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지속적인 초점은 기독교 장례에 맞추어질 것이다. 그러나 장례라는 것이 예식을 연구하는 메마른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소용돌이치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또한 이 책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p. 15
마일스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죽은 자를 매장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나설 뿐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리라는 위협에 굴하지 않다가 처형당한 자들의 뼈를 한 데 모았고, 그 뼈를 존중하였으며, 비록 뼈이지만 그것들은 산 자의 거룩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로마 사람들 가운데 배운 자들은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육신에 대한 생각은 그저 무지의 소치라고 여겼다. 일종의 섬김의 자세로 기꺼이 죽은 자를 매장해 주는 기독교인들은 “빛으로부터 도망치는” 자들이라고 보는 로마인도 있었다. 육체는 그저 “오물로 가득 찬 가방”일 뿐이며 경멸의 대상일 뿐인 반면, 오직 정신(minds)과 영혼(souls)만이 영적이라는 계몽된 진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p. 76.
기독교 장례를 이해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중심 사상은 이것이다. “장례는 본질적으로 한 편의 종교 드라마이다. 거기에는 대본이 있다. 플롯 구조가 있다. 배우들이 있다. 그 드라마가 펼쳐질 무대가 있다.” 이것을 기억하면, 장례식의 다른 많은 부분들도 제자리를 잡는다. 장례식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단지 적절한 성경 구절을 선택하고, 알맞은 음악을 선정하며, 맞아 떨어지는 설교를 작성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p. 172.
하지만 기독교 장례란, 죽음은 결코 우리를 결속시키는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으며 죽음이 가져다 준 고립감과 버려진 느낌은 깊이 들여다보면 환영(illusion)일 뿐이라는 복음적 주장의 가시적 재현이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란 슬퍼하는 자들 주변에 모여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라는 진리뿐 아니라, 죽은 자는 지금 성도의 위대한 교제 가운데로 드려지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진리를 소리 높여 선포하는 것이 바로 장례식 설교다. p. 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