수 있다. 또 어떤 것들은 간접적으로밖에 얻지 못한다. _160-61쪽
오늘날 목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죄인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그토록 동경하는 청소년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느낀다.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고 ‘진실성’을 추구한다. 겉으로는 순진해 보이는 이러한 특징들 뒤에 숨은 죄의 움직임을 잡아낼 줄 아는 신속한 신학적 안목은 목사가 자신이 부름 받은 일, 즉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에 있는 은혜와 용서의 사역을 나누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잘 해나가게 해줄 것이다. _ 176-77쪽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가 쉽다. 목사라는 역할이 정신 나간 말도 무마해주기 때문이다. 아첨하거나 조종하는 말로 사람들에 대한 지배력을 얻기가 쉽다. 목사는 미묘한 방식들로 말을 부패시킬 수 있다. 그래서 시인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내 시인 친구들로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Gerard Manley Hopkins, 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루시 쇼Luci Shaw 등이 있다. 시인은 말에 관심을 가지고 말에 정직하며, 말의 압도적 힘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런 시인들과 만나고 나면 더 주의하게 되고, 말과 하나님 말씀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한다. _212쪽
1부_목사, 다시 정의하다
1. 벌거벗은 명사
2. 바쁘지 않은 목사
중요한 일을 둘러싼 소동|여백으로 가는 수단
3. 전복적 목사
목사의 특이한 위치|전복자 예수|전복자의 가정|전복의 도구
4. 묵시적 목사
묵시적 기도|묵시적 시인|묵시적 인내
2부_일요일과 일요일 사이
1. 살아가는 일 한가운데서 사역하기
2. 영혼 치료하기: 잊어버린 기술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주도권|언어|문제들
3. 눈뜨고 기도하기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통로 쪽 좌석|팅커 개울에 나타난 하나님의 세계|
성경의 세계|교회 안 세상|기도: 눈을 뜰 것인가, 감을 것인가?
4. 첫 언어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나의 교육 임무는 무엇인가?|유용한 도움|세 종류의 언어|언어 전환
5. 성장은 결단인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인간의 뜻과 하나님의 뜻|교차로를 살펴보다|일: 부정적 능력|
언어: 중간태|사랑: 의지적 수동성
6. 잡담의 사역
긍휼이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평범한 것에 대한 조급함|잡담: 목회의 기술
7. 죄를 경험하는 새로운 형식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사람들을 죄인으로 보는 시각|죄의 특정 형태를 분별하는 것|
청소년기의 사건들|부적절하다는 느낌|역사적 기억 상실|신속한 신학적 안목
8. 돛대에 단단히 묶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직업의 위험|잔해 속으로 들어가기|구분된 백성으로 살아가기
9. 사막과 추수: 안식 이야기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안식년을 부추긴 자극|안식년을 위한 구조|사역을 위한 재정비
3부_새롭게 된 말씀
1. 시인과 목사
2. 시
목회자의 사부(師父)는 말하기를, 목회자는 영적 기술자가 아니라 영적 예술가라고 합니다. 목회자는 일상에 흐르고 있는 삶의 리듬을 발견하여 그것을 다양한 변주곡으로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들은 분주함 가운데 고요함을, 고요함 가운데 꿈틀거림을, 꿈틀거림 가운데 묵시적 시대의 환상적 도래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유진 피터슨은 영적 방향 설정의 중요성을 예술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적입니다. 그의 필치는 포근하면서도 간결하며 그의 언어는 절제의 미덕과 자유로운 영혼을 투사하는 그림의 세계입니다. 이 책은 온 입안을 향기로운 육즙으로 가득 채워주는 고급 레스토랑입니다. 목회자들의 목민심서입니다. – 류호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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