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에스라-느헤미야의 혼합 결혼 문제가 단지 인종에 따른 반대 혹은 ‘포로 귀환 공동체’와 ‘그 땅의 백성들’ 간의 땅의 소유를 위한 ‘정권 다툼’과 현실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 포로 후기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배타주의적 사고’ 이상의 신학적 의미가 있음을 밝히도록 하겠다. 에스라-느헤미야에서 극단적으로 보이리만큼 철저하게 혼합 결혼을 반대한 이유는 혼합 결혼이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 사회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조상들로부터 지켜 온 ‘여호와 유일 신앙’의 거룩함을 지키는 문제이자 ‘거룩한 씨’로서의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p.21-22.
그동안 ‘거룩한 씨’를 학자들은 인종적 표현으로 보아 왔다. ‘거룩한 씨’라는 표현이 신명기에 사용된 ‘거룩한 백성’과는 달리 거룩함의 육체적, 혈통적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여호와와 그의 백성 사이의 진실한 관계는 민족의 순수성을 통해서만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스라서의 저자가 본문에서 골라 공동체를 지칭하며 ‘씨’가 아닌 ‘거룩한’ 씨라는 어구를 사용함에 주목해야 한다. 에스라서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씨’가 아니라 ‘거룩함’에 있다.
p.70.
구약 성경에서 ‘거룩한 씨’는 이사야서 6장 13절과 에스라 9장 2절에서 두 번만 사용되며 이것은 에스라서의 저자가 ‘거룩한 씨’라는 어구의 의도적 사용을 통해 골라 공동체가, 곧 이사야서 6장 13절의 남은 자들이며, 하나님의 언약을 계승한 후손들임을 드러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에스라서의 저자는 신학적, 관계적 어휘인 ‘거룩함’을 통해 육체적, 혈통적 조건이 아닌 거룩함이 골라 자손의 정체성이며, 그것이 하나님의 언약 가운데 있음을 보여 준다.
p.147.
혼합 결혼 파기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의 활동은 혼합 결혼 파기의 전 과정이 인종적 차원이 아닌 신앙적 차원의 반대에 기인함을 보여 준다. 혼합 결혼 파기를 위한 위원회는 10월 1일에 발족되었고(16절) 1월 1일이 되어서야 위원회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다(17절). 이것은 위원회가 조사받는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많은 ‘낯선’ 아내들이 이혼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개종하였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우상 숭배와 혼합주의적 신앙을 가진 ‘낯선 여인들’에게 이교적 혼합주의에서 벗어나 여호와 신앙을 선택하도록, 신앙적 차원으로 배려하여 개종을 권하였던 것이다.
p.208.
에스라 9, 10장과 느헤미야 13장의 혼합 결혼에 대한 에스라와 느헤미야 그리고 골라 공동체의 혼합 결혼 파기와 모든 조치들은 ‘거룩한 씨’ 골라 공동체의 포로기 이후 회복된 ‘거룩’을 지키기 위한 자기 정화의 노력이며 ‘낯선 여인’으로 상징되는 이방 종교의 우상 숭배와 혼합주의로부터 여호와 유일 신앙을 지키기 위한 율법적 결정이었으며, ‘거룩한 이스라엘’을 위한 신학적 결정이었다.
p.26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