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베소의 유적지에 생기를 불어넣은 책
흥미로운 성경의 도시 에베소의 삶과 시대 분위기를 경험하다
로마 제국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대, 주후 89년 9월, 다신교의 도시인 에베소. 거대한 아르테미스 신상과 로마 황제들의 신상이 내려다보고, 황제와 여신을 숭배하는 찬가로 가득한 이곳. 당시 에베소는 소아시아 서부에서 경제적으로 부흥한 도시였다. 에베소는 그 부요함이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한 덕분이라 여겼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던 아르테미스 신전은 수많은 참배객으로 북적였다.
1세기 로마 제국은 로마 황제를 ‘주와 신’(Dominus et Deus)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혹독하게 박해했다. 기독교 신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감당할 뿐 아니라 때로는 목숨도 내놓아야 했다. 초기 교회 안에서 니골라(니콜라우스)당은 기독교 신앙과 이교 세계의 종교 문화를 적절히 혼합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 제국과 타협하고 세상에서 성공해야만 그리스도인이 살아남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성도들을 회유했다.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서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밧모섬에 있는 요한은 일곱 교회에 편지 곧 “계시록”을 보내어 세상의 주권자는 로마 황제가 아니라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이시며 악한 세상 권세는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선포한다. 그러면서 성도들에게 이 환난의 때를 끝까지 견디도록 권면하고 위로한다.
성경학자인 데이비드 드실바는 『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에서 에베소서와 요한계시록을 배경 삼아,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딜레마, 로마 제국의 악한 권세와 그 위에 드리운 종말의 기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각종 역사 자료와 고고학 증거로 보완한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조화를 이룬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돈과 성공과 타인의 관심을 숭배하는 이 시대에,
세속적 가치관과 타협하지 않으면 소외당하리라는 압력을,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 복음을 전해야 효과가 있다는 오해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주후 89년 9월 마지막 주, 에베소 시가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숭배하는 종교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에베소의 상류층 기독교인 아민타스는 기독교의 신 외에 황제와 다른 신들을 숭배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기독교인이면서도 로마 신전의 사제인 니콜라우스는 로마 제국에 협조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도울 수 있다며 아민타스를 회유한다. 기독교인 상인 데메트리우스는 큰 이윤을 남기고 로마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그렇게 하면 속주에 있는 지역민들에게는 물건을 공급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다른 신은 인정하지 않고 예수님만 믿는다는 이유로, 기독교인 노예는 주인에게 매질을 당하고 기독교인 학생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이 책은 황제를 신으로 숭배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에베소의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자기의 믿음을 굳건히 지켜 가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성경학자인 드실바는 최신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1세기 로마 제국과 에베소의 역사적 세상을 구축한다. 가상의 이야기를 역사적 현실성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에베소 유적지 비문에 기록된 인물을 소환하고, 고고학적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관련 사진을 제공하고 역사적 자료를 기록한다. 국제적인 도시 에베소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에베소 사람들의 사고방식, 종교적 분위기, 생활환경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이야기는 요한계시록의 종말론적 언급이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및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황제 숭배를 강요하고 다신론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로마 제국 치하에서, 노예든, 육체노동자든, 부자든, 고관이든 할 것 없이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그리스도인은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당시 요한이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 보낸 계시록의 말씀과 환상의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금 우리는 돈과 성공과 타인의 관심이 우상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세속적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고지식하게 성경 말씀대로만 살면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을 본받아,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소원하며 믿음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도전을 받게 된다.
[이 책의 특징]
–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로마 제국과 에베소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이 녹아 있어, 이야기 전개만 따라가면 에베소서와 요한계시록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 로마 제국 치하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박해와 회유를 받았는지, 그들은 요한계시록의 말씀과 환상을 어떤 의미로 이해했을지를 서술한다.
– 1세기 로마 제국과 에베소의 생활상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 에베소서와 요한계시록에 관한 설교나 성경 공부를 준비하는 목회자와 교사들에게 좋은 자료가 된다.
주후 110년이나 111년, 플리니우스가 비두니아와 본도 연합 속주의 총독으로 있던 때, ‘그리스도인’이라는 일부 사람들을 비난하며 이들을 기소해 달라는 고소가 플리니우스에게 들어왔다. (…) 플리니우스는 그리스도인들이 ‘여집사’라고 부르던 두 노예 여성을 고문하면서 조사하여 그 보고서를 성실히 확인했지만, 자기가 ‘천하고 끝이 없는 미신’(10.9.8)이라고 일컬은 내용 외에는 더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고소당한 이들이 기소를 면할 수 있으려면, 그리스도를 저주하고 트라야누스 황제와 전통 신들의 조각상 앞에 포도주와 향을 바치면 되었고, 플리니우스는 그러한 목적으로 조각상을 가져왔다(10.7.5).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끝까지 인정한다면, ‘고집스러움과 융통성 없는 완고함’ 때문에 처형했고, 로마 시민인 경우에는 로마로 송환해서 황제가 평결했다(10.7.3-4).
_ 4장에서
“주인마님, 제가 편하게 말해도 될까요?”
“그래, 에우플루스, 물론이지.”
“나리의 신들은 절대로 노예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르테미스는 에베소의 자유 시민들을 좋아하고, 자기네 재물을 여신의 거처에 맡기는 도시들과 귀족들의 재산을 보살펴 주죠. 여신한테는 노예가 많고, 그 노예들은 죽을 때까지 여신의 신전과 넓은 땅에서 일하면서 보내고요. 아우구스투스와 로마는 자유인들 중에서 노예를 만들어 내고 자산에 대한 주인의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 면에서 다산의 신이었죠. 그 자산이라는 것이 자기들과 똑같은 인간일 때도요. 아우구스투스나 클라우디우스나 베스파시아누스를 기리는 불과 한 시간짜리 오락을 위해 저와 같은 노예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요?”
