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야고보서부터 유다서까지의 7개의 공동서신 책들을 서로 일관성이 없고 주제도 다른 개별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주류를 이루는 바울서신에 들지 못하는, 자투리 모음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서신은 정경화 과정에서 오히려 바울서신과 다른 전통에 서 있는 가르침을 교회에 균형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도들의 증언들을 더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 새로 발견되고 있다. 공동서신은 바울서신과 충돌되는 내용으로 집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신학, 곧 이신칭의와 균형을 이루는 ‘세상 속의 교회’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다시 말해,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 땅의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누려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공동서신은 정경적으로는 서로 사슬처럼 맞물려 있고, 주제적으로는 ‘세상을 맞닥뜨린 교회에 요구되는 절실한 해법’을 제시한다. 야고보서는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서 갈등하며 여러 가지 시험에 든 교회를 다루면서, ‘심긴 말씀’을 통해 ‘나뉜 마음’을 극복하고 ‘전심’(全心)이 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베드로전서가 말하는 ‘세상에서 나그네’요, 동시에 ‘열방 앞에서 제사장 된 교회’의 영광과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그렇게 살려면, 영원한 나라의 ‘살아 있는 소망’을 붙들고, 꾸준히 자기 안에 있는 거짓 가르침과 싸우며 ‘신적 성품’에서 성장해야만 한다. 이것이 베드로후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적 성품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뒤에 나오는 요한일서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이다.
요한서신이 제시하는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는 수평적, 역사적으로는 새 언약의 성취로 말미암아 드디어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 하신 언약의 핵심 관계가, 내면적, 영적, 지속적, 인격적 사귐으로 그 절정에 이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동시에, 수직적, 공간적으로는 바로 그 영적이고 영원한 하늘의 빛과 생명과 사랑의 통치가 악한 자 아래 갇혀 거짓과 불의와 죽음과 허무, 타락한 사랑의 세상 속으로 침투하여, 그 세상을 중심에서부터 무너뜨리며 장차 주의 다시 오심과 함께 완성될 새 하늘과 새 땅의 통치로서의 ‘삼위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를 그려 낸다.
이로써 새 언약의 성취로서, 그리고 동시에 악한 자 아래 놓인 세상을 이기는 코이노니아로서 교회는, 그 아들을 대변하는 ‘생명의 말씀’을 가진 ‘진리의 공동체’이며, 그 생명의 말씀이신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의 사랑’이 거하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이 책에서는 ‘진리’는 곧 생명의 말씀이신 그 아들에 관한 것으로서 기독론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사랑’은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특징으로서 신학적인 측면을, 그리고 ‘코이노니아’ 자체는 성령 하나님의 두드러진 역사라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요한서신이 어떻게 교회를, 새 언약의 성취로 말미암아 ‘그 아들(진리)과 아버지(사랑)와 함께하는 코이노니아(성령)로서 ‘세상을 이기는’ 자들의 새 하늘과 새 땅의 공동체로 그려 내는지를 살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교회는 급작스럽게 하나님과의 ‘교제’가 무엇인지, 성도들 간의 ‘교제’가 무엇인지, 그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대면 예배가 옳은지, 비대면 예배가 옳은지를 따지기 전에, 요한이 말하는, 삼위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그 코이노니아를 먼저 맛보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교회에 대한 세상의 신뢰가 곤두박질치는 지금, 교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 준다.
[이 책의 특징]
– 요한일서 전체를 한 절 한 절 주해하여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본문을 세심하고 정확하게 풀어낸다.
– 공동서신의 흐름 안에서 ‘요한일서’가 갖는 의미를 짚어 설명해 주며, 바울서신에 밀려 소외받아 온 공동서신 전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 교회가 세상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법을 성경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한다.
– 본문 곳곳에 실린 ‘삶으로 내리는 뿌리’ 코너는 주해 내용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여 살아가야 하는지 지침을 주며, 감동적인 예화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그 지침을 되새기게 해 준다.
– 헬라어 본문을 저자가 직접 사역(私譯)하여 그것을 근거로 주해한다.
– 채영삼 교수의 <신약의 이해> 시리즈 다섯 번째 저서이다.
