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마음으로 가볍게 공항 문을 밀치고 나서려는 순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강력 찬바람이 우릴 막아섰다. “으악, 이게 뭐야?” 우리 가족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다시 공항 안으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선배 선교사님은 지금 밖의 기온이 영하 27도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니 세상에! 그런 기온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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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째와 둘째 원칙은 바로 깨지고 말았다. 한 사람도 없는 줄 알고 찾아간 아파트엔 이미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두세 가정이나. 나중에 이들은 정말 좋은 이웃이 되었고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 원칙도 우리 생각이요, 우리 교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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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우리가 경험하고 마주한 중국인들은 선하고 다정하고 친절했다. 우리는 중국인들로부터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외국인인 우리들을 이해해 주었고 배려해 주었으며 따뜻하게 대해 줬다. 어느 사회에나 미꾸라지 같은 자들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미꾸라지 같은 자들이 그 사회를 전부 대변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14년간의 중국 생활은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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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실 때 무턱대고 맡기지 않으신다. 무엇인가 내게 일을 맡기셨다면 그 일을 감당할 힘과 능력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예기치 않은 선물까지도 아울러 주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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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 달 강의 계획부터 모두 다시 짜고 눈높이 교육을 실시했다. 성경을 한 권씩 읽어 나가며 기본적인 성경 내용을 먼저 이해하고 숙지하는 데 집중했다. 학생들은 비로소 고민을 떨쳐냈다. 나는 학생들과 밀착하여 함께 성경을 읽고 성경 고사를 치르며 함께 밥 먹고 함께 뒹굴렀다. 그야말로 ‘동고동락’을 한 것이다. 이렇게 나는 ‘선교’에 빠져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감사하다. 잘못하면 선교지에서 나만 세우고 올 뻔했다. 선교는 거창하지 않다. 몸을 낮추고 다가가 그들과 함께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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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우리의 선교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한순간 쏟아부은 우리의 헌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아름답게 결실하고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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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의 즐거운 헌신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동료 선교사님들과의 추억, 제자들과의 추억, 중국교회 동역자들과의 추억, 울고 웃으며 보냈던 수많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나님은 몇 가지 특별 위로의 선물을 준비해 두셨다.
4월인데도 때 아닌 폭설을 내려 주셨다.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눈송이들을 14년 동안 본 적이 없다. 심양은 원래 ‘싸래기눈’으로 유명하다. 잘 뭉쳐지지도 않고 잘 녹지도 않는 쌀겨 같은 눈, 그런데 이 같은 탐스러운 함박눈이 내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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