에우플루스는 잠시 숨을 돌리면서 이시도라의 안색을 살피고, 자기가 너무 말이 많았는지 눈치를 보았지만, 이시도라의 얼굴은 계속해서 근심을 띠고 있었고, 아마도 슬픔 때문인지 근심이 더 커져 보였다.
“하지만 예수님의 하나님은 완전히 다르세요. 하나님은 노예들에게도 얼마나 마음을 쓰시는지, 하나님 아들이 노예의 모습을 취하셔서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을 섬기면서 보내시다가, 노예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셔서, 자유민으로 태어난 사람들뿐 아니라 노예들도 영원히 살 수 있게 해 주셨어요. 하나님은 그분 아들이신 예수님을 일주일의 첫날에 다시 살리셔서, 예수님을 따른다면 아무도 죽음에 붙들리지 않겠고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살리라는 약속을 확인해 주셨죠.
_ 5장에서
아민타스는 그날 밤에 잠을 설쳤다. 얕게 잠들었을 때 그 잠이 일종의 무대가 되어서 요한의 환상에 나오는 영상들이 아민타스의 기억과 상상 속에 있는 다른 인물들과 더불어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아민타스가 보니 자기가 길고 하얀 예복을 입고 머리에 황제 사제의 관을 쓴 채 도미티아누스 신전의 거대한 우상 앞에 서 있었다. 자기 주변에 숭배자 무리가 서서 신상 앞에 절하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황제처럼 우리의 주인이자 신인 이가 또 어디 있는가?” 아민타스가 또 보니, 디오도토스가 신전에 들어와서 자기 앞에 서서, 자신과 다른 숭배자들을 향해 소리 지르면서 하늘을 가리켰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우상 신상이 살아나서 단에서 내려와 아민타스에게 거대한 창을 건넸고, 창은 아민타스의 손 안에서 보통 크기로 변했다. 아민타스가 창으로 디오도토스를 찔렀고, 디오도토스가 바닥에 쓰러지고 스러져 피 웅덩이가 되자 신상 숭배자들이 모두 일어서서 환호성을 질렀다. 아민타스가 무릎 꿇고서 그 피를 납작한 그릇에 떠서, 신상 앞에 있는 제단 불 위에 부었다.
그러자 그들 머리 위 하늘에서 거대한 대접이 나타났다. 대접이 기울어지자 재 같은 물질이 아민타스와 곁에 있는 모든 숭배자들 위로 흘러내렸다. 그 물질이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처럼 그들의 살을 태우기 시작해서 뼈까지 태웠다.
_ 6장에서
2. 로마의 신앙, 로마의 평화: 카이사로스 2일, 10월 초하루 8일 전(9월 24일)
세라피온의 타운하우스에서
에베소 항구
[티투스 플라비우스 제욱시스] [에베소의 유대인 공동체]
시의 원로들이 모이다
[셋째 말 탄 자와 도미티아누스 칙령] [황제 숭배 직원들]
3. 신들의 그늘: 카이사로스 3일, 10월 초하루 7일 전(9월 25일)
에베소 소재 아시아의 황제 공동 신전
[시민의 자랑과 황제 숭배]
바실리카 스토아의 그늘에서
상인들 거처에서
[로마 제국의 경제에 관한 아일리우스 아리스티데스의 생각]
4. 주의 날: 카이사로스 4일, 10월 초하루 6일 전(9월 26일)
아침 기도
[주후 1세기 전환기의 기독교 예배]
대극장에서
[네아폴리스 경기에서 행한 황제 숭배]
아민타스네 모임
[에베소에 있던 기독교의 다양성]
5. 믿음의 시련: 카이사로스 5일, 10월 초하루 5일 전(9월 27일)
세라피온의 타운하우스에서
김나지움에서
프로코루스가 찾아오다
[요한을 밧모섬에 유배하다]
6. 결단의 날: 카이사로스 6일, 10월 초하루 4일 전(9월 28일)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도미티아누스의 인기 약화와 에베소의 플라비아누스 신전]
의회실에서
[유대세(fiscus Iudaicus)와 “사탄의 회당”]
7. 그 이튿날: 카이사로스 7일, 10월 초하루 3일 전(9월 29일)
여느 때와 같이
훼손된 친절
황제 숭배 제의 유치를 위한 소아시아 도시 사이의 경쟁 속에서, 8미터 높이의 도미티아누스 황제상 아래에서, 신격화된 황제를 찬양하는 연설이 사방에서 들리는 가운데서, 일절 타협 없이 그리스도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계시록의 메시지가 1세기 말 소아시아 거주민들에게 얼마나 엄중한 것이었는지 이 책의 독자는 깨닫게 된다.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통해 독자는 자신과 세상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 김선용(신약학 독립 연구자, 번역가)
데이비드 드실바가 로마 제국의 그늘 아래 살아가던 에베소 기독교인들의 일주일을 다룬 이 소설은 고대 세계를 두루 살피는 교육 여행일 뿐 아니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계시록이라는 배경과 관련지어 보면, ‘뒤에 남겨질’ 것을 근심하게 만드는 소설이 아니라 악한 제국의 권세라는 배경에서 어떻게 하면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존재할지를 깊이 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 마이클 버드(리들리 대학 학장,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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