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밖에 방금 지나간 게 누구여?”
요행히 내 목소리를 들은 직원 하나가 되돌아와 삐죽 얼굴을 디밀고 대답했다.
“계장님, 장위동 일가족 다섯 명 살해 암매장 사건의 범인입니다.”-24쪽
“호성아, 우짠 일인지 말해봐라. 겁내지 말고.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니를 안 믿어준다 캐도 나는 믿을께.”
자리에 앉아 훌쩍거리던 그가 비로소 입을 열고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기막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27쪽-
그러나 하나님은 청송을 배경으로 한 놀라운 구원 드라마의 1막을 내리시고, 선하신 뜻 안에서 서울구치소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장을 열어주셨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신호를 따라 움직였다. 그분은 늘 놀라운 기적의 원천이자 신실하신 응답의 근원이셨기에! -197쪽-
이름하여 사형수!
일반 재소자나 직원들이 맞대놓고 ‘사형수’라 부르기 곤란하여 ‘최고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최고형을 선고받은 죄수란 뜻인데, 그들과 스치기만 해도 뭔가 비릿한 피냄새가 풍긴다. 코로 맡아지는 냄새라기보다 영적으로 와닿는 기운이다. -199쪽-
그해가 저물어가던 12월 어느 날.
야간근무 중에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듯했다. 심야에 소장과 보안과장, 그리고 전기기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비상소집돼 들어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일 아침에 사형집행이 있다는 것이다. -206쪽-
부채꼴 모양으로 지어진 사형장.
말로만 듣던 그곳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느낌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현대식 건물로 말끔하게 지어졌으나 사형장은 사형장일 뿐. -210쪽-
답답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인가.
어떻게 이 기도를 마무리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기진맥진했다.
기적이 일어난 건 바로 그때였다. -257쪽-
그날 나는 사형장에서 또 한 번 태어났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세계만이 전부인 줄 알고 살던 미련한 내 영혼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난 이후, 천국의 문으로 바뀐 이 사형장에서 깊고 부유한 믿음의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다시 한번 거듭나게 됐다. -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