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고백서는 그 자체가 영감 된 문서이거나 성경과 같은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사도적 가르침’에 뿌리를 둔 교회들은 신앙고백서를 ‘성경의 가르침의 충실한 요약’으로서, 또한 ‘자신들의 믿는 바의 고백’으로서 존중해 왔고, 그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이러한 전통이 전수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왔습니다.
침례교회도 이러한 역사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침례교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서 신앙고백서를 누구보다 인정하고 존중한 자들이었습니다. 단, 어떤 신조나 신앙고백서도 성경보다 더 권위 있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며, 성경에 비추어 언제나 ‘교정’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오늘 날 침례교회 목회자로서 교회에서 신앙고백서를 강조하고 가르치며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는 “당신이 장로교 목사냐?”라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토록 자랑스러운 유산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제2차 런던신앙고백서(1689 침례교신앙고백서)는 1677년에 영국 특수침례교회의 두 명의 목회자에 의해 작성되었고, 여기에 37명의 지도자들이 서명했습니다. 그 후 1689년에 107개 교회의 인준을 거처 공식적으로 공포되었습니다. 이 신앙고백서의 작성 목적은 출판 당시 서문에 분명하게 명시되기를, ‘우리의 신앙과 교리가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독립회중교회에서 출판한 신앙고백서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더 충분한 방식으로 명백히 하여 신앙의 연속성을 드러내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별히 차이점으로는 목사(장로)와 집사라는 2직분, 회중의 조직체제로서의 완전성과 우위성, 지방회 제도, 그리고 침수례에 의한 신자침례와 같은 특징들을 잘 보존하고 설명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러한 차별성이 단지 표면적인 차이가 아니라, 성경을 바라보는 언약에 대한 관점에 따른 것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본질적인 주제와 내용에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동일합니다. 이렇듯 이 신앙고백서에서 드러난 그들의 신앙은 침례교회의 교회론적 신앙을 유지 고수하되, 다른 개혁주의 청교도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종교개혁과 청교도의 정통의(orthodox) 역사적이고(historic) 고백적인(confessional)신앙을 자신들의 신앙으로 받아들이며, 동시에 알미니안 주의와 소시니안, 율법폐기론 그리고 제세례파를 분명하게 거절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근거로 침례교회의 제2차 런던신앙고백서는 그 가치와 중요성에 있어서 장로교의 표준문서들과 함께 개혁교회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요 유산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역자 서문 중에서>
[이 책의 특징]
미국의 개혁주의 침례교회의 목사이자 조직신학박사인 사무엘 왈드론(Samuel E, Waldron)이 저술한 이 작품의 원제는 「A Modern Exposition of the 1689 Baptist Confession of Faith」입니다. 이 책은 제2차 런던신앙고백서(1689)가 발표된 지 300주년 되는 해에 처음으로 출간되어 2016년 까지 27년간 총 다섯 번의 증보를 거쳤습니다. 그만큼 미국 개혁주의 침례교 내에서는 침례교 신앙고백서 해설서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5열람실에서 출간하는 이 번역서는 이 책의 최종판, 다섯 번째 판을 번역한 것입니다. 학자적인 접근으로 특히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유익하며, 일반 성도들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간다면 여러 가지 신앙생활의 현실적인 문제와 궁금증들에 대하여 폭넓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원제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저자는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이슈와 현대와의 관련성 및 적용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에 따라 어떤 주제는 전체적인 설명을 생략하고 간략하게 다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임마누엘 개혁침례교회의 목사였던 로버트 폴 마틴(Robert Paul Martin)박사의 「신앙고백서의 합법성과 사용성」에 대한 서문과, 저자가 뒤에 소개하는 세 편의 「부록」들은 제2차 런던신앙고백서를 역사적으로 또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제일 마지막에 준비한 각 장들에 대한 질문들은 각 장에서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 줄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각 장의 전체를 다 다루지 않은 것 같았지만 핵심적인 것은 다 다루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이에 성실한 독자들에게 훌륭한 변증 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