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은 머지않아 우리 곁을 떠날 것입니다. 마음껏 저 하늘을 건너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때 아이들의 마음에 부어진 부모의 사랑과 마음껏 어울려 논 추억이 아이들의 삶을 붙들 것입니다.
남은 우리는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들로 채우며 외로움이 아닌 가슴 뿌듯함을 누릴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입니다.
– ‘흔적’에서 (33쪽)
밤새 폭설이 내렸습니다. 노오란 눈이 땅을 덮었습니다. 나무에게 어서 겨울을 준비하라고 땅에게 추우니 덮고 자라고 바람은 밤새 잠을 못 이뤘습니다. 지금은 나무와 땅과 바람이 모두 잠든 시간 깰까시리 이불 위를 살풋 걷습니다.
– ‘노란 폭설’에서 (39쪽)
어젯밤 사투를 벌였습니다. 엄마는 보이지 않고 이대로 내놨다간 얼어 죽을 것이 틀림없겠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품 안에 든 생명이니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하는데 속이 바짝 바짝 탑니다. 아빠도 처음 접한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니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워 힘이 듭니다.
안절부절 못하자 냉철한 울 딸 하는 말, ‘아빠,진정해. 얘네들은 영혼 없는 동물이야. 죽는 것도 자연의 일부니까 아빠가 안달복달할 필요 없어.’
으미~ 가시네~~ 누가 그걸 모르냐?
맴이 그렇게 안 되니까 그렇제…
– ‘사투’에서 (108쪽)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부모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면 자녀들의 심리는 불안한 상태가 됩니다. 왜냐하면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밥 말고도 있습니다. 예측 가능성입니다.
– ‘닻’에서 (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