– 목회자와 신학생뿐 아니라 일반 성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대상 독자]
– 요한일서를 체계적으로 설교하려는 목회자
– 오늘날 교회의 역할과 그 역할을 감당할 힘의 근원이 궁금한 성도
– 삼위 하나님과의 사귐(코이노니아) 안에 거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성도
– 세상을 이기는 언약 백성의 능력을 누리고 싶은 성도
– 채영삼 교수의 <신약의 이해> 시리즈에 관심 있는 신학생, 목회자
무엇보다, 요한서신이 제시하는 교회의 본질은 ‘코이노니아’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두 가지의 큰 신학적 축의 만남의 결과이다. 그 하나는 구약에서 이미 예언된 새 언약의 내용이 종말론적으로 성취된 결과로서 ‘코이노니아’이고, 다른 하나는 ‘묵시론적 이원론’을 배경으로 세상과 충돌하며 세상을 이기는 교회로서 ‘코이노니아’의 모습이다. 요한서신이 묘사하는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는 ‘에클레시아’와 함께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표현하는 또 다른 용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에클레시아가 ‘…으로부터’(from) 부름 받아 나오게 된 언약 백성의 해방과 세상을 향한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가리킨다면, 코이노니아는 그래서 ‘…에로’(into) 이르게 된 삼위 하나님과의 교제의 삶과 그 영광의 본질적 내용을 가리키는 표현에 가깝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약의 옛 언약 백성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로 들어가게 된 것을 ‘에클레시아’라고 한다면, 그들이 결국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거(居)하며 누리게 되는 언약 백성의 특징적인 생명의 삶을 ‘코이노니아’라 할 수 있는 셈이다.
– 서론. 1. 공동서신 안에서 요한일서의 위치
요한일서 1:1-4에서, 태초부터 ‘있어 온’ 생명의 말씀이나, 그 생명의 말씀이 아버지와 함께 ‘있어 온’이라 표현된 미완료형은, 영원 전부터 지금까지도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반면에, 그 생명의 말씀이나 영원한 생명이 ‘나타내신 바 되었다’(1:2)는 것은 부정 과거로, 뒤바꿀 수 없는 확정적인 사건을 표현한다. 마치 출애굽 사건이나 십자가와 부활 사건처럼, 그 확정적인 구속사적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해방된 측면을 가리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었고, 보았고, 만졌다’(1:1-3)는 완료형의 표현들이나 ‘증거한다, 전한다’(1:2-3)에 사용된 현재형의 표현들은 모두, 그 나타내신 바 된 영원한 생명을 경험하고 누리고 나누는 차원, 곧 코이노니아의 현재적인 ‘교제의 차원’을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 제1장. 코이노니아, 탄생과 소속(1:1-10) 2. 코이노니아의 탄생(1:3-4)
먼저, ‘자녀들’을 살펴보자. 흥미롭게도 12절에는 ‘자녀들’로 되어 있고, 14절에는 ‘아이들’로 되어 있다. 같은 영적인 초보적 상태를 나타내는데 그 표현이 다소 다르다. 왜 다를까?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자녀들아’라는 호칭은 주로 ‘생명적 관계’를 연상하게 만든다. 원래 ‘자녀들’(테크니아)은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혈연으로 낳은 자녀들을 지칭하기에 적당한 용어이다. 반면에 ‘아이들’(파이디아)이라는 호칭은 장성한 어른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즉 아직 성장해야 할 과정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미숙한, 어린’아이라는 뉘앙스가 더 크다. 이런 차이가 억지스럽지 않은 이유는, ‘자녀들’이 사용된 12절과 ‘아이들’이 사용된 14절의 내용이 각기 다르고, 그 다른 점들이 각기 그 칭호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12절에서는 특징적으로 ‘자녀들’의 ‘죄가 사해진’ 점이 강조되어 있다. 죄가 사해졌다는 것은 ‘거듭남’을 상징한다. 죄 사함을 받고 죽음에서 벗어나 부활 생명을 얻은 자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자로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 제2장. 코이노니아, 보장과 확증(2:1-27) 3. 코이노니아와 승리[a](2:12-14)
코이노니아는 코이노니아를 낳는다. 그래서 코이노니아는 열린 공동체이다. 코이노니아는 나눔과 사귐의 방식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한일서의 가장 큰 주장은, ‘하나님께서 그 아들을 육체로 세상에 보내셨다’는 사실이다(2:22 4:2). ‘육체로’가 결정적이다. 그 영원한 생명도, 그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의 사랑도, 모두 ‘육체로’ 세상 한복판에, 죄와 죽음과 허무가 지배하는 이곳에, 그 아들의 찢긴 살과 흘리신 물과 피로, 부활 생명의 육체로 ‘실제로 나타나셨다.’ 1세기 당시 로마 사회에서 구원이란, 철학에서든지 초기 영지주의에서든지, ‘육체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인구의 3분의 1이 노예였던 사회에서, 자유와 구원이란 이런 감옥 같은 육체를 벗어나고, 영혼을 가두는 물질세계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곳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 아들을 ‘육체로’ 보내셨다. 그 아들은 육체로 와서 육체로 죽으시고 육체로 부활하셨다. 세상은 더 이상 버려진 곳이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처럼 사랑하신’ 대상이다. 구원이란, 이 세상을 떠나 육체를 벗고 어디 저 멀리 있는 천당에 가는 것이 아니다. 육체 안으로, 세상 안으로 들어온, 그 아들의 생명과 빛과 진리, 그 아버지의 사랑의 침투이다
– 에필로그. 코이노니아, 커버넌트의 성취를 통한, 코스모스의 회복
서론
1. 공동서신 안에서 요한일서의 위치
2. 요한서신 속의 ‘적대자들’
3. 요한서신과 사도 요한
4. 요한서신의 문학적 구조
5. 신약에 나타난 코이노니아 관련 용어의 사용
제1장 코이노니아, 탄생과 소속(1:1-10)
1. 근거(1:1-2)
2. 탄생(1:3-4)
3. 문제(1:5-6, 8, 10)
4. 해법(1:7, 9)
제2장 코이노니아, 보장과 확증(2:1-27)
1. 보장(2:1-2)
2. 확증(2:3-11)
3. 승리[a](2:12-14)
4. 사랑[a](2:15-17)
5. 경계(2:18-23)
6. 확신(2:24-27)
제3장 코이노니아, 성화와 사랑(2:28-3:24)
1. 성화(2:28-3:3)
2. 능력(3:4-9)
3. 사랑[b](3:10-16)
4. 소통(3:17-24)
제4장 코이노니아, 사랑과 온전함(4:1-21)
1. 소속(4:1-6)
2. 사랑[c](4:7-10)
3. 온전함(4:11-21)
제5장 코이노니아, 승리와 지킴(5:1-21)
1. 승리[b](5:1-4)
2. 증거(5:5-9)
3. 영생(5:10-13)
4. 간구(5:14-17)
5. 지킴(5:18-21)
에필로그 코이노니아, 커버넌트의 성취를 통한, 코스모스의 회복
부록
요한일서 저자 사역
기초 참고 문헌
바야흐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제 독자들은 공동서신에 관한 한, 더 이상 서구 학자들의 저술들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학문적 탁월함, 신학적 건전함과 명료함, 그리고 목회적 적실성이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다. 한국 교회는 오랫동안 지나친 부흥주의와 물량주의로 인해 참된 코이노니아를 상실하였다. 저자는 이 코이노니아를 재생하여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부각시킨다. 요한일서를 코이노니아를 중심으로 이렇게 집요하게 파헤친 저술은 아직 보지 못했다.
– 김추성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깊이 있는 본문 주석,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말씀에 기초한 속 시원한 길 안내, 믿음의 전투력을 북돋는 적확한 비유와 감동이 있는 해설!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느낌들이다. 이 책은 세상의 풍랑을 견뎌 내며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 안에서 사랑의 열매 맺는 삶을 살도록 용기와 힘을 더하는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힘겨운 믿음의 여정에서 힘이 되는 길동무를 찾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 이두희 대한성서공회 번역 담당 부총무
원사도들의 메시지가 담긴 공동서신을 꾸준히 천착하여 따뜻한 필치로 전해 주던 채영삼 교수가 이번에는 사랑의 사도 요한의 음성을 ‘코이노니아-커버넌트-코스모스’라는 주제로 친절하게 해설한다. 교회사 속에서 늘 소외되었던 공동서신을 학자 겸 목자의 마음으로 들려주는 본서를 통하여 독자는 이 어려운 시절에 세상(코스모스)을 이기는 언약(커버넌트) 백성의 코이노니아의 능력(사랑)을 맛보는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 장동수 한국침례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신약학
‘한국 교회의 성경 교사’답다. 공동서신의 세계를 차례로 열어 가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편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번 책은 시의적절하기까지 하다.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를 재건하자는 이 책의 메시지는 어느 시대에나 유효하지만 특히 지금의 한국 교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 정성국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약학
요한일서를 변증적이 아니라 목회적으로 접근하여 이해하려는 흐름이 최근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저자는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를 교회의 본질로 규정한다. 교회는 ‘악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 존재하기에 필연적으로 그 속에서 ‘세상을 이기는 진리와 사랑의 코이노니아’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저자의 해석을 통해, 독자는 요한서신이 담고 있는 풍성한 의미와 성도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 정창욱 총신대학교, 